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 파리올림픽, 생각의 낙수 IV - 폐막식의 시선]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는 개막식보다 음악을 담당한 오케스트라가 확연히 더 눈에 띄었다. 센강이라는 오픈된 장소를 택했던 개막식에 비해 폐막식은 스타디움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진행되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 오케스트라의 이름은 디베르티멘토, 지휘자는 ‘자히아 지우아니’라는 46세의 여성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그녀는 알제리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가난과 여성, 이민자라는 역경을 뚫고 음악공부를 한 후 17세에 파리의 북동부에 있는 공업지역 센생드니에서 교향곡 중심의 관현악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창단에 중심 역할을 했다. ‘디베르티멘토’는 무도회에 어울리는 짧은 악장으로 이루어진 기악곡을 말하는 이탈리아어이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1번 (k 136),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 (HN. 893) 등이 유명하다.
자히아 지우아니는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장애인이나 가난한 이들과 같은 문화 취약계층들을 대상으로 1,0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쳤다. 또 첼로 연주자인 쌍둥이 동생과 함께 매년 2만여 명이 넘는 청소년들에게 음악 교육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17세에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된 과정의 아름답고도 극적인 이야기는 영화 ‘디베르티멘토’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다.
자히아 지우아니와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는 파리올림픽 개막식 전에도 사전행사로 센생드니 대성당을 무대로 다문화 음악공연을 펼쳤다고 한다. 그리고 폐막식에서는 자히아 지우아니의 여유 있는 모습의 지휘와 넉넉한 미소를,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와 함께 볼 수 있었다.
사족 한 가지.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지휘자인 자히아 지우아니는 매우 편안하고 친근한 미소로 지휘를 이어갔다. 반면 그녀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매우 경직되고 엄숙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연주하는 모습이었다. 레퀴엠(진혼곡) 같은 곡을 연주하며 미소 지을 순 없겠지만, 올림픽 폐회식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흥겨운 곡들을 연주할 때는 연주자들도 밝은 표정을 지으면 좋지 않을까?
꼭 이번 올림픽 폐회식만이 아니라 평소의 음악회에서도 일반적으로 지휘자나 연주자들의 엄숙한 표정은 항상 그래야만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복장도 마찬가지이다. 독주자가 아니면 약속이나 한 듯 검은색 정장 일색이다. 그래야만 음악에 더 잘 몰입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앙드레 류’라는 네덜란드 출신의 지휘자 겸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라는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고, 주로 왈츠를 비롯한 경쾌한 곡들을 많이 연주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단원들은 대부분 아주 화려한 색상의 옷들을 입고, 연주하는 내내 밝고 싱그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다.
다른 오케스트라들도 늘 그럴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경쾌하고 밝은 곡들을 연주할 때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옷 까지는 어려우면 최소한 미소를 짓는 것은 어떨까?
영화 디베르티멘토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환희에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옷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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