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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진 Jul 28. 2017

초단타 퀀트 vs 장기 투자 퀀트

비슷한 듯 굉장히 다른 두 퀀트



불과 3일 전 이야기이다. 집에서 쉬고 있던 도중 리크루터의 연락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 ABC 사입니다. 좋은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라.


글로벌 매크로 전략은 브렉시트로 돈을 번 사람들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요약하자면 국제 정세를 읽어서 대선, 경제 정책, 전쟁, 유가 합의, 환율 등을 예측 한 다음에 긴 시간에 걸쳐서 큰 투자로 돈을 버는 것이 글로벌 매크로 전략이다.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는 다양한 경험과 감, 세계정세에 대한 안목과 경제학적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하는 곳으로 입사하기도 굉장히 어렵고 좋은 성과를 내기는 더더욱 어려운 곳이다. 특히나 국제 정세 같은 것은 숫자로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퀀트 쪽은 잘 없는 분야이다.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로 유명한 회사는


조지 소로스로 유명한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서브 프라임 베팅으로 유명한 존 폴슨의 폴슨 앤 코

세계 최대 운용 규모 약 120조로 유명한 브릿지워터 어쏘시에이트 등이 있다.


이들은 퀀트 보다는 여전히 고도의 분석력을 가진 기존의 애널리스트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애초에 데이터 포인트가 얼마 없는 브렉시트나 미국, 프랑스 대선 혹은 베네수엘라 붕괴 같은 사태를 데이터와 수학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발상이고 성공 사례도 적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퀀트가 주로 발전한 분야는 '트레이딩'이다. 퀀트 트레이딩은 시장 미시 구조와 거래 데이터 분석으로 패턴을 찾고 이를 이용해서 짠 알고리즘으로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통계적으로 수렴하는 방향으로 베팅을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패턴은 시간이 짧을수록 변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패턴을 찾아서 거래를 하는 초단타 매매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패턴을 찾는 퀀트의 원리는 거래 버튼을 누르면 일어나는 일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나 또한 초단타 매매 퀀트이다.


초단타 매매 업계는 누가 더 많은 패턴을 빠른 속도로 찾느냐 경쟁이다. 패턴이 왜 일어나는지, 언제 생겨나고 언제 사라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효율적인 리서치 플랫폼과 병렬 계산이 가능한 슈퍼 컴퓨터로 끊임없이 패턴을 찾고 주문과 가격 사이의 통계적 관계를 찾아내서 알고리즘을 만들면 된다.


실제로 거래가 하루에도 수백만 건이 생기기 때문에 데이터도 충분했고 엄청난 양의 패턴을 찾아냈다. 기술적 분석의 끝판왕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편 이러는 동안 '트레이딩'이 아닌 장기적으로 가치에 투자를 하는 '투자'의 계통에도 점점 퀀트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장기 투자는 패턴을 찾기도 어려웠고 통계적 관계를 알아내기도 초단타보다 훨씬 어렵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가격에서 패턴을 찾기보다는 회사의 가치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재무제표를 계량화 시키고 모델을 만들어서 투자를 한다던가,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 즉 팩터를 찾아서 투자를 하는 방법 또한 이런 쪽이다.


이 정도까지는 알려진 부분이다. 그런데 글로벌 매크로에서 나 같은 인공지능과 C++ 에 특화된 퀀트에게 줄 일이 있다고 한다. 그다지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지만 한번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네 지금 시간 되는데 어떤 일이죠?"




"아시다시피 저희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입니다. 저희는 물론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시 하지만, 세상의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무슨 이유로 일어나고 어떤 것들이 영향을 주는지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동안 여러 가지 경제학적 연구를 하였고 실제로 많은 논문도 발표하였습니다."


"오 그런 사실은 몰랐네요, 굉장하네요!"


"실제로 상당히 많은 이론을 정립해서 세계정세에 일어날 일들을 많이 예측하였고, 그 결과 보시다시피 세계적인 헤지펀드가 되었죠. 투자는 이 세계를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물리나 화학 같죠."


"재밌네요, 저희 쪽은 수익을 내기 위한 패턴 분석을 하다 보면 암호나 퍼즐을 푸는 기분이 드는데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법이네요."


"그동안 성공적으로 하였으나 인간의 통찰력으로 이러한 국제 정세를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대단한 조지 소로스도 트럼프 당선 같은 것은 예측하지 못했죠. 때문에 저희는 이러한 세계를 설명하는 부분에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3년 전 IBM 사의 왓슨 인공지능 총책임자를 영입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런 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죠. '과연 소비자들의 인터넷 쇼핑 트렌드와 미국 국채의 안정성이 관계가 있을까?' 나 '위성사진 상의 녹지의 비율과 경제 위기와의 관계' 같은 것 말이죠."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에서 데이터 과학을 도입했다니 전혀 몰랐습니다!"


"물론 데이터에서 이러한 국제 정세 상황을 마이닝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통찰력 있는 기존의 애널리스트들이 여러 가지 가설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지요. 이곳의 인공지능 전문 퀀트들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찾는 역할을 합니다."


"아하... 솔직히 정말 멋진 일이네요."


"물론 직접 패턴을 찾아서 바로 수익을 내는 초단타 퀀트보다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정세를 설명하고 이론화시키는 일에 동참하는 퀀트가 되는 것은 어떤가요? 조금 더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요?"


"정말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저도 좀 더 수익을 내면서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일을 해보고 싶네요."






그동안 장기 투자 회사들의 퀀트 영입을 보면서 어느 정도 진전이 되었을까 궁금하였지만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크게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비전은 생각보다 멋지고 명확했다. 암호화된 시장의 패턴을 찾아내고 수익을 내는 Bottom-up 방식의 초단타 매매 퀀트, 그리고 가치를 여러 가지 데이터를 이용해서 분석하거나 원인과 결과를 알아내서 경제적 원리를 찾는 Top-down 방식의 장기 투자 퀀트, 당신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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