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생각의 낙수 IV - 폐막식의 시선]
어릴 적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수사 드라마를 많이 방송했다. 자막보다는 더빙을 위주로 하던 시절이라 성우들도 호시절이었을 듯하다. 대표적으로는, ‘명탐정 콜롬보’, ‘제5전선’ 같은 것들이 있다. 그중 제5전선은 요원에게 릴녹음기(카세트테이프 이전 시절에 주로 쓰였던, 큰 녹음테이프가 릴에 감겨 돌아가는 방식의 녹음기)를 통해 미션을 전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임무 설명 마지막 5초 후에 릴 테이프가 스스로 소각되는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했던 것과, 다이너마이트 심지가 타 들어가는 장면과 함께 나왔던 멋진 주제가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제5전선’을 원작으로 하는 톰 크루즈의 ‘Mission Impossible’ 시리즈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Mission Impossible 시리즈는 주인공 이단 헌트역을 꾸준히 맡아오고 있는 톰크루즈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내가 톰크루즈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은 1996년의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과 1997년의 탑건을 통해서였다.
그는 탑건에서 그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반항아적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줬다. 제임스 딘은 거칠고 부정적인 반항아였다. 반면 탑건에서의 톰크루즈는 실력과 소신이 바탕이 되어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다른 스타일의 반항아로 그려졌다.
아울러 그의 매력적인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놀랄 만큼 멋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나, 해변에서의 배구 장면 등은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거의 30년이 다 된 시점에서 그는 ‘탑건 메버릭’이라는 영화로 다시 탑건을 소환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그대로 세월을 따라 변해 후배 조종사들을 지도하는 교관으로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톰 크루즈는 나이 든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Mission Impossible에서 그는 007의 제임스 본드와 차별화되는 정보요원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임스 본드가 여유와 바람기, 느끼함(?)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슨 브로스넌 등이 이 부류이고, 대니얼 크레이그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특징을 가졌다면,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는 진지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가진 캐릭터였다. 또 제임스 본드는 주로 혼자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면 이단 헌트는 늘 팀플레이를 한다.
007 시리즈 1편인 Dr. No(국내에서는 ‘007 살인번호’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음)가 숀 코너리 주연으로 1962년에 개봉되었는데, 톰 크루즈는 그 해에 태어났다. 007의 제임스 본드는 가장 최근의 대니얼 크레이그에 이르기까지 6대째의 본드가 이어져왔다. 반면 이단 헌트 역할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톰 크루즈 한 명이 위험한 장면에서도 거의 스턴트 없이 혼자서 맡고 있다.
7편의 Mission Impossible 모두가 대단한 액션을 보여줬지만, 대중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은 1편의 와이어 액션 씬 일 것이다. 이단 헌트가 천장에서부터 와이어를 타고 내려와 거기에 매달린 채로 컴퓨터에서 정보를 빼내는 장면이다. 그리고 톰 크루즈는 이번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LA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천장에서부터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연출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007 대니얼 크레이그가 헬기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구출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에 대비되는 장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환갑, 진갑을 다 넘긴 나이에 보여준 톰 크루즈의 여전한 젊음은 오늘날의 노년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젊음의 꿈을 선사하는 듯하다. 오래된 국가 프랑스의 파리올림픽이 그러했듯이.
(파리올림픽 생각의 낙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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