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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우리 Apr 13. 2021

리모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배운 것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했던 새로운 협업 그리고 실패에서 배운 것들

2020년 3월, 스웨덴에서 학교를 마치고 인턴생활을 막 시작하던 때, 학교 전체 메일 계정으로 사이드 프로젝트의 UX/UI 디자이너 구인 메일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프로젝트의 주제에 관심이 많이 갔던 터라 참여하고 싶다는 답장을 보냈고, 바라던 대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거의 모든 스웨덴의 회사들이 Work from home을 실천하고 있었던 터라, 저희도 리모트(Remote) 환경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팀원은 총 5명이었고, 1명의 프로젝트 매니저, 2명의 디자이너, 2명의 백앤드와 프런트 앤드 개발자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 가지 이유로 프로젝트는 중단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리모트 환경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은 저에게 굉장히 새로웠습니다. 아이디어에도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끝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고, 그에 대해 큰 아쉬움이 남았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저희 팀이 잘하지 못했던 것을 회고하며, 그 회고에서 배운 점들을 아카이빙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Water cooler effect라고 들어보셨나요?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재택 혹은 원격근무 환경에서 water cooler모멘트를 사내 랜덤 비디오 채팅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원격근무를 하는 회사와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워터쿨러 효과(water cooler effect�)'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회사 내에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충분히 크게 만든다면 근로자들 간 사내 의사소통이 활발해질 수 있고, 이러한 자유로운 소통에서 직장 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실마리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도 합니다.


저희 팀은 팬데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원격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워터쿨러의 경험을 재현시키고 싶었고, 더 나아가 이 아이디어를 새로운 형태의 사내 네트워킹 앱으로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많은 회사들이 이미 원격근무 형태로 근무환경을 전환했고, 펜데믹이 끝난 후에도 많은 회사에서 원격근무를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팀은 이 서비스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런칭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테스트를 해보기로 계획을 했었습니다.




프로젝트 여정


2020년 4월: 첫 팀 미팅

드디어 첫 번째 팀 미팅! Zoom에서 팀원들 모두 처음 만났습니다. 저희는 기능과 서비스에 대해 자유롭게 아이데이션을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피그마에서 간단한 앱의 플로우를 그렸습니다. 미팅 후 디자인 팀은 와이어프레임을 발전시켜 팀원들과 공유했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여 꾸준히 업데이트했습니다.

회의 중에 같이 그린 첫 와이어 프레임


와이어프레임을 발전시키는 도중, 저희는 팀의 아이디어(원격근무 환경에서 워터쿨러 모멘트의 재현)의 가능성과 유저들의 반응이 궁금했고,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이자 마지막 유저 테스팅   

같은 회사, 같은 팀 3명의 사람을 1그룹으로 묶었고, 이러한 9그룹(=27명)을 상대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했습니다. 물론, 모든 참가자들은 집에서 원격근무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Zoom으로 초대를 했고, 10분 동안 랜덤 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관찰했고, 대화가 끝난 후 이 채팅 경험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거의 모든 참가자들은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10분의 대화 도중 7-8분 정도에 어색한 침묵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9명의 테스트 그룹 중의 6개 그룹에서 발생하였습니다.


테스트를 관찰한 결과, 저희는 이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이라 확신을 했습니다. 또한 관찰 결과 대화 도중 발생한 어색한 침묵을 방지하고, 대화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능 '아이스브레이커'를 넣기로 결정했습니다.



2020년 5월: 디자인, 피드백, 디벨롭 끊이지 않는 굴레 ⚙️

이 시기에는 와이어 프레임을 실제 프로토타입으로 발전을 시켰습니다. 지속적인 미팅과 피드백이 오가는 동안 몇 가지의 feature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워터쿨러 앱의 전반적인 그래픽 스타일에 기반한 다양한 일러스트와 아이콘을 제작했습니다. Remote working 환경의 refresh moment를 표현하기 위해 밝고 경쾌한 컬러와 폰트를 사용했으며, 앱을 사용하는 다양한 유저들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동물들을 이용하여 일러스트를 제작했습니다.

스플래쉬, 어카운트 세팅, 로딩 그리고 새 유저 추가 화면



2020년 7월: 새로운 아이디어가?!

프로토타입을 발전시키는 도중에, 우리는 워터쿨러의 방향성과 확장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던 도중, 네트워킹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에서 이 서비스의 발전 가능성을 찾았고, 그 버전의 워터쿨러도 만들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2020년 8월~9월: 디자인 또 디자인..

새로운 버전의 워터쿨러를 빌딩 하며, 기존 워터쿨러의 유저 플로우와 UI를 개선했습니다. 유저들의 앱 사용을 자연스럽게 네비게이팅 하도록 몇 가지 스크린과 메시지를 추가했습니다.

워터쿨러 관리자용 웹페이지를 디자인(회사 버전과 콘퍼런스 버전 모두)을 시작했습니다.

관리자용 웹페이지는 유저들이 사용하는 앱과는 달리 훨씬 더 복잡한 기능과 플로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 쉬운 UX를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어드민을 위한 웹페이지



2020년 10월: 휴식... 그리고 체크인 미팅

디자인팀과 개발팀에서 프로덕트를 만들 동안에, 우리 팀은 새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할 대상을 찾고 있었습니다. 몇 개의 회사와 단체에 컨텍을 해 보았지만, 결국 테스트할 대상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팀원들 각자의 바쁜 일로,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잠시 쉬기로 결정했습니다. 10월의 체크인 미팅을 끝으로, 프로젝트는 그렇게 끝나 버렸습니다. 흥미로웠던 아이디어였고, 작게나마 실제 워킹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결실을 얻지 못한 이 프로젝트에서도 분명 배운 점이 있었고 지금부터 그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체크인에서의 팀 보드. 팀의 여정과 서로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함께 적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배운 것들


1. 프로젝트가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려면 명확한 단기, 장기 목표와 그에 따른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 팀이 놓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계획(Planning)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계획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대략적인 타임라인이라도 초기에 만들어 두었더라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언제까지 이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프로젝트 진행 중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바꾸고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했는데, 이로 인해 개발이 늦어졌습니다. 제가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팀에게 꼭,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프로젝트의 타임라인을 그려보자고 말할 것입니다. 그만큼 이 프로젝트로부터 계획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2.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MVP개발과 적절한 개발 범위 설정의 중요성)

돌이켜보면 우리 팀은 아직 프로덕트 개발 초기 단계에 있었고, 그 단계에서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구동이 되는 프로덕을 만들려는 욕심에 우리는 디자인을 하면서도 기획에도 없던 Feature들을 추가를 해왔고, 새로운 버전까지 구상해 그것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팀원 모두 프로덕트 빌딩과 피드백, 수정, 끊임없는 이 사이클에 모든 에너지를 불태웠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중단이 되었죠. 우리가 초기에 MVP개발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했더라면, 이러한 에너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프로덕트를 개선하는데 분배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의미 있는 결과(MVP 테스트 결과(?)) 하나쯤은 건지지 않았을까요.



3. 좀 더 나은 워킹 스트럭쳐(working structure)에 대한 아쉬움

우리는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전체회의를 했었고, 각 팀에서는 팀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며 일을 했습니다. 디자인 팀은 각자 알아서 맡은 업무를 진행했고, 필요시 적절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일하는데 불편한 점이 크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디자인 팀과 개발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필요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전체회의 때 모든 디자인 업데이트를 공유해서, 개발팀에서 피그마만으로 개발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 팀 간 커뮤니케이션이 없어서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서로 알기 어려웠습니다. 디자인팀과 개발팀이 서로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프로덕트 개발에 좋은 영향을 줬을 거라는 개인적이 생각이 있었습니다. 또한 주도적으로 개발자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좀 더 생산적인 팀 스트럭쳐에 대해서 리서치해보고, 커뮤니케이션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았으면 이러한 아쉬움이 덜 했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디자인해서인지 묻혀두기 아쉬운 스크린들�




우리가 일했던 방식 중에서 좋았던 점들


1. 커뮤니케이션 방식

모든 미팅과 커뮤니케이션이 원격으로 진행되었다 보니, 저희는 자연스럽게 메시지로 모든 것을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따로 Slack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의 한 채팅창 안에서 모든 팀원이 대화를 했는데, 이 메신저의 특성 때문인지 바로바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부담 없이 사용하기 좋았습니다. 모든 대화 내용을 팀원들이 볼 수 있어서 한 번에 모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 편리했고요. 또한 채팅창에 모든 대화의 내용이 남아있어 따로 아카이빙을 하지 않아도 대화의 히스토리가 남아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찾기 편했습니다. 그리고 노션에 필요한 자료를 업로드해두었고, 피그마로 디자인을 공유했습니다. 팀에서 다루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우리 팀이 잘했던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 "Be on the same page"

이것은 하이퍼아일랜드의 중요한 팀 워킹 스트럭쳐 중의 하나로 "같은 페이지를 보면서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팀원들 모두 하이퍼와 연관된 친구들이었다 보니, 어찌 보면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Be on the same page"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는 어떠한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때 모두가 알 수 있게 그에 관한 배경이나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서로의 의견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3. 서로에 대한 믿음(Trust) 그리고 아낌없는 격려(Supporting)

제가 생각하는 우리 팀에서의 "믿음과 격려"이란 각 개개인의 능력과 전문성을 믿고, 그 사람이 내린 결정과 작업물을 지지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믿으며, 서로가 더 창의적이고 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왔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데 모두 주저함이 없었고,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태도가 팀의 문화가 되었고 비록 이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다음 협업을 할 때에도 꼭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아이디어였고,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던 아이디어였는데 이대로 끝나게 되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무언가 손에 잡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팀원들과 새로운 방식의 협업을 경험했던 것으로 만족해야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협업의 과정과 그 안에서의 고민들이 다음 협업에서의 좋은 밑바탕이 될 거라 믿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하시며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열정 어린 응원을 보내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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