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영화는 왜 하는 걸까?

by 권태욱



DOCKING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 더 넓게는 영화는 왜 하는 걸까?

이창재
수업 중에 한 학생이 자기는 예술을 무슨 의미로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나름 비유를 했다. 꽃의 존재 목적은 좋은 벌이나 나비가 오게끔 하는 건데, 실은 나비나 벌이 꽃이 아름다워서 오는 게 아니다. 향 때문에 온다고 한다. 멀리서 그 향을 맡고 오는 것이다. 그러면 꽃은 왜 그렇게 예쁘게 그리고 다르게 피는걸까? 왜 그렇게 아름다운 꽃이 지천으로 또 각기 다른 모양으로 피는걸까. 이게 어떤 이로움이 있나? 꽃의 기능만으로 따져본다면, 꽃이라는 상징의 모양이 똑같은게 오히려 벌이 찾기가 쉽지 않나. 그저 똑같은 모양으로 향기만 다르게, 잔뜩 내면 되는데 그토록 멋진 자태를 드러내는 건, 꽃들이 아름다움을 스스로가 표현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로 인해 우리는 그 아름다운 꽃의 향연을 즐기고 누리고 닮아가려하지 않나. 그게 우리가 예술 하는 일 같다. 기능적으로나 공학적으로 똑같아도 우리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꽃이 됐을 때 세상은 그 다양한 예술의 향연을 누리고 더 풍요로워지는게 아닌가. 예술의 목적이란 걸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런 거하고 비슷하다고 본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예술가들이 가진 현시욕 같은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하는 사람들은 다들 내성적인데, 내성적인 안에는 자기를 드러내려는 강한 욕망이 있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꽃이 피는 것처럼 자기를 활짝 드러낼수록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다. 그게 꽃의 운명이고 예술가의 운명이 아닐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나서 나 스스로 참 잘 했구나 생각했다...하하하.


스크린샷 2018-09-25 오전 11.32.01.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캠퍼스 전도 탐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