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나이 스무 살에(삼십 년 전 일기를 꺼내어)
잊는다 해도
숱한 추억을 망각하고
재회의 불씨조차 그 순간 식어버렸어도
내게는 유년의 포근했던 온도로
영원히 남으리라
문득 마주칠 이와의 대면에서
우린,
바싹 말라버린 가슴마저도
촉촉이 적시울 그리움을 나누리라
그리고 정회의 눈물도 어루만지리라
아픔은 또 하나의 싹을 잉태하리니
그대여 간직하자 그리고 밝음으로 이끌자
언젠가 그대가 뒤돌아볼 즈음엔
결코 낯설지 않을 터가 되어 있으리라
세월의 거름으로 다져진 아름다운, 풍요로운 그 터에서
우리,
이제 온화한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리라
버텨온 생의 질곡마저도 너그러이 감싸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