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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김 Aug 08. 2023

퇴사를 앞두고 훌쩍 눈물이 났다.




퇴직원을 작성하다가 훌쩍 눈물이 났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슬프냐며, 퇴사가 슬프면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토록 바라던 퇴사인데 나는 왜 지금 눈물이 날까.

실연당한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그토록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까.


분명 안다. 나는 회사를 관두는 것 그 자체가 슬픈 건 아니다.

그런데 자꾸 떠오른다. 취업 준비에 끙끙대던 나. 내 인생 처음 경험해 보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합격을 따냈던 GSAT와 면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벅찬 합격 소식을 전하던 때.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했던 각종 입사 연수들. 첫 부서 배치 후 회사 생활에 적응하려고 애쓰던 26살의 나. 회사 곳곳을 뛰어다니며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고, 미팅을 하고, 하하 호호 떠들며 점심 식사를 즐기고, 때론 눈치를 보며 긴장감 속에 첫 임원진 보고를 해내던 그런 모습들. 회사를 관두는 것보다, 그 시간 속의 나와 영영 이별한다는 것이 슬펐다.


그때의 나와 이별할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마켓노드 일들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2주 정도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퇴사일이 고작 5일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아버렸다. 퇴사를 위한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고 서명하고 있는 지금. 나의 시간과 이별한다는 것이 슬프다. 애틋하고 마음이 아프다.


약 1년 전 휴직을 할 때에는 그저 1년 간의 미출근 기간을 갖는다는, 미래의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었다. 복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한편에 있었기에 당시 내가 보내고 있던 그 공간에서의 모든 일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헌데 지금 진짜 퇴사를 앞두고, 1년 전의 나를 둘러싼 일상들이 그걸로 마지막이었다고, 이제는 그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영원한 이별 같아 마음이 더 슬프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이별이었다고, 다만 그 순간이 지금 온 것뿐이라고 나를 다독여 본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잘한 결정이었어'라고 도닥여줄 미래의 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다음 주면 진짜 마지막으로 회사에 간다.

마지막 출근일.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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