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봇"이 왜 "로봇"인 줄은 아니?
들어가는 글
: 요즘 로봇은 공학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이 로봇을 '알게'되었지만, 정작 '로봇'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로봇과 AI는 다른 걸까요 같은 걸까요? 과연 로봇은 무엇일까요? [로봇은 내 친구]에서는 로봇공학자로서, 로봇이 무엇인지 그리고 로봇이 어디로 나갈지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사실 로봇공학자도 자기가 하는 로봇 빼고는 잘 모르고 역사는 더더욱 모르기 때문에 저도 공부하면서 씁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미리 사과드리며 적극적으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ROBOT".
이 다섯 글자만 보고 우리는 뭘 알 수 있을까요? 이 요상한 ROBOT이라는 단어는 뭔가 약어처럼 생겼는데, 단어 자체만 보고는 도무지 이 단어가 무얼 의미하는지 짐작이 잘 안 갑니다. 특히, 영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유추가 안되죠. ROBOT이라는 단어(앞으로는 로봇이라고 하겠습니다)는 3가지 아이러니컬한 사실이 있습니다.
1. 로봇이라는 단어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 로봇은 영어가 아닙니다.
3. 로봇이라는 단어는 과학자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불과 1920년에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쓴 R.U.R (Rossum’s Universal Robots)이라는 연극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이렇게 보면 과학자들이 이름 만드는 건 정말 없구나 하는 생각도 순간 들기도 하네요. 만약 과학자들이 인간처럼 생긴 걸 만들고 이름을 지었다면, 분명 지금보다 덜 이 이름이 되었을 겁니다. 요즘 AI에서 유명한 chatGPT나 perplexity 같은 거 보세요. 솔직히 얼마나 안 이쁘고 비직관적인 이름인가요? (참고로 GPT의 full name인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나 perplexity 모두 AI 이론의 연장선 네이밍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로봇은 상당히 직관적인 이름입니다. 이 사람이 애초에 그렸던 로봇이라는 건 인간의 일을 대신해 봉사하고 감정 없이 일만 하는 과학자들이 만든 "무언가"였거든요. 그래서 체코어 robota(강제 노동자)에서, a를 뺀 로봇이라고 이름을 붙인 거죠. 이 "무언가"는 일종의 휴머노이드처럼 나오기는 하지만 기계적인 현재 로봇과 비슷한지 혹은 프랑켄슈타인처럼 생물학적으로 괴물과 같은 건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재밌는 건 이들은 결국 공장에서 착취당하다가 반란을 통해 인간을 전복시키는 것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처음 로봇이라는 걸 만들었을 때부터 이러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죠? 어쩌면 인간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게 느끼는 감정은 불안함이 가장 앞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최초의 로봇은 '사람처럼 생긴 로봇', 지금 말로 하자면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1920년에 로봇이 처음 등장하고 나서, 이 연극은 히트를 치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공학계에서는 크게 두각 되지 않았지만, SF 작가까지 이 떡밥을 버려두지는 않았죠. 20년이 지난 1940년 , 아이작 아시모브(Issac Asimov)라는 사람이 이 떡밥을 가지고 옵니다.
그는 로봇을 단순히 무서운 존재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로봇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로봇은 무서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로봇에게 다음과 같은 3원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3원칙으로 그는 로봇의 아버지가 됩니다.
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2. 첫 번째 법칙을 해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3. 첫 번째,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이걸로는 부족했는지 추후 0법칙을 추가합니다.
0. 로봇은 인류에게 해를 가할 만한 명령을 받거나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류'에게 해가 가해지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지금 로봇공학자들은 아버지 말은 내팽개치고 로봇을 만듭니다. 아니, 로봇공학자들이 아버지를 알기나 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저는 로봇공학을 전공했지만 지금까지 이 3원칙을 직접 로봇을 제작할 때 프로그래밍해 넣는 사람 못 봤습니다. 오히려 지금 로봇들은 그 몸값 때문에 상전이라, 펜스 쳐놓고 인간이 로봇 옆에 못 가게 하죠. 물론 지금은 로봇이 전쟁에 쓰일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발전된 상황이라 이 3원칙이 대두돼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때까지만 해도 로봇은 R.U.R의 확장으로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국한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은 훨씬 더 다양해요. 공장에 있는 용접 로봇처럼 생긴 것도 있고, 바퀴 달리고 팔만 달린 것도 있고, 개처럼 뛰어다니는 것도 있죠.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것에 대해 로봇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을까요? 다음 편에는, 로봇의 개념확장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