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얼마 전 2019년 채널A 에서 방영했던 "굿피플"을 보게 됐다.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 8명이 로펌에서의 인턴쉽 기간 동안 과제를 수행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가장 우수한 인턴 2~3명은 해당 로펌에 채용된다.)
인턴들의 성장기와 과제 수행기도 정말 재미있지만, 멘토들과 인턴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마음에 콕 하고 박힐 때가 있다. 그중에 공유하고 싶었던 것은 권상욱 변호사와 송지원 인턴 사이에 나누었던 "어른이 된다는 것은"에 대한 이야기.
송지원 인턴은 첫 과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그 이후에는 줄곧 상위권에 속하지 못했다. 그러자 스스로 도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 도피라 함은, 애초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그 모습을 보며 멘토인 권상욱 변호사는 처음 로스쿨에 진학했을 때의 자신을 발견한다. 줄곧 공부도 잘했던 그가 로스쿨에 진학한 후 우수한 친구들을 만나며 겪은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최고가 되지 못할 바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 최선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성적이 조금 못해도 괜찮다는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내가 최선을 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현실을 마주하기 싫기 때문에 애써 도전을 하지 않는 것. 누군가가 "전 00까지 해봤습니다."라며 자신의 최선을 어필을 할 때에도, '그것은 우아하지 않은 일, 구차한 일'이라며 한 발 내딛지 않은 것.
그 모습이 나와도 같다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최선을 다 했지만 나는 결국 안되는구나." 라며 스스로를 저버리기 싫었다. 그게 극심해진 것이 고3이었는데, 중요한 시기라 느껴질수록 나는 더 마음을 놓고 싶었다. 그 문제를 마주 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직까지도 인생의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나를 불구덩이에 던져 넣는 것이 무서웠고, 그것을 이른바 '우아하지 않은 일'이라며 멀리했다. 미친 듯이 몰입하는 친구들이 부러우면서도 "꼭 저렇게 해야 하나?"라는 말들로 덮어버렸다.
"나를 인정하자"라는 마음을 먹은 것은 취업 준비 시절이었다.
'소희는 보나 마나 취업 잘 되겠지'
'소희는 소희니까'
그 말들에 두려워졌다. 최선을 다하기보다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찾아갔다.
그렇게 첫 취업 준비 시즌에서 쓰디 쓴맛을 봤다. 그러나 당장 먹고 살 직업을 갖기 위해 해야만 했고, 각성했다. 내가 00, 00 에서 부족한 것이 명백하니 이 분야에 대해서는 10배, 100배 더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를 인정하고 죽을 만큼 노력하자 성과가 따라왔다. 그렇게 나에게 '정말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성과도 찾아왔다.
조금씩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호기롭고 우아한 만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이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나, 사람이라는 인격체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내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부족함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순간 몰입하고 도전하고 절실해지고, 때론 구차해도 된다. 그래도 된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렇게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