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마 Aug 15. 2019

하지만 없는 칭찬

언어습관을 점검하며 짧은 쓰라림을 맛보다

  방학 날. 학교 건물 창틀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교실의 물건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아직 정리가 미처 안된 곳은 마무리를 하고 청소를 하였다. 교실에서 키우던 화분은 방학 동안의 계속 관리를 위하여 화장실 한편에 모여 놓았다.  


  업무포탈에 들어가서 여러 업무사항을 점검하고 수정하였다. 볼 때마다 오타를 발견한다. 원고 퇴고할 때의  횟수만큼 고치고 또 고친다. 이렇게 교실 안 컴퓨터를 해체 운명의 순간 직전까지 사용하였다. 고마운 컴퓨터다. 선풍기의 플러그를 모조리 빼고 덮개를 씌워 주었다. 아이들은 일을 하면서도 밝은 얼굴로 즐겁게 재잘거리며 하였다.

     


  어제는 청소 시간에 아이들이 교실에서 사용하는 공용 학습 용구를 나란히 정리하고 책상 속을 깨끗이 비워 놓았다. 학생 사물함의 여러 물건 중 방학 동안 집에서 사용할 것 챙겨서 집에 가지고 갔다.


  선생님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컴퓨터실에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와 본리하였다. 방학 동안 급식을 하지 않는 급식실에 옮겨다 놓았다. 방학 동안 돌봄 수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돌봄실의 학습물품을  임시 돌봄 교실에 옮겨 놓았다. 방학 동안은 돌봄 수업을 병설유치원 건물 임시 교실에서 하게 되었다.

     



   전교생 방학식을 하기 전, 교실에서 시간을 내어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진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눈을 감 학교에서 이루어진 활동을 떠올려 보도록 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었던 것 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중심으로 하였다.


생일파티가 재미있어요. 과일과 이크도 먹고 기네스북 게임도 하고요. 라면 파티도 하고 축하편지도 받고요.”

저도요.”

저도요.”

한 학기 동안 여러분 신체가 많이 달라지고 운동능력에도 변화가 있죠. 2학기 기네스북 게임으로 다시 확인하도록 하자.

"다음번에도 제가 잘할 거예요." 지난번 게임에서 결과가 좋은 아이가 말하자,

"이번에 제가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운동신경이 최근 부쩍 좋아진 아이가 말하였다.


기네스북이란 말을 3월에 처음 사용했을 때 아이들이 잘 몰라 설명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잊어버리지 않고 사용하니 기특한 각이 들었다.


"저는 클레이로 만들기가 재미있었어요. 2학기에 또 해서 (만든 작품을 가리키며) 쟤네 친구들을 만들어 주어야 해요." 

클레이로 여러가지를 만든다. 만화나 게임의 캐릭터도 만들고 상상의 동물도 만든다.
3월 찰흙으로 만들기, 벚꽃 놀이하고 벚꽃이 있는 풍경 그리기로 시작해서  그리기,  만들기 등  모든 영역의 미술 시간을 다 좋아한다.

     


  특수반이기도 한 아이가 발음이 분명하지 않는 말로 갑자기 얘기하였다.

맞아요. 근데 3월 달이 더 좋았어요.”

3월 말에 생일 축하 파티를 했으니 3월이 좋다고 하겠지. 생각이 들려던 찰.

“3월에 우리 선생님이 000 선생님이 되어서 좋았어요.” 쑥 들어와 말한다.

 왜 좋았어?”

선생님은 화를 잘 안내요. 숙제도 잘 안 내주고요. 공부를 못해도 혼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어서 좋았어요.”

맞아. 화를 안 내셔서 좋아.”


  나는 화도 잘 내고 숙제를 자주 내고 혼내는 일도 많았다. 소리를 지를 때도 있었고...... 부끄웠다. 한편으론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다니 다행이었다. 아직까지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일단 만족이었다. 러면서도 '나를 무능한 교사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말이 난 김에 2학기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선생님에게 서운했거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하도록 하였다. 2학기 생활에 하고 싶은 활동 즉, 요구사항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아뇨. 없어요. 다 좋았어요.”

“(코믹스럽게 웃으며) 하하하하 그럼 완벽했단 말인가요?”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였다.

. 완벽했어요.” 훈이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하자 여기저기서 진지하게 말했다.

완벽했어요!”

정말요. 완벽했어요.”

'너무 좋았어요. 최고예요.!”

하나같이 긍정적으로 말했다.


 어라, 이 녀석들, 이 상황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씩 좋은 말을 하니 칭찬 샤워를 한 기분이었다. 평소 거침없이 말하고 농담도 잘하는 아이들이 이번엔 웃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는 표정들이 약간 당황스다.

 

  어리벙벙한 채로 지난번 혼을 냈던 아이가 생각나 다시 물어보았다.  '집에 가서 '이 말을 할 걸' 하고 후회하지 말고 서운한 거 있으면 지금 말을 해 보라고 하였다. 내 마음엔 아이들의 깊은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 아이가 회상하듯 살포시 웃으며,

좋았어요! 완벽해요! 문제를 늦게 풀어도 혼을 내시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곧 방학 들어가니 선심이라도 쓰는 셈 치고 아이들이 나를 칭찬한  것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아이들을 다양한 학급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로 채근도 하고, 때로는 인사를 안 한다고, 청소대충 한다고, 친구와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혼을 내기도 했.


   방학에 들어가는 날. 흔쾌히 덕담을 해 주는 아이들의 순수한 칭찬 스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자주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건 잘했어. 좋아. 하지만 저건 조금만 고쳐, 노력해. 그럼 더 좋아질 거야.”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듣는 친구는 어떤 기분이겠니.”

잘했어요. 그런데 여기도 잘 하자.

     

순수하게 오롯이 칭찬을 하지 않았다. 행여나 우쭐할까, 또 자신보다 못한 친구들을 낮게 볼까, '하지만'이라는 어법을 사용하였다.


 아이들의 순수한 칭찬 한마디이런 어법을 비추어 보았다.  나의 언어습관을 점검해 보며 짧은 쓰라림을 맛보았.

     


  

나는 나의 부족한 점을 안다. 아이들에게  못해 준 것도 많다는 걸 안다. 그러나 아이들의  선생님, 이건 좋아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거예요.”라고 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 개학 후에 해도 늦지 않을 말.' 하지만'이라는 단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상대방을 완전히 인정해 주는 말을 들으니 완전히 뻑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오늘 같이 방학에 들어가는 날. 타이밍도 좋다.


  ' 아이들의 칭찬에 더욱 힘을 받아서 아이들을 더욱 사랑할 것이고 서로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


캐릭터 생활용품 만들었어요. 벽에 붙여놓고 안에 칫솔 등을 넣는 통으로 사용할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체육을 사랑하는 싸나이들에게 친 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