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창호
김명섭
영하 20도가 넘던 날 노래방 천장
스프링쿨러가 얼어 터져 쏟아지는 폭포수
목수가 점검구 열어 보라는 말
귀에 고드름으로 달렸다
가출한 사춘기 아들과 뒤늦게
시내 구석구석 숨바꼭질 하며
손가락에 침 발라 내 가슴 뚫던
창호지 그 구멍, 충혈된 눈으로
이제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소방차가 사이렌 울리며 지나가고
칠순에도 이혼 도장 찍는 모습
티브이 창에 무심코 흘러가는데---
아직 손톱 밑에 가시가 안 들어 그런가
하루하루 편안히 산다는 것
가까이 있는 물건들, 사람들
사용기한이 녹슬어 구멍나지 않게
수시로 점검구 열어 보는 일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