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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 봉사

by 권용진


며칠 전, 뉴욕 근교에 있는 수도원 농장에서 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봉사에 참여하였다.


미국에 살며 항상 부러운 점 중 하나는, 명절마다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중요시하고 그를 통해 가족들과 돈독해지고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땡스기빙 때는 가족들과 칠면조를 먹고, 부활절에는 계란을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칠하며 보낸다. 할로윈 때는 정원과 집 전체를 꾸미는데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쏟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11월쯤부터 준비하여 가족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장식으로 꾸민다. 점점 명절이 스트레스받는 날이 되고 가족과 함께하기보다 해외여행을 하는 날로 변해가는 한국의 안타까운 점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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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크리스마스 트리는 미국인들에게 일 년 중 가장 설레고 중요한 가족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저마다 좋아하는 모양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직접 골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르고 날라서 장식하는 것은 단순히 집을 꾸미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저 캐롤과 선물 정도만 챙기던 나에겐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고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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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도착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돕기 시작했다. 트리를 사러 온 가족들은 매년 같은 농장에서 나무를 고르는지 능숙하게 아이의 손을 잡고서 톱과 장갑을 빌렸다. 눈을 마주치면 서로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인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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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는 네 종류가 있었다.


밝은 색과 단단한 잎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Colorado Spr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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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조금 부드럽고 얇은 잎을 가진 Concolor F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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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해서 꽉 찬 느낌을 주지만 잎이 아주 약해 가벼운 장식만 달아야 하는 Douglas F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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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의 특징들이 적절히 섞인 Canaan Fir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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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계산대와 트리 종류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나무의 위치가 적힌 지도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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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트리를 자르러 가기 전 민트 사탕 하나를 퐁당 넣은 핫초코 한 잔으로 언 손을 살살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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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으로 들어가면 저마다 원하는 나무를 골라서 자를 수 있다. 허리까지 오는 나무부터 사람 키의 두배가 넘는 나무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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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들을 찾기 위해선 좀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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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나무를 직접 들고 올 수도 있지만 트랙터나 트럭으로 옮길 수도 있다. 봉사자들은 트랙터를 몰며 나무에 라벨을 붙여주고 픽업을 한다. 아이들은 서로 트랙터를 타보겠다며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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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옮긴 트리를 먼지떨이 기계 위에 올려서 흙과 낙엽을 제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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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포장 기계를 통과시키면 차로 옮기기 쉽게 예쁜 모양으로 트리가 포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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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트리가 포장되는 것을 기다리면서 흘러나오는 캐롤에 맞춰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는 등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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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이 다 되면 번호표로 가족들의 정성이 담긴 트리를 찾아서 차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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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농장 맞은편에선 망가지거나 훼손된 트리의 가지를 쳐서 크리스마스 장식인 리스(Wreath)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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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망가진 트리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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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더 좋은 이유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렇게 즐겁고 설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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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들은 농장에서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 담긴 트리에 각자의 소원을 하나씩 하나씩 걸고 행복한 꿈을 꾸며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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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도원 사람들과 우리 봉사자들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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