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생각의 낙수 III]
파리의 볼로뉴 숲 남단에는 프랑스 오픈이라고도 불리는 롤랑가로스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롤랑가로스 경기장이 있다. 클래이(진흙) 코트로 유명해 이 대회에서 많이 우승했던 라파엘 나달은 클레이 코트의 왕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경기장은 1차 대전 중 전사한 프랑스의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 롤랑가로스(Rolland Garros 1888~1918)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프랑스어를 발음할 때 단어의 맨 뒤에 오는 자음은 ‘C’ ‘R’ ‘F’ ‘L’을 제외하고 발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chocolat(쇼콜라 ; 초콜릿), Paris(빠리 ; 파리) 같은 것들이다.
프랑스인인 지인에게 이 발음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열심히 ‘롤랑가로’라고 발음을 했는데, 그 프랑스 분은 꼭 ‘스’를 붙여 ‘롤랑가로스’라고 하는 것이다. 발음 규칙에 따르면 단어 맨 뒤의 ‘S’는 묵음 처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분 대답이 꼭 그런 건 아니란다. 외국어는 역시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냐가 가장 중요한 것. 프랑스어 참 어렵다.
과거 우리는 ‘동물들의 사육제’를 작곡한 음악가를 ‘생상(Charles-Camille Saint-Saëns)'이라고 불렀으나 요즘은 ‘생상스’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생전에 ‘생상’이라고 불리기를 희망했다고는 하나, 그의 사후에 가문의 이름, 즉 성(姓)인 점을 감안하여 ‘생상스’로 발음하기로 했다고 한다.
프랑스어는 발음이 어려운 언어로 유명한데, 한국인에게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곳 발음을 내가 평소에 아는 대로 했더니 그들은 전혀 못 알아 들었다. 대표적인 곳이 이번에 근대 5종 경기가 벌어진 베르사유(Versailles)이다. 사전상의 발음은 [베르싸이으예; vεʀsɑ[a] je]이지만, 실제 현지인들은 거의 [베르싸이] 정도로 발음한다. 그래도 베르사유는 좀 나은 편이다.
이번에 올림픽 성화가 타오르고 있었던 Tuileries 공원은 사전상으로는 [뛰일리히 tɥilʀi]이지만, 현지인들은 거의 [뛰이이~] 정도로 발음한다. 우리나라 가이드북이나 언론에 나온 것처럼 [튈리르]라고 말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었고, 책자에 나온 철자를 보여주니까, 그때서야, [아!! 뛰이이~] 하면서 알아들었다.
어쨌든 다시 롤랑가로스로 돌아와, 이번 올림픽에서 이곳에는 테니스 외에 복싱 경기장도 설치되었는데, 이곳에서 우리나라 임애지 선수가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였다. 한편 XY 염색체가 있는 알제리 선수와 대만 선수가 복싱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기도 했는데, 이번 올림픽의 논란거리의 하나로 남았다. 어려운 문제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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