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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천성이다

- 쉰이 넘어서야 깨닫는 삶의 교훈

by 김광수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외로움을 천성으로 타고 나는 듯하다.

이 근원적 고독은 나이에 따라 그 폭이 늘기도 줄기도 하지만

이를 채울 유일한 방법은 자기수양뿐이다

다행히 정성스러운 부모를 만나 얼마간이라도 이 외로움을 대신 채워주었다면

그만한 복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조차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는 이 외로움을

생면부지의 타인이 채워주리라고 기대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설레는 사람을 향한 섣부르고 과도한 기대와 욕심 때문에

끝내 그들의 관계가 파탄에 이르는 모습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한다


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과 타인을 향한 기대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나의 행동도 그 선에 따라 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상대를 향한 기대 수준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집착이란 것이 발동하여 관계를 왜곡하기 시작한다


바깥세상을 바라보기 전에 내 안을 먼저 관조해야 한다

그리하여 나의 외로움의 크기는 어느 정도이며

어디까지 내가 온전히 감당하고 어디까지 타인과 나눌 수 있는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그러면 생각과 행동의 방향이 비교적 선명하게 구분될 것이다


인생은 혼자가 아니다

많은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그들 각각에게 기대할 바도 제각기 다르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까지 상대에게 전가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서운해하고 원망한다면

그 삶은 집착과 소유욕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다


나는 쉰이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이 단순한 이치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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