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이야기
헤지펀드, 사모펀드
일반 사람들은 나쁜 금융 뉴스나 연예가 결혼 소식에서나 간간이 들을 수 있는 단어이다. 종종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를 헷갈리는 경우도 많고 뭉쳐서 금융권, 월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주로 영화나 소설 등에서 보여주는 월가의 모습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모습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기자본 거래가 많았던 과거에는 구분이 모호한 면도 있긴 했다). 오늘은 헤지펀드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려한다.
기업 경영이나 금융 쪽에서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리스크, 혹은 위험
리스크는 개인이나 기업이 원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해고 리스크가 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에겐 임대료 상승 리스크가 있다. 수강 신청하는 학생에겐 교수 리스크가 있고, 운전자에겐 교통사고 리스크가 있다. 인터넷 주문에는 사이즈가 안 맞을 리스크가 있고 시장에서는 바가지 리스크가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매 순간마다 수많은 리스크를 만나게 된다. 거래를 하다 보면 상대가 부도가 나거나 계약을 어길 수도 있는 신용 리스크,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리스크, 수출로 많은 이익을 남겨도 환율이 떨어져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환율 리스크 등등.
이러한 리스크가 있을 때 이 리스크를 분산시키거나 상쇄시키는 것을 헤지(Hedge)라고 한다. 헤지는 울타리라는 뜻인데, 리스크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해서 울타리를 친다 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하는 헤지로는 보험이 있다. 교통사고나 화재 같은 리스크를 막기 위해서 보험을 가입하고 설령 그러한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해도 손해를 막아준다. 그러나 울타리를 짓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보험을 가입할 때에 보험료를 내듯, 헤지를 하기 위해선 비용이 발생한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진 리스크를 헤지 하기 위해 투자은행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파생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헤지의 쉬운 예를 보자.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100만 원을 월드컵 우승 토토에 베팅을 한다고 하자. 두 사람 모두 유럽 국가 중 하나가 우승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 배당표는 다음과 같다.
대륙별 배당
유럽 우승 - 1.8배
남미 우승 - 3배
아시아 우승 - 14배
등등
국가별 배당
영국 우승 - 9배
독일 우승 - 11배
프랑스 우승 10배
브라질 우승 8배
호주 우승 40배
일본 우승 42배
등등
A라는 사람은 100만 원을 모두 유럽 우승에 걸었다. 만약 유럽이 우승한다면 1.8배인 180만 원을 얻겠지만, 유럽 이외의 나라가 우승을 한다면 100만 원을 모두 잃게 된다.
B라는 사람은 유럽 우승을 확신했지만 브라질이 우승하는 '리스크'를 없애고 싶었다. 그래서 90만 원을 유럽 우승에, 10만 원을 브라질 우승에 걸었다. 10만 원을 브라질에 걸면서 리스크를 '헤지' 한 것이다.
B는 만약 유럽이 우승하면 162만 원으로 A보다는 적은 돈을 벌겠지만 행여나 적은 확률로 브라질이 우승한다면 80만 원을 돌려받아서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 10만 원의 비용으로 헤지를 하게 된 것이다.
고대부터 인간은 자산을 늘리고 싶은 투자 욕구가 있었다. 금융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자가 높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은행 이자 수익률로도 만족하였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자가 떨어지고 수익률도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다른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 주식, 채권, 금, 석유 등등 여러 가지 상품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조합해서 투자를 하는 펀드가 인기를 끌게 된다. 점점 더 많은 자산관리 회사들이나 보험회사에서 다양한 펀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펀드들의 단점이 존재하였는데, 시장의 영향을 너무 받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좋은 펀드에 투자를 하였어도 전체 시장이 떨어지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부동산에 30%, 주식에 50%, 채권에 20%를 투자하는 잘 분산된 펀드에 투자를 하였어도 부동산, 주식, 채권 모두 떨어지는 경제 상황에서는 꼼짝없이 잃을 수밖에 없다. 바로 시장 리스크가 있는 것이었다.
파란색은 중소기업 펀드, 주황색은 중견기업 펀드, 빨간색은 미국 시장 지표인 S&P 500이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펀드가 수익률이 좋긴 하지만 여전히 경제 위기 때인 2009년 경에는 모두 다 큰 손해를 입었다. 아무리 좋은 수익률의 펀드도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피할 수 없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큰 요인이었다.
투자자들은 불만이었다.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적더라도 꾸준한 수익을 원했다. 그러나 어떠한 상품을 사는 순간 시장과 관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가가 떨어질 때에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수요에 맞춰 투자은행은 '공매도'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공매도(Short selling)란 투자자가 은행에서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빅쇼트(Big short)에서 나온 그 short가 맞다. 애플 1주를 빌렸다면 나중에 이자를 쳐서 1.1주를 돌려줘야 한다. 만약 애플을 100불에 팔았는데 90불로 떨어졌다면, 90불에 사서 갚으면 되기 때문에 (수수료를 제외한) 10불을 번다. 반대로 오히려 애플이 120불로 오른다면 100불에 판 주식을 다시 120불에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20불 손해를 보게 된다. 이처럼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오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움직이는 기존의 투자방식이 아닌 대체 투자방식(Alternative Investment)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수요와 더불어 공매도가 활성화되자 기존의 투자자가 원하던 '시장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수익을 내는 펀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리스크를 '헤지'한 펀드, 바로 헤지펀드이다. 이들의 근간이 되는 전략은 롱숏(Long-short) 전략이다.
롱숏 전략이란, 두 가지 상품을 동시에 한쪽은 사고(Long) 한쪽은 팔아서(Short) 시장 리스크를 없애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가 LG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삼성에 비해 혁신적이어서 LG에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하자. 만약 LG에 투자를 했는데 한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 LG가 잘 한 것과 상관없이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롱숏 전략을 구사해서 LG를 사면서 동시에 삼성을 공매도한다.
이러면 주가가 폭락을 하면 LG에서 큰 손해를 입겠지만 공매도한 삼성에서는 큰 이익을 보아서 상쇄가 된다. 반대로 주가가 급상승하면 LG에서 큰 이익을 얻겠지만 공매도한 삼성에서는 큰 손해를 보아서 상쇄가 될 것이다. 즉 시장 리스크에 대해서 '헤지'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면 시장과 관계없이 LG가 삼성에 비해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서 수익이 결정될 것이다.
물론 단순히 LG 1주를 사면서 삼성 1주를 공매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움직일 때 LG와 삼성이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은 LG에 비해 시장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도 있다. 만약 시장이 10% 오를 때 LG가 10% 오른다면,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1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시장이 10% 오를 때 삼성이 20% 오른다면 시장에 대한 민감도가 2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민감도를 베타(Beta)라고 한다.
삼성의 베타가 2이고 LG의 베타가 1이라면, 1:2 비율로 섞어주면 시장 리스크에 대한 헤지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수중에 100만 원이 있다면, 삼성 100만 원 치를 공매도하고 LG 200만 원 치를 산다면 시장의 움직임과 관계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시장이 10% 상승하면 삼성주는 20% 상승해서 -120만 원으로 손해 보지만 LG는 220만 원으로 이익이라서 여전히 나의 포트폴리오는 100만 원으로 같고, 시장이 20% 하락하면 삼성은 40% 하락해서 -60만 원 LG는 20% 하락해서 160만 원이 되어서 총합은 여전히 100만 원이 된다.
결국 시장과 무관하게 LG라는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보고 투자를 하게 된다. 시장과 관계없는 LG만이 가지는 수익을 LG의 알파(alpha)라고 한다. 이 알파 분석이 맞았다면 LG는 삼성보다 많이 상승할테고 수익을 낼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움직임을 헤지하여서 시장과 관계없이 알파만을 가지고 수익을 내기 때문에 헤지 펀드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초창기 헤지펀드는 주로 롱숏 전략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도 절대 수익을 내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는 헤지펀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롱숏 이외의 헤지펀드들의 주요 전략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나중에 다시 다룰 예정이다.
헤지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 수익 추구하고 그것을 위해서 공매도 같은 전략을 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규제가 심하면서 수수료도 비싸고 신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특히나 투자자가 일정 인원이 넘어가면 공개 펀드가 되어서 투자를 할 때마다 보고를 해야 하고 거래 승인을 받으려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헤지펀드는 소규모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의 헤지펀드는 안정적인 전략부터 투기적인 전략, 적은 금액부터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규모, 조세 회피지역부터 북미, 아시아, 유럽과 같은 다양한 위치 등등 일반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류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헤지펀드란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은 같다.
헤지펀드 그리고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 등과 투자은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의 주체이다.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는 고객이 원하는 금융 서비스나 투자를 대행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판매를 하는 Sell side라고 한다. 그러나 헤지펀드, 사모펀드, 벤처캐피털과 같은 회사들은 직접 투자를 결정해서 투자를 하는 쪽이기 때문에 Buy side라고 한다. Sell side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서 적절한 가격을 책정해서 거래를 하는 것이 주목표이고, Buy side는 미래의 가격을 예측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주목표이다. 한 퀀트 블로거 분이 이 부분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셨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고객이 보라색 페인트를 원한다. 하지만, 보라색 페인트가 시중에 없다. 셀사이드 퀀트는 고민하다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시장에 있는 빨간 페인트와 파란 페인트를 이용하여 보라색을 만들자. 자 빨간색 페인트가 1통에 4,600원. 파란색 페인트가 1통에 6,200원이네. 일단 두개를 섞으면 보라색 2통을 얻을 수 있다. 자, 가격을 보자 4,600원 + 6,200원은 10,800원이다. 한 통에 5,400원에 팔면 된다. 아니지. 페인트 원료비, 페인트 섞는 솥단지가 있는 공장까지 운임비. 내 옷에 다 튀어서 옷이 엉망이 되면 세탁비까지 따져서 한 통에 7,000원에 팔자. 하나 팔면 1,600원씩 이익이다. 두 통을 파니 3,200원의 수익을 냈다. 신난다. 이것이 셀사이드 비즈니스다.
바이사이드는 어떤가? 수많은 셀사이드가 보라색 페인트를 팔기 시작했다. 시장엔 보라색 페인트가 대유행이다. 보라색 페인트 가격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보라색 페인트 하나 구하려면 몇 개의 셀사이드를 찾아다녔는가. 격세지감이로다. 인터넷을 조회해 보니 보라색 페인트 시세는 한 통에 10,000원이다. 바이사이드 퀀트는 고민한다. 이 보라색 페인트가 나중에 가격이 오를까? 지금 사둘까? 역사적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은 가을이 되면 보라색 수요가 크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보라색 페인트 가격은 오를 것이다. 며칠 후 보라색 페인트 가격은 13,200원이 되었다. 바로 되파니 3,200원의 수익을 냈다. 셀사이드, 바이사이드 똑같은 3,200원의 수익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구조가 다르다. 퀀트에게 요구하는 능력도 당연히 다르다.
(출처 : http://m.blog.naver.com/nomore_bet/70184174191)
Sell side도 실적이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비즈니스 또한 중요한 부분인 반면, Buy side는 철저한 성과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헤지펀드에서 가장 유명한 룰로 2-20 룰이 있는데, 이는 맡긴 돈의 2%를 수수료로 떼고 얻은 수익의 20%를 성과 보수로 가져간다는 뜻이다. 어마어마한 성과보수 때문에 최상급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연봉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바로 짐을 싸야 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헤지펀드에서는 분석 능력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주로 경력직을 뽑는 편이다. 특히나 다양한 분석 경력이 있는 투자은행 2-3년 차들을 뽑아서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 은행에서 자기자본 거래 부서가 사라진 이상, 진정한 의미의 큰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주로 Buy side이기 때문에 많은 금융권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1년에 제대로 된 수익률을 내는 헤지펀드는 1/3밖에 안되고, 수많은 헤지펀드들이 수익 실패로 인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때문에 스트레스의 정도는 전반적으로 투자은행보다는 높을 거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자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내가 헤지펀드에서 일 하면서 가지는 리스크는 어떤 식으로 헤지 할까? 고민해볼 인생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