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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Feb 14. 2022

새로운 팀에 합류하면서 세운 단 한 가지 목표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회고

새로운 팀에서 일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다. 3개월 온보딩 기간이 끝나면 꼭, 회고를 남기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시작이 늦어졌다.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면 항상 시작이 어렵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보다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힘을 빼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꺼내놓아야지.라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그제서야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새로운 팀에 합류하면서 세웠던 단 한 가지 목표는, 무엇을 짠! 하고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큰 기복 없이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유일한 목표이기도 했고 그래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김창준 님의 『함께 자라기』에서도 하는 얘기지만, 사람이 미우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밉게 들린다. 사람은 의사 결정을 내릴 때 감정적인 영역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디자이너는 설득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100장 분량의 근거를 가져가도 사람이 미우면 설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함께 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좋은 사람'이라는 준비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 세운 단 하나의 목표 달성에는 꽤나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입사 3개월 차에 동료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결과를 보면서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었다. 잘하던 것들은 계속 잘해나가고 부족한 점은 꼭 채워보겠다는 다짐의 차원에서, 받았던 내용들을 오픈해보려고 한다. (실명 혹은 너무 특정적인 내용은 블라인드 처리..)



1. 협업 스킬은 어떤가요? (평균 9점)

2. 전문성 수준은 어떠한가요? (평균 8.3점)


3. 이 동료를 회사에 꼭 남겨야 하나요? (평균 9.3점)


이미 알고 있던 내 모습에 팀원들의 피드백을 얹으니, 나의 강점과 약점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협업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일관되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에, 상대적으로 디자이너로서 더더욱 뾰족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고도화된 디자인 시스템 구축 역량과 같은 부분은 성장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한 것 (Keep)
: 커뮤니케이션, 신뢰 쌓기


동료 평가에서 일관되게 언급된 코멘트는, '커뮤니케이션하기 편안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도 사람이 미워서 틀린 말처럼 들리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동료의 신뢰를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그래서 협업할 때 이 사람이 지금 뭘 하고 싶어 하고 어디서 답답한 감정을 느끼는지, 그것을 함께 협업하는 디자이너로서 내가 어떻게 뚫어줄 수 있을지의 관점에서 동료와 일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 보충하자면, 이것과 반대 방향의 시나리오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강하게 주장하는 그림 정도가 될 것이다)


입사 후에 내 몸이 가장 먼저 움직인 방향은 개발팀이었다. 개발팀의 마음을 맨 처음 공략해야겠다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역량으로 당장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한 문제가 디자인단에서 개발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시스템에서 Foundation 이라고 얘기하는 color, typography, spacing 규칙 정하기, 가급적 8의 배수로 짝수 간격 사용하기, 시안 그릴 때 박스 잘 쳐주기, 컴포넌트 재사용성 높이기 위한 노력 등등..)



결과적으로 동료로부터 개발 생산성을 올리는데 기여했다는 피드백을 받은게 참 뿌듯했다. 동료가 좀 더 편하게 일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면서도, 팀의 생산성을 높여서 결국 조직이 가고자 하는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내가 뭐라도 해낸 게 있구나. 하는 생각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것,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러면 자연스레 방어적인 태도가 사라지고 마음이 열리더라. 그리고 내가 마음을 열면 높은 확률로 동료도 마음을 열어주던데, 그렇게 서로의 신뢰가 쌓여나간다고 생각한다. 신뢰는 곧 자산이 되지 않을까. 훗날 내가 실패했거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할때,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산.




부족했던 것 (Problem)
: 더 주도적인 디자인 의사 결정


나는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충돌하는 상황을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사실 일할 때는 필연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디자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종종 PM이나 조직에서 더 권위가 높은 사람의 의견에 쉽게 따라가버리곤 했다. PM과 함께 일할 때, 자. 여기 문제 해결을 위한 5가지 솔루션을 준비해뒀으니, 너가 보고 어떤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인지 판단해봐- 라는 식으로 최종 판단을 다소 PM에게 의존하기도 했던 것 같다.


건강한 충돌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원 팀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PM과 디자이너 개발자와 마케터는 포지션마다 각자의 관점이 있다.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코멘트는 지극히 각자의 관점과 이해관계에서 시작되기 쉽다. 그래서 더 더욱 각자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꺼내놓아야하지 않을까. 어딘가에 너무 편향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결론은 디자이너의 관점도 충분히 소중한 것이니 내 의견을 조금 더 자신감있게 꺼내놓자는 것. 다행히 2-3개월 차에 이 지점을 느끼고, 요즘은 조금 더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내 의견을 꺼내놓으려 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노력할 것 (Try)


: 조금 더 앞으로 나서서 실행하기

나는 고민이 많아서 종종 실행이 늦는 타입이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자신있는 분야에선 굉장히 실행이 빠르지만, 모른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는 주저함이 앞서면서 실행이 늦어지곤 한다. 근데 두려워했던 것들도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 협업 규칙 만들기, 기초적인 디자인 시스템 잡기, 복잡한 플로우의 피처 QA하기, 유저 인터뷰하기 등등. 나는 애초에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조금은 걱정을 외면하고 앞으로 나서도 되지 않겠는가. 조금 더 앞으로 나서서 동료들과 지금보다 조금 더 충돌해보자.


: 지금 보다 더 유효한 관점 쌓기

나는 디자이너로서 지금보다 더 유효한 관점을 팀에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데이터로는 답을 내리기 힘든, 결국 직관을 믿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료들이 나를 믿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직관이 생기기 위해서는 평소에 원기옥 모으듯이, 부지런히 인풋을 쌓아두는 것 밖에는 답이 없어보인다. 법률 관련 도메인 지식이나 좋은 UX 사례, 인지 심리 관련 연구 결과 등등. 당장은 드라마틱한 변화가 보이진 않을거다. 그냥 꾹꾹 눌러 담다 보면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이 올텐데, 그것이 곧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직관의 근거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면 좋을 것) 관점을 더 잘 전달하기 = 프레이머 공부

잘 전달한다는 것은, 곧 팀원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얘기다. 말로 잘 설명해서 공감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Framer 프로토타입이 떠올랐다. 원래는 멈춰있는 피그마 시안을 보고 인터랙션을 머릿 속으로 상상해야했다면, Framer를 사용하면 제품이 실제로 동작하는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사용성 이슈들을 미리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피그마 다루는 것만큼 Framer도 잘 다뤄서, 더욱 동적인 인터랙션이 포함된 프로토타입을 정말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냥 만드는게 아니라 빨리.. 만드는 것) 그것도 디자이너로서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동료들이 디자이너의 관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테니까.


ps.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글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는 걸 많이 느낀다. 그래서 새로운 글을 쓰기 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놓지 않을 수 있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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