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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진 Jul 14. 2016

포켓몬 고가 오버워치보다 무서운 이유

데이터 시대와 플랫폼 비즈니스


포켓몬 고가 출시한 7월 6일 이후로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폰을 들고 뭔가에 홀린 듯이 포켓몬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모습이 진짜 포켓몬 월드에 온 기분이 들게 한다. 각종 언론에서는 포켓몬 고에 대한 규모, 사회 현상, 부작용 등에 대해 뜨겁게 다루고 있다. 이미 안드로이드 핸드폰 전체의 반에 설치가 되었고 페이스북 이용시간을 넘어섰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아직 주요 콘텐츠인 포켓몬 교환이나 야생 전투 등이 구현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블리자드의 신작 슈팅 게임 오버워치 열풍 또한 엄청나다. 5년 이상 왕좌를 내주지 않았던 리그 오브 레전드를 꺾은 것은 물론, 마이너 장르인 FPS(일인칭 슈팅 게임) 장르를 하지 않던 사람마저 끌어들이면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있다. 오버워치는 출시 한 달 만에 3100억의 수익을 올리고 천만명이 즐기고 있다고 한다.





오버워치와 포켓몬 GO, 그 둘의 공통점


포켓몬과 블리자드 게임과 함께 자란 20대로서 이 둘의 성공은 모두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게임의 성공 요인으로 기존 게임들의 틀을 벗어나는 새로운 패러다임, 창의성을 꼽는다. 포켓몬 고는 기존의 포켓몬 게임을 현실로 잇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오버워치는 기존의 사실주의 중심에 고도의 정밀함이 필요한 슈팅게임에서 역할과 기술을 부여하고 캐주얼성을 강조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창의성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꼽는 두 게임의 공통점은 기존 게임과 다르게 데이터 분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는 것이다. 포켓몬 고의 경우 지도와 검색어 데이터를 적극 이용해서 효율적인 포켓몬 분배에 이용하였다. 바닷가 주변에는 물 포켓몬이, 산기슭에선 바위 포켓몬이, 각종 랜드마크에선 희귀 포켓몬이 나오게 하였다. 밤에는 유령 포켓몬이 나오는 등 시간에 따라서도 변한다고 한다. 또한 개인적인 공간이나 도로에서는 포켓몬이 나타나지 않게 하였다. (물론 아직도 정밀함이 부족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는 한다.) 얼핏 쉬워 보이는 이러한 부분에는 굉장히 정교한 데이터 기술을 필요로 한다. 알파고 글에서도 소개하였듯이, 사람이 바닷가를 구분하는 것과 컴퓨터가 바닷가를 구분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빅데이터라는 제목의 인터넷 사진. 할머니 장례식장에 유령 포켓몬이 나타났다.



오버워치 또한 이러한 데이터 기술을 적극 차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버워치의 대표적인 성공 요인으로 꼽는 것은 '최고의 플레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게임에서 가장 멋지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든 사람에게 한번 더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에게 성취감과 희열을 줄 뿐만 아니라 좀 더 멋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극한다.



이 최고의 플레이는 단순히 적을 많이 처치한 것이 아니라 회복을 담당하는 힐러라면 얼마나 회복을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기술을 사용했는지, 방어와 진영 붕괴를 해야 하는 탱커라면 얼마나 잘 막고 돌격하였는지, 공격수라면 얼마나 치명적인 공격을 하였는지에 따라 다르게 선별한다. 사람이 명장면을 선별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10분에서 20분 되는 게임 속에서 수많은 총탄이 날아다니는 많은 장면에 있는 방대한 수치들을 즉석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골라서 보여준다는 것은 굉장히 정교한 데이터 마이닝, 머신 러닝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최고의 플레이 시스템이 오버워치 성공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인 만큼 이제는 게임 업계에서도 데이터 분석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게임의 밸런스를 조정할 때에도 단순히 '특정 캐릭터가 강해서 변경하였다'식보다 각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어떤 식으로 반응하고 결괏값이 어떤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조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 플랫폼과 서비스의 차이


플랫폼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플랫폼이란 Plat(평평한 땅, 라틴어 어원 : plate)와 form(형태, 라틴어 어원 : forme)이 만난 단어로서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이들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 플랫폼 비즈니스란 무엇인가에서


쉽게 말해 콘텐츠(혹은 서비스)가 장사를 하는 가게라면, 플랫폼은 이를 담을 수 있는 멋진 도시와 건물이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안드로이드가 플랫폼이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앱이 콘텐츠라고 생각하면 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콘텐츠에서 직접 수익을 얻기보다 그들에게 데이터와 환경을 제공해주면서 수익을 얻는다. 카카오가 메신저를 무료로 제공하며 엄청난 적자를 보지만, 그 위에서 구동하는 게임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카카오는 대부분의 매출이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온다


제대로 된 플랫폼을 확보하면 어마어마한 수익과 잠재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가치는 사용자 수와 데이터의 질로 결정된다. 양질의 데이터와 사용자를 얻기 위해 페이스북은 별다른 신 기술이 아닌 메신저 왓츠앱을 16조를 주며 인수하였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세계 오지 사람들에게 무료로 드론을 띄워서 인터넷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수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페이지가 음성적으로 수 억에 사고 팔리는 것도 이런 플랫폼 세계의 좋은 예이다.



포켓몬 고는 단순한 게임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의 시작이다



많은 기업들이 포켓몬 고의 성공에 주시하면서도 모바일 게임이란 태생적 한계상 수익 모델에 한계가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게임은 사용자 수에 비해 비용이 상당하고 수익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익성을 위해 여러 가지 유료 시스템을 차용하다 보면 게임성을 해치거나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주기 십상이다. 실례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Zynga의 Farmvile이나 King.com의 캔디 크러시 사가도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서 고전하였다. 수익성에 대한 고민 끝에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과감히 패키지 판매 전략을 택했고 그 덕에 3100억의 실현 수익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얻었다.


그러나 포켓몬 고는 게임으로서 보다는 플랫폼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 각종 기업들이 사용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면서 겨우겨우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안, 포켓몬 고 유저들은 자발적으로 그들의 움직임과 취향, 패턴, 리얼타임 카메라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SNS 업체들이 1분이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서 애쓰지만 포켓몬 고 게이머들은 1분이라도 더 하려고 보조배터리를 산다. 게다가 이건 AR 기반이라 사용자가 직접 움직이며 수집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데이터의 질을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평가 기준이 있다. 포켓몬 고는 이러한 데이터 평가 기준으로 비추어보아도 굉장히 고급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데이터의 양(Volume) - 전세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과 움직임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다양성(Variety) - 연령대가 다양하고 인종과 국가가 다양하다

속도(Velocity) - 시간대와 상관없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정확도(Veracity) - 개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계정으로 만들기 때문에 정확도가 굉장히 높다

장소(Location) - 장소 데이터는 애초에 포켓몬 고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데이터이다


이런 데이터들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때문에 광고업계나 데이터 전문 업체들이 포켓몬 고를 지켜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제친 포켓몬 고



뉴욕 Long island city에 있는 L'INIZIO 피자집은 매출이 75% 상승하였다고 한다


이미 지역사회에서 포켓몬이 주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포켓 스탑(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특정 장소)으로 지정된 곳은 사람들이 붐비고 매출이 오르고 있다. 유일하게 국내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속초는 이미 엄청난 호황이라고 한다. 포켓몬 고를 통해서 방 안에서만 게임하던 사람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방이나 사무실 안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플랫폼이 아니 AR 기반 플랫폼이 차별화되어 줄 수 있는 강점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포켓몬 고는 리테일의 차세대 마케팅 도구이다 - 로이터 통신, 영문을 보면 호주의 한 학생은 포켓몬 고의 코드 안에서 이미 맥도널드 스폰서 시스템과 연결된 가능성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일본 맥도날드와의 제휴로 사실이 되었다 - 7월 20일 업데이트). 물론 이러한 리테일 비즈니스와 마케팅 부분은 표면적인 부분이고, 포켓몬 고 플랫폼이 가지는 가능성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지는 다양한 종류의 잘 정리된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여러 가지 기술과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포켓몬이 게임성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한다면, 그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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