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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욱 Jun 06. 2019

엘리스네 집을 소개해요.

그래서,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안녕하세요, 권태욱입니다.


포르투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해 준 엘리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해요. 엘리스의 사랑스럽고 완벽한 호스팅을 언젠간 에어비앤비에 꼭 자랑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닿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


저는 올해 1월, 3주 동안 포르투의 중심부에서 살짝 떨어진 엘리스의 집에서 머물렀어요.


Elis House'S And Family
https://bit.ly/2EVrHVV 


저는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발 딛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해요. 현지 로컬로 빙의해서, 잠시 동안 그 공간에 푹 빠져보는 여행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사랑한답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떠날 때면 호텔보단 에어비앤비를, 그리고 집 전체보단 호스트가 상주하는 집의 개인실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해요. 개인실을 렌트하는 것이 더 저렴하기도 하고,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아요)



앨리스와 함께했던 21일간의 포르투 에어비앤비 경험은 밤을 새워서 얘기해도 모자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잠시 접어두고, 앨리스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던 몇 가지 이야기만 꺼내볼게요. 아래의 글은 포르투에서 3주간 지내며 매일 썼던 일기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에요.






첫 번 째. 앨리스 가족과의 첫 만남


엘리스네 집에 도착했는데, 엘리스의 어머님이 계셨다. 영어를 하시지 못했지만, 몸짓 발짓으로 엄청 최선을 다해서 집의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에어비앤비 다니면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다 챙겨주는 호스트는 처음이었다. 방도 꽤나 큰 사이즈고, 모든 공간에 웬만하게 필요한 물건들은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3주 간 살 집에 내 짐들을 풀었다.


밤 열 시 반이 넘어서 엘리스가 도착했고,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엘리스는 에어비앤비를 비즈니스로 생각하지 않고, 정신적인 테라피로 생각한다고 했다. 남편과의 사별 후 심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담당 주치의가 에어비앤비를 권해주었고 실제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엘리스는 나에게 게스트가 아니라 이제부터 친구고 가족이며,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내란 얘길 해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집에 있는 모든 공용 공간과 물건들을 내 집처럼 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엘리스는 테이블에 앉아 두 시간이 넘도록 포르투의 모든 것들을 알려주려고 했다. 관광지-로컬 맛집-와인, 와이너리-여행 중 비상시 대처 방법까지. 처음 도착했을 때의 엘리스 어머님도 엄청나게 친절하셨는데, 감동 2 연타였다. 어떻게 이런 호스트가 있을까.


밤 열 두 시 반.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들 자는 시간인지 복도는 조용했다. 엘리스가 너무나도 사랑으로 케어해줘서, 숙소의 치명적인 단점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방음이 좀 안되면 어때. 시끄러울 땐 이어 플러그 끼면 되지.라고 편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렇게 된 것도 결국 내 손으로, 내 선택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다. 행복하러 온 여행이니까. 좋은 것들만 생각하기도 부족한 시간들인데 말이야. 정말 푹신하고 아늑한 침대에서, 포르투갈에서의 첫날 밤을 맞이했다.





두 번째. 앨리스 가족의 크고 작은 보살핌들




∙ 상다리 부러질 것 같은 조식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성스러운 조식이 준비되었다. 덕분에 매일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 호스트의 섬세한 배려


아침 러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호스트의 어머님이 엄청 깨끗하게 방청소를 해두셨다. 단순하게 침대 시트 갈고 먼지 털어주는 수준의 청소가 아니었다. 3박 4일 동안 지내면서 내가 풀어놓은 짐들을 보시고, 좀 더 보기 좋고 사용하기 편하게 방을 재정비해주셨다. 선반 위에 흩어져있던 물건들을 쟁반 위에 가지런히 다시 정리해주시고 내 옷도 종류별로 분류해서 이쁘게 개어놓으셨다. 이런 정도까지를 생각한 게 아닌데, 항상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



 3주 내내 계속된 친절



집에 항상 계시는 호스트의 어머님이 빨래 건조까지 다 해서 주시고, 심지어 다리미 빌려달라고 했더니 옷을 다려주시기까지 했다. 아침 먹고 남은 설거지도 뺏아가셨다. 그리고 이것은 한 번이 아니라 이 숙소에 머무르는 3주 내내 계속되었다. 포르투에서의 좋은 기억은 숙소에서 많이 가져가게 될 것 같은 느낌.



∙ 브라질 스타일의 대구탕을 함께한 날


에어비앤비 아줄레주 워크숍 가기 전에 라면 먹고 출발하려 했는데, 호스트의 어머님이 점심을 드시고 계셨다. 브라질 스타일로 만든 대구탕이라며 원하면 나눠주겠다고 했다. 당연히 OK 하고 먹어봤는데, 딱 한국에서 먹는 대구탕 맛이 났다. 들어간 야채들이 좀 낯설었지만, 생선은 딱 대구탕의 그 맛. 홈스테이 하는 기분 들고 좋았다.



∙ 쌀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다.


침대에 앉아서 노트북 펼쳐놓고 일기를 쓰던 중이었다. 호스트 할머니가 방문을 똑똑 두드리시더니, 부엌으로 따라와 보라고 했다.



직접 만들어주신 쌀케이크를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이 케이크 너무 좋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었다. 종이에 레시피까지 적어주셨는데, 오늘은 그 레시피를 직접 시연해주시겠다고 했다. 재료들을 하나하나 보여주시면서 베이킹 수업을 하시기 시작했고, 열심히 눈치 굴려가며 sim, sim(yes, yes)를 외쳤다. 말이 통하지는 않아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는 진심이 느껴져서 참 좋다.



∙ 포르투갈에서 숙취를 이겨내는 법


어느 날은 술을 정말 많이 마셨고, 다음날 아침 역대급 숙취를 겪었다. 호스트 어머님께 포르투갈식 숙취 해소법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특효약이라며 차를 우려 주셨다. 차에 들어간 나뭇잎의 정체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 꽤 효과가 좋아서 그 이후로도 계속 그 차를 찾곤 했다.



∙ 어느 날 호스트에게서 온 장문의 메시지


호스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바빠서 얼굴 보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며, 따로 시간 내서 점심이나 저녁 먹을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고 얘기했다. 개인적인 사정이 어떤 건지도 대충 건너 들었고, 나 때문에 걱정 안 했으면 하는 마음에 엄청 열심히 이 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는 걸 피력했다.




세 번째. 포르투와 작별 준비하기


∙ 옆 방 한국인 게스트와의 홈파티


이런 정도의 대접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호스트가 준비해준 포르투갈 방식의 저녁 식사. 그리고 지금 묵고 있는 한국인 게스트들이 준비한 삼겹살 떡볶이. 치즈, 올리브, 찜닭이랑 맛난 디저트, 포트와인이랑 그린 와인까지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너무 신나게 떠들면서 먹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못했다.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서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하시는 것도 봤고, 아마 이거 다 돈으로 따지면 내가 낸 3일 숙박비 이상은 될 것 같다.


호스트는 우리 집이 하나의 세계 같다는 얘길 했다. 실제로 웬만한 나라의 사람들은 다 한 번씩 이 집을 거쳐갔고, 이 집에서 정말 다양한 삶의 모양을 목격했다고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욕조를 쓰지 않는 이스라엘 게스트와 조그만 핸드 타월로 매번 샤워를 대신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음식도, 사람도, 분위기도. 모든 게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다. @airbnb 한국 담당자님 보고 있나요. 이 호스트한테 상 줘야 해요ㅠ 정말로.


저녁 먹던 중에 포르투갈어 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받았다.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말을 쓰면 조금 더 여행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그리고 나를 너무 잘 챙겨주시는 호스트 할머니 할아버지랑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서 조금씩 공부를 했다. 2주가 조금 넘은 이 시점에서 여전히 눈치로 많은 부분들을 이해하고 있지만 조금씩 단어가 들리고 그걸 바탕으로 무슨 말인지 유추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언어 공부를 시작하면 실력이 훨씬 더 빨리 늘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 포르투와의 작별 준비하기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순간들이 담긴 18장의 사진을 골랐고, 집 앞 프린트 센터에서 엽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호스트의 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시니까 영어 하나, 포르투갈어 하나.



∙ 정말 감사했습니다. Muito Obrigado!



포르투 숙소를 떠났다. 아파트 대문 앞까지 호스트 할머니가 마중 나와서 나를 배웅해줬다. 한국에서 만 키로나 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나다니.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정말 고맙습니다 엘리스 가족.

다음에 포르투 여행을 다시 하게 된다면 꼭 이 곳을 다시 찾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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