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아들이 장가간다고 주례를 서 달란다.
처음에는 우쭐하는 마음에 잘 응했으나,
유통기간이 지날수록 나를 짚어보고 승낙이 어려웠다.
그러다가 은퇴 뒤엔 백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안 서겠노라고 다짐을 했는데….
두 번째 와서 조른다.
어려울 때 내 책도 출판해 주었는데…
이렇게 되면 다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닐까?
주례를 서다 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있다.
그 중 잊혀 지지 않는 게 두 건이다.
하나는 식장이 마포여서 집에서 영동대로를 탔다.
그런데 상계동 쪽으로 빠져 시간이 늦어
주례를 못 선 적이 있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의 속이 얼마나 탔으랴.
다른 하나는 점심을 굶은 일이다.
주례를 서면 대게는 주례를 챙기는 사람이 있는데
그때는 신랑의 아버지가 내 친구의 친구였다.
대게는 모신 쪽에서
신부, 신랑 촬영이 끝나면 신랑 친구나 인척이
식당 가자고 데리러 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난처의 트롯이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신랑아버지와 신랑, 신부뿐인데
그들을 붙잡고 얘기할 수도 없고. 좀 기다리자니
팔린 쪽 더 팔릴 것 같아 꽁지가 빠지게
길 건너 맥더널드에서 햄버거로
주례선 가운데 가장 편한 점심을 먹은 일이 있다.
요즘에는 여자 주례다,
주례 없이 양가 부모가 덕담을 한다 하여
이제는 결혼식 주례도
어제 속으로 묻히는 게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