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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Sep 02. 2019

아이가 돌에 맞아 얼마나 아팠을까

갖가지 상상을 하며 헐레벌떡 병원 문을 들어간 이야기

점심을 바삐 먹었다.

창의 과학축제를 위한 과학 준비물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부스는 ‘반짝반짝 LED 천둥소리 만들기’였다. 하필 준비물을 신청한 과학 사이트의 제품이 품절이 되었다고 행사 준비 막바지에 연락이 왔다. 급히 유사한 제품으로 바꾸어 다시 주문하였고 행사 시작 전에 도착하게 해 달라고 여러 번 업체에 부탁하였다.


재료가 도착했는데 행사를 준비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만들어 보기를 해야 한다. 다음날이 행사다. 수업 후에는 행사에 관한 최종 회의와 점검이 있으니 5교시 시작 전에 연습을 마쳐야 한다. 설명서에 쓰인 작은 글자를 꼼꼼히 보고 만들자니 마음이 조급하였다.


  “선생님. 지금 선생님 반 명수가 민재 머리를 돌로 내리쳐서 민재 엄마가 왔어요. 병원에 민재를 치료하러 데려갔고요. 치료 끝나고 나서 경찰서에도 들러 신고한대요.” 학생회장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말한다.

 너무 놀라서 병원에 다녀오겠으니 교감 선생님께 전해 달라고 옆에 있던 김 선생님께 부탁하였다. 그리고 실내화를 신은 채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


‘아이가 돌에 맞아 얼마나 아팠을까. 피는 또 얼마나 났을까.’

‘돌로 내려친 아이는 본인이 한 행동에 놀라서 지금도 흥분해서 씩씩거리고 있겠지.’

‘다친 아이의 엄마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정신이 없었다.


명수는 요즈음 교실에서 친구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 담임교사인 내 말도 잘 듣고 열심히 생활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도대체 왜 그랬을까. 답답하였다. 병원 방향을 향하여 달려가며 마침 앞에 있는 경준이에게 물었다.

 “경준아, 민재가 많이 다쳤다니?”

 “네. 머리가 많이 부었고 혹이 났대요.”


갖가지 상상을 하며 헐레벌떡 병원에 도착하니 현관문 밖에 마침 민재 엄마가 서 있었다.  “민재 어머니. 민재 많이 다쳤나요? 어디에 있나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끝 방에 있어요.”

  걱정스레 달려 들어가 보니 민재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얼굴도 머리도 말끔하다.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마침 의사 선생님이 민재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콧물은 언제부터 났니? 기침도 하니?” 뭔가 이상해서 민재 어머니에게 물었다. 민재가 명수 때문에 다치지 않았냐고. 어머니는 병원에 온 이유는 민재 감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오늘은 확실히 아무 일도 없었고.


학교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에는 착잡한 마음이 실려 있었다. 서로 싸우지 않았고 다친 사람이 없어서 안도는 했지만, 명수가 민재를 다치게 했다는 말을 누가 퍼뜨렸는지 왜 그랬는지 궁금하였다. 명수는 성격이 급하고 발음이 불분명하여 친구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잡아당긴다든지 때리거나 욕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새 학년에 들어와 교실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많이 차분해졌다. 아이들이 그동안 쌓인 감정으로 인해 그랬을까.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거짓을 말했는데 그 아이는 선생님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거짓말을 했을까?


아이들과 얘기해 보니 거짓을 퍼뜨린 아이는 경준이었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경준이와 관련 아이를 불렀다.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요. 작년 교회 캠프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있었던 사실대로 말만 했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왜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방금 일어난 일인 것처럼 말했는지 물었다. “진짜 있었던 일인데요. 작년 교회 캠프에서요. 정말이에요.” 미안한 표정도 짓지 않으며 반복해서 말한다. 경준이가 한 말을 들었던 아이를 데려와 서로 말을 해보라 하니 그림이 맞추어진다. 경준이는 그제야 실토를 한다. 명수가 미워서 혼나게 하려고 바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것을 빨리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교실을 돌며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각 학년 학급 담임 선생님들께 아이들이 외부에 그에 관한 말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조처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오후 각 교실 수업에서는 생활부장과 상의하여 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가 다루어지도록 하였다.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어 말하는 것도 법적으로 죄에 해당하며 학교폭력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 일로 인해 마음이 무거웠지만 내일 오전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지금 준비를 끝내야 한다. 준비물을 챙기다 보니 키트에 들어 있는 것 말고도 가위, 물레방아 테이프, 송곳, 네임펜 등이 더 많이 필요하였다. 또 제품을 만들다 보니 뭔가 보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본체에 덮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옆 반 박 선생님의 의견이 있었다. 학생들이 LED 전구를 넣고 흔들 때 튕겨 나갈 염려도 없고 고장 없이 안전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겠다 싶어 박 선생님과 상의하여 덮개를 만들기로 하였다. 덮개를 만들고 모둠별로 사용할 기본 재료를 각 바구니에 준비해 놓고 책상 배치를 활동하기 쉽게 하였다.


활동 준비를 끝내고 차가운 물을 한 잔 들이키며 뜨거워진 머리와 가슴을 식혔다. 한 학생의 거짓말 때문에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고 그 아이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 병원으로 달려갔다가 교무실로 또 교실로 뛰어다니며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느라 녹초가 되었다. 갑자기 이 무슨 해프닝인가 싶어 허탈해졌다. 평상시에도 경준이가 갈수록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보였고 이번 일은 그중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도 진정이 되지 않았고 다음날까지도 마음은 어수선하였다.


창의 과학 축제는 학생들과 체험 활동이 있었고 바쁘게 지나갔다. 행사를 치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고 아팠다. 왜 아플까 생각하니 그 아이에게서 나는 별다른 사과의 말을 듣지 못하였다. 그 아이가 벌인 일로 인해 심신이 황폐해지고 힘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가 지나고 그 아이(경준) 담임에게 말하였다. 경준이와 얘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그리고 점심식사 후 만나기로 하였다. 경준이를 만나 이야기할 적당한 곳을 찾다 보건실을 떠올렸다. 거기서 만났다. 내 심정을 말했다. 그리고 경준이에게 물었다. 왜 그랬는지. 그리고 너의 그 행동이 얼마나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선생님에게 사과하러 오길 기대했다는 말까지.


경준이는 작년에 명수와 다툴 때마다 명수가 자신에게 욕을 하고 또 명수 엄마까지 자신을 찾아와서 심한 욕을 해서 힘들었다고 했다. 명수가 선생님에게 혼나기를 바라서 작년에 일어난 일을 바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말했다고 했다.

  “과학 축제 때 선생님이 글루건으로 제 만들기를 도와주실 때 사과하고 싶었어요. 근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자신이 잘못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때 명수를 타이르고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준이  잘 크기를 바란다. 이런 말들을 건네주었다. 연신 죄송한 눈빛을 내보이던 경준이와 ‘앞으로 잘 하자.’는 의미로 악수를 하고 돌려보냈다.


다음날 급식 시간에 점심을 먹으러 아이들과 줄을 서고 있었다. 누가 앞으로 다가와 꾸벅 인사를 한다. 바라보니 경준이다. “선생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그래, 고맙다. 경준이도 점심 맛있게 먹어.” 나는 경준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딱딱했던 내 마음은 얼음 녹듯이 녹았다. 말랑말랑해졌다. 경준이의 눈빛과 표정도 말갛고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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