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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Oct 21. 2018

작고 사소하지만

감정이 뿅 하고 튀는 순간들 잡아두기

2018년엔 살림살이가 조금 더 나아지면서, 내 취향을 찾는 것이 삶의 큰 화두가 되었다. 귀여운 인턴 월급으로 끊임없이 소소한 탕진잼을 실천해나갔고, 이것 저것 부딪혀보면서 내 솔직한 마음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나갔다.


평온하게 흘러가던 내 감정의 그래프가 순간적으로 확 튀어 오르는 때. 그 순간들을 놓치지 말고 꼼꼼하게 기록해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실마리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너무 아깝잖아.


그래서 10월 1일에 새로운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이름은 supertinysmall





나는 사소한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습성이 있다. 집 앞 아파트의 외벽 색깔, 하루의 마무리에서 얼굴에 팩을 얹으며 느끼는 감정, 오르내림이 랩하는 걸 보면서 나다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헐렁한 최애 맨투맨을 입고 챱챱해진 저녁 바람을 맞으며 합정으로 맥주 마시러 나갈 때의 하이한 감정.

 

사실 누군가에겐 별일 없는 것들일 수 있고, 정말 작고 사소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supertinysmall이란 이름을 붙여보았다. 이름을 붙이고 계정을 만들고 나니까 자연스레 더 많은 사진을 찍고 더 많은 글을 쓰게 되더라. 정말 좋은건 그래서 더 열심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형체가 없던 것이 그릇을 찾고 이름을 갖게 되니 괜스레 더 애착이 가는 그런 게 아닐까.





그렇게 지금까지 발견한 나의 슈퍼타이니스몰한 것들.


마이클 부블레 아저씨의 캐롤
마이클 부블레 아저씨 라이브 스피커로 듣기
숭님의 ins.note 중경삼림을 사랑한 사장님
그리고 또 마이클 부블레 라이브 영상
잠들기 전에 스탠드 켜놓고 듣는 다린 노래
그리고 잠들기 전 가벼운 한 잔
회사 갔던 어느 날 점심 먹고 마신 10000LAB 커피
눈으로 볼 땐 이쁜데 사진으로 안 담기는 오류동역
만만한 로우로우 신발.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 스타일에 대한 고찰
편의점에 들어온 제주맥주 신상 그리고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블루문
우리 집 앞 아파트 외벽 페인트 색상과 하늘
양배추를 사랑해
모든 요일의 기록을 기록
pomplamoose의 커버 영상
성수동 제일
나의 커리어와 행복이 어쩌면 분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라이브를 듣고나면 특별하지 않았던 노래가 특별해지는 경험
일단 책은 많이 사두고 손에 닿는 곳에.
디퓨저야 왜 넌 여기에 있니
눈으로 본 것이 온전하게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상황2
홍대 블랑에서 내 최애 자리 발견
무인양품의 휴식 중 팻말
잠들기 전 온전한 내 시간을 갖는 건 정말 중요하고, 보스 스피커는 짱이야
언제 봤다고 오래 본 사람처럼, 편해
헐렁한 맨투맨 한 장 입고 털래털래 맥주마시러 합정역 가는 길은 기분이 좋아
취향엔 높낮이가 없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경계해야 해
자기 전 온전한 나의 시간, 그리고 무인양품 베개
눈 깜짝할 새 사라져 버리는 빛의 모양, 그리고 사진으로 잡아두기!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내 말투나 행동들을 잘 관찰해보면 나 다운 게 뭔지 알 수 있겠다.
빡세게 운동한 뒤의 파랭이 팩
바이오 플레인 스위트는 내 최애 요거트
브랜드를 다루는 건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회사 워크샵에서 만난 맘에 드는 사진
오르내림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톰 미쉬 라이브 스피커로 듣기
슈퍼타이니스몰 계정에 대한 것
지금까지 모은 로우로우템들
홍대 블랑


그리고 다시 카테고리로 묶어보기.


음악
내가 소비하는 것들
브랜드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

영화
공간
음식

사진


결국 이것들도 처음엔 계속 발산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특정한 모양으로 수렴되어가지 않을까. 그 순간은 언제가 될까. 그리고 그 모양은 어떨지 궁금하다. 흥미롭고 흥미로워.



supertinysmall 프로젝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보니 괜히 거창한 느낌이 든다. 인스타에 모아둔 단편적인 순간들을 브런치에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은 욕구가 최근에 생겨났다. 결국 내 취향을 찾아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가장 나다운- 세상에 없는 오리지널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당장은 나다움, 오리지널리티라는 영역에서 요즘 갑자기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래퍼 오르내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주용이형이 오르내림보면 자꾸 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아.


그렇게 얕고 넓지만 동시에 깊게. 지금 당장 내 손에 닿아있는, 영상과 사진 그리고 글. 디자인이라는 도구들을 잘 섞어보면 온전하게 나다운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나랑 완전히 똑같은 사람 없는 것 처럼.


다음 시리즈가 얼른 나올 수 있길.

태욱이 화이팅


그리고 일주일만에 다시 글을 꺼내보았는데 무엇인가 부끄럽고 불편해 내가 쓴 글인데 내 글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모습이 담겨있기도 한게 기분이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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