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음의 배경음악 23
I. 종합 50단
직장 선배 중에 종합 50단이라는 분이 있었다. 태권도 몇 단, 합기도 몇 단, 주산 10단, 이빨 10단, 고스톱 10단… 이런 식으로 종합하면 50단이라는 것이었다. 주산은 정말 9단이라는데, 9단인 상태로 몇 년 이상 지나면 10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다른 선배들은 고스톱 10단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빨 10단이라는 것은 내가 인정한다.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내가 직장에 입사할 때, 입사원서에는 취미, 특기를 쓰는 부분이 있었다. 취미는 음악감상, 영화감상이라고 적었는데, 특기에 뭐라고 써야 할지가 약간 난감했다. 이것저것 고민하다 약간의 장난기도 발동하면서 ‘말하기’라고 적었다.
6개월 후, 연수 담당으로 인사부로 발령이 난 나는 인사부 사무실로 들어가다가, 아연 긴장했다. 오후 6시쯤의 인사부 사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는데도 전 부서원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부장님부터 시작해, 과장님들, 대리님들 뭐 이렇게 한 분, 한 분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대리님들 인사를 중간쯤 드렸을 때 인사를 받던 대리 한 분이 대뜸 “당신이 취미가 말하기라는 사람이야? 어디 한번 두고 보겠어!!” 하셨다.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적고 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는 깜짝 놀랐다. 아마도 인사부 책임자들이 내 원서를 보면서 ‘별 희한한 녀석이 다 있군’ 하면서 웃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 얼마 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보통사람과의 대화’라는 이벤트를 기획했고, 각 보통사람들을 대표하는 10여 명이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TV를 보던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나보고 ‘말하기가 특기냐’고 물었던 바로 그 대리, S선배가 직장인 대표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S선배는 정말 의연하고 긴장 없는 태도로 대통령과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었고, 난 ‘인생 도처에 상수들이 있다(人生 到處 有上手)’는 말을 떠올렸다.
II. 지휘 9단
S선배는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었는데, 잘생긴 외모에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 거기에 심지어 노래도 잘했다. 당시 우리 회사엔 기독교 신자인 직원들 모임인 신우회가 있었는데, 아주 고참이신 M선배가 신우회장을 맡고 계셨다. 나중 퇴직 후에 목사님이 되신 M선배가 신우회 참석을 권하셨지만, 난 이리저리 빼고 참석을 미뤘다. 그런데 신우회 행사가 마련되면서 M선배가 직접 4명의 남성 4 중창 멤버를 찍으셔서, 행사에 찬양을 불러달라고 요청하셨다. 차마 그것까지는 거절을 못하고 S선배와 나, 그리고 다른 분들 등 넷이서 중창팀을 구성해 찬양을 했다. 이것이 S선배와 음악으로 함께 활동한 첫 시작이었나 보다.
세월이 약 20여 년 흘러 S선배는 부장, 난 팀장을 맡고 있을 때 S선배가 자신의 사무실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온라인 수업으로 지휘 학사,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휴가를 내 미국에 가서 교수에게 최종적으로 사사한 후 지휘 석사를 받았다면서 자격증을 보여줬다. 난 ‘종합 50단에 지휘 9단까지 추가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S선배는 내게 직장 합창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우리 회사에는 예전 내가 입사 전에 합창단이 잠깐 어설프게 있다가 없어졌는데, 이번에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선배가 지휘, 내가 총무를 맡아 합창단을 출범시켰는데, 약 5,60여 명의 직원들이 지원해 그럴듯한 규모가 되었다. 직원 중에 음대를 가고 싶었는데, 포기했지만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여직원이 있어서 반주를 맡았고, S선배의 지도 아래 꽤 제대로 된 화음을 맞추었다. 한국 가곡들을 가장 많이 연습했는데, 고향의 노래, 남촌, 10월의 어느 멋진 날 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불렀고 회사 전 직원이 모이는 정기 업적평가대회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합창을 하기도 했다.
승진을 하며 근무지가 본사에서 멀어지게 되어 합창단 총무를 L후배에게 물려주게 되었다. L후배는 노래도 잘하고 성실한 모범직원 타입이었다. 그런데 내가 L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 합창단에 지원할 때의 자기소개서였다. 그는 거기서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사랑을 소개하며 말미에 ABBA의 노래 가사를 첨부했다. 그 노래 가사가 지금까지도 L후배에 대한 인상과 합쳐져 뇌리에 남아있다.
L은 S선배를 지휘자로 모시고, 합창단을 잘 이끌면서 운영해 나갔다. S선배는 지휘 9단 된 지도 이제 10년 더 지난 것 같은데, 그럼 이제 지휘도 10단 이신가? ㅎㅎ
(이미지 Pixabay, 연합뉴스)
ABBA - Thank You For The Music (Official Lyric Video) (← 이곳을 누르면 해당곡이 재생됩니다. 유튜브 링크입니다.)
Thank you for the Music
(Sung by ABBA)
I’m nothing special, in fact I’m a bit of a bore
If I tell a joke, you’ve probably heard it before
But I have a talent, a wonderful thing
‘Cause everyone listens when I start to sing
I’m so grateful and proud
All I want is to sing it out loud So I say
난 특별한 게 없어요. 사실 좀 따분하죠.
내가 하는 농담은 아마 전에 들어 본 적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내게는 놀라운 재능이 있어요.
내가 노래를 시작하면 모두가 귀를 기울이거든요
난 감사하고 뿌듯해요
원하는 건 소리 높여 노래하는 것뿐이에요. 그래서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Without a song or a dance what are we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난 음악에 감사해요. 내가 부르는 노래에 감사해요
노래가 가져다준 즐거움에 감사해요
누가 음악 없이 살 수 있죠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봐요.
그러면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노래나 춤이 없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난 음악에 감사해요
For giving it to me
Mother says I was a dancer before I could walk
She says I began to sing long before I could talk
And I’ve often wondered, how did it all start
Who found out that nothing can capture a heart
Like a melody can
Well, whoever it was, I’m a fan So I say
내게 재능을 준 것에 감사해요
어머니가 말하기를 걷기 전에 춤을 추었고
말을 배우기 오래전부터 노래를 했다고 그러셨어요
나는 종종 궁금해하죠, 그 모든 게 어떻게 시작됐을까
멜로디처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누가 알아냈을까요
누가 알아냈든, 난 음악이 좋아요. 그래서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Without a song or a dance what are we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난 음악에 감사해요. 내가 부르는 노래에 감사해요
노래가 가져다준 즐거움에 감사해요
누가 음악 없이 살 수 있죠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봐요.
그러면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노래나 춤이 없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난 음악에 감사해요
For giving it to me
I’ve been so lucky, I am the girl with golden hair
I wanna sing it out to everybody
What a joy, what a life, what a chance! So I say
내게 재능을 준 것에 감사해요
난 운이 좋았어요. 내 머리는 금발이기도 하죠.
누구에게나 노래를 불러 주고 싶어요
정말 즐거워요 멋진 세상이에요 꿈같은 행운이죠. 그래서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Without a song or a dance what are we
So I say thank you for the music
For giving it to me
난 음악에 감사해요. 내가 부르는 노래에 감사해요
노래가 가져다준 즐거움에 감사해요
누가 음악 없이 살 수 있죠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봐요
그러면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노래나 춤이 없다면 우린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난 음악에 감사해요
내게 재능을 준 것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