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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Aug 01. 2019

체육을 사랑하는 싸나이들에게  친 사기

  의외로 재미있게 마친 국어 공개수업

 

  3월 학부모 공개 수업할 과목을 반 아이들과 상의해서 정하였다. 아이들은 거의 국어를 싫어했다. 반이 넘는 수의 아이가 수학을 싫어했다. 전체 거의 학생이 공개수업으로 미술이나 체육을 하자고 하였다. 한 아이는 요즘 새로 배운 영어가 재미있다며 영어수업을 하자고 하였다. 그러니까 선호도는 미술, 체육, 수학... 이런 셈이다. 끝자리가 우리말 과목인 국어다. 왜 싫으냐고 물으니 발표하는 것이 싫고 특히 부모님 앞에서 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하였다.

     

  난독증이 약간 있지만 다행히 자기주장이 확실한 아이나에게 딱 부러지게 엄포를 놓는다.


 선생님, 저는요 국어 공개수업을 하면 학교 결석할 거예요. 싫어요. 국어!” 


  자모를 획순에 상관없이 그림 그리듯이 하는 아이는 이번에 꼭 영어를 할 것을 거듭 말한다. 결국 아이들의 심한 저항에 밀려 국어 공개수업은 못하게 되었다. 생활해 보니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읽고 쓰고 말하기가 부모님 앞에서 할 만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공개수업은 '미술, 찰흙으로 만들기'로 정하여 신나게 하였다. 그 후 클레이로 만들기를 자주 하였으며 지금까지 미술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다. 점심시간에 아이들은 밥을 먹고 청소를 마친 후 부리나케 운동장에 나간다.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축구를 . 미세먼지가 많아 실외활동을 못하는 날과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말이다. 체육을 사랑하는 싸나이들로 이루어진 우리 반이다.


  이번 동료 공개수업은 국어를 하였다. 처음엔 왜 국어를 하냐고 아이들이 나에게 물었다. 순간 '공개 수업 과목이 반마다 지정이 되었다.' 고 말했다.


헉!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지난 3월보다는 저항이 조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응수했다. “왜 이러니 너희들. 국어 시간에 즐겁게 공부하고 있으면서 왜들 약한 모습을 보이고 그래. 평소에 하는 대로 하자.”

     

변명을 하자면 아이들이 국어라는 과목으로도 즐겁게 공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 국어에 위축된 마음을 공개수업이란 도구로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하여 자신감을 갖게 해 주고 싶었다.


 동화를 들려주고 원인과 결과 말하기를 하였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용하여 수업을 하니 아이들도 저마다 할 말이 많았다.

  

 보통의 사람들은 뱀이 동물이 다리가 없는 이유와 그 결과를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지어서 그 벌로 다리가 없어졌고 땅을 걸어 다니지 못하고 기어 다게 되었다. 또 사람들이 싫어하는 존재가 되었다. "


  다른 한쪽을 볼 줄 아는 창의력이 남다른 우리 반 재현이는 이렇게 말한다.      

  뱀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항아리에서 나와  피리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니까 하느님께서 선물로 뱀에게 아름다운 무늬를 주었어요.”

     

  옆에 앉은 강민이가 짝이 발표하는 동안  내용에 맞추어 피리 부는 흉내를 내었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활용한 아이들의 새로운 의견을 쓰고 듣고 발표하는 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적극적이었고 즐거워하였다. 이 단원의 마지막 차시였고 모두 아쉬워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아.

요즘 선생님은 미술 체육 수학 등 다른 과목도 좋지만 국어가 너무 좋단다. 너희들과 의견을 나누고 시 쓰고 하는 과정이 정말 행복해. 너희도 그런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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