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농사를 지으시던 어머니께
김명섭
쑥대밭에 청춘을 심어놓고
잡초를 뽑듯 한숨도 솎아내며
눈물도 주시더니
어머니란 명분을
조 이삭처럼 여물리셨습니다
좁쌀 같은 바램이나마
도리깨로 떨어내어
가난의 껍질을
절구에 벗기시던 당신
지저분한 검불도
쭉정이 진 마음도
키에 담아 까불러서
조 알맹이만 고르는
삶의 가을걷이를 가르쳐 주셨죠
올해도
제 가슴엔 조 농사가 풍년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뼈 아픈 말씀이 도진
그 손으로 키우고 있으니까요
김명섭의 브런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