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전하고 싶은 마음 -
지난 글이 무려 2만 명이 넘는 분께 읽혔어요. 댓글로 그리고 별도 연락으로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퇴사 그리고 창업 후 약 1년이 되어가는 현시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퇴사를 했고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했는지 기록해 보며 마음을 다잡기 위한 글이었는데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올렸던 글이 많은 분들께 읽히게 되어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사적인 이야기를 누가 좋아할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고 공유하는 것을 꽤나 꺼렸고 또 '그 시간에 내게 주어진 과제들에 더 몰두하자'라는 마음이었는데요. 이번 경험으로 저 또한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글 : https://brunch.co.kr/@kxohee/22
누군가에게는 설렘으로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존재. (인턴을 제외하고) 첫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나도 퇴사를 하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인생에 한 번쯤은 창업을 하고 싶었고, 또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현 직장이 평생직장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사는 나에게 설렘과 두근거림의 단어였다. 끝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새로운 스타트를 끊어줄 순간이었다.
그렇게 상상만 하던 퇴사를 행동으로 옮겼다. 1년간의 휴직 기간이 종료되던 날, 그렇게 복직하지 않고 퇴사했다. 이직이 아닌 단순 퇴사는 나에게 단맛과 매운맛을 모두 느끼게 해 주었다. 퇴사와 동시에 사업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감정과 시간들이 더 크게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들 저런들 퇴사는 참 달고도 쓰다.
뒤돌아보면 참 당돌하게도 아무 미련과 생각 없이 퇴사했다. 그 결심과 행동 뒤에 나름대로 느낀 바를 정리해 보자면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다.
1. 자유로운 시간 활용. 하지만 그 책임은 오롯이 나의 것.
회사에 다닐 때에는 오롯이 내 눈앞에 놓인 과제들에 집중했다.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어느새 몇 달이 흘러 연말이 찾아오곤 했다. 나를 둘러보고 세상을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퇴사 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평일 낮 사람이 없는 카페에 앉아 멍을 때리기도 하고, 하릴없이 하루를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나의 몫이다.
퇴사 후 내 눈앞의 시간이 정말 많고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체 삶으로 봤을 때 시간의 유한성은 그대로다. 다만 그 시간을 채워나가는 주체가 회사에서 '나'로 바뀌었을 뿐. 나 또한 호기롭게 퇴사를 결정했지만, 지난 몇 년간 소속감을 가지고 일했던 곳을 떠나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몇 년 간 내가 해왔던 일들이 아닌 새로운 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한 만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과 보람은 무엇보다 크다.
2. 불안하지 않냐고? 불안함은 디폴트(Default)다.
누군가는 직장 생활을 '안정적인 삶'이라 칭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과연 안정적인 삶이라는 게 있을까?' 별 탈 없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도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로 정리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거대 시총을 자랑하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 또한 정리 해고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까지도 유튜브와 틱톡에는 이른바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는 장면을 담는 해고 브이로그(Layoffs)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의 삶은 불안함이 디폴드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게 느껴질 수 있다. 적어도 타인에 의해 한 순간에 직장을 잃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 그러니 본인이 생각하던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변화에 도전해 보기를 기꺼이 응원한다. 큰 변화가 아니어도 좋다. 매일의 작은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그 변화가 당신에게 더 큰 행복감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기꺼이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크게 걱정하던 일도 막상 해보면 별게 아닌 경우가 많다.)
3. 기회를 만드는 것도 나, 막는 것도 나
퇴사 전 휴직 기간을 가지면서 내가 가장 먼저 했던 다짐은 '최대한 많이 움직이자'였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를 다니면서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이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휴직 기간 초기에 사람이 모이는 곳을 많이 찾아다녔다. 요가도 시작했고, 트레바리부터 넷플연가, 코워킹 스페이스, 각종 커피챗 커뮤니티까지.. 조금이라도 구미가 당기면 발걸음을 옮겼다.
요리사, 에디터, 작가, 디자이너, 뮤지션, VC심사역 등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맺어진 인연들 중 나와 가치관이 잘 맞는 분들과는 자연스레 협업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생각해 보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꼭 퇴사를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스로의 기회를 막고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발짝만 움직이거나 고객만 살짝 돌려봐도 새로운 인연과 기회가 생긴다.
현재는 내 본업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시간을 많이 줄였지만, 나에게 만들어진 인연들이 아직도 업의 기회들로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기회를 만드는 것도 나, 막는 것도 나다.
4. 인생에 정답은 없다.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퇴사 전엔 이 세상에 직장인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 세상에 그렇게 수많은 프리랜서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몰랐다. 퇴사 후 등록한 요가에 처음 간 날, 요가를 마치고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차 한잔을 수강생들과 함께 나눠마시며 서로의 직업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여섯 명 남짓되는 사람들 중 어떤 회사에 속한 이른바 '직장인'은 나밖에 없었다. 직업의 대부분이라 생각했던 직장인이라는 직업이 소수가 된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직장인, 프리랜서, 사업가, 투자가.. 모든 업의 형태는 정답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각자의 몫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지는, 결국 '인생은 나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퇴사가 정답도 아니다.
인생은 마치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아서 잘 가꾸지 않으면 금세 잡초가 자라나기 일쑤다. 반대로 내 취향대로 꽃과 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을 심으며 나만의 멋진 정원을 가꿔나갈 수도 있다. 누군가는 정원 한쪽에 작은 벤치를 두어 휴식을 취하며 자연을 감상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거대한 수영장을 설치하여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식물을 심지 않고 현대식 별채를 만들 수도 있다. 각자의 매력을 가진 수십, 수만 개의 정원이 그렇게 생겨난다.
하지만 그럴싸한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꾸준히 잡초도 관리해 줘야 하고, 큰 자본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키우던 식물이 햇빛이나 물을 제대로 받지 못해 실패하고, 또다시 재도전하는 삶의 연속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변화와 도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직접 정의하고 가꾸어 나가는 과정 안에서 나 스스로를 발견하고, 탐구하며, 바라던 바를 자유롭게 펼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오늘 혹은 내일 하루, 내가 좋아하는 꽃 한 송이, 혹은 내가 시도해 볼 염두가 나지 않았던 나무 한 그루를 나의 정원에 심어 보기를 바란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들도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많다. 나 스스로가 멋진 정원을 만들어 갈 더 큰 힘과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 믿어보자.
희소김 | 브랜드 빌더 Brand Builder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팀에서 디지털 마케터로 약 6년간 근무하다, 현재는 논알코올 큐레이션 플랫폼 <마켓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