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객은 하나의 예술 행위다.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브랜드에게 '접객'은 브랜드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면서, 간과하기 쉬운 요소이기도 하다. 감각 있다, 새롭다, 크다 등 공간 자체에 대한 인식을 넘어서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느낌'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교류하는가(=접객)를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카페나 식당에 방문했을 때 구성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일하는 모습은 꽤 인상적입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노동을 한다기보다 섬세하고 열정적으로 춤추는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노동이 어떻게 춤이 되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몸의 움직임을 통제하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루어지는 노동은 마치 리듬감 있게 춤을 추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좋은 기분, 박정수
곱창 구이를 파는 동네 작은 가게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사장님께서는 정다우면서도 담백한 미소를 건넨다. 자리에 착석한 뒤 음식을 주문하는 사이에 정갈한 반찬이 세팅된다. 반찬 그릇과 소박하게 담긴 모양마저 주인 내외의 모습을 반영하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윽고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등장했다. 어여쁘게 담긴 모습 그대로 테이블 위 가스버너 위에 올려진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과 손놀림이 느껴진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판을 어디론가 가져가신다. 곱창을 직접 구워주시는 시스템인데, 굽기 전 잠시 테이블 위에 내어 놓음으로서 손님에게 사진을 찍을 시간을 제공하면서도 다른 테이블에게 응대할 시간을 벌 수 있는 듯했다. 또한 한번 내준 불판을 힘을 들여 다른 테이블을 다시 가져가서 구워주는 것은 테이블에서 바로 구우면 손님에게 기름이 튈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겠다. 여기서 포인트는, 주방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홀 한가운데에 에 위치한 별도 테이블에 서서 모든 사람들이 다 보이게끔 곱창을 초벌구이 하는 모습인 것이다. 잘 짜인 시스템에 퍼포먼스까지 완벽한 접객이었다.
그 외에도 손님이 입 밖으로 요청 사항을 말하지 않아도 쨍그랑 소리에 떨어진 식기를 바로 가져다주는 것. 추가 반찬 요청에는 반찬을 집게로 집어서 꺼내 툭툭 2번, 국물을 떨어틀이고 담아내는 리듬감 있는 스냅. 볶음밥을 볶는 행위도 예술이다. 뒤집고 꾹꾹. 다시 뒤집고 꾹꾹. 마치 앞에 악보라도 있는 듯 밥알 한 톨도 튀지 않고 오차 없이 만들어 내는 모습. 그 모습이 모두 하나의 뮤지컬, 하나의 예술처럼 느껴졌다.
곱창은 돼지나 소의 부속이기 때문에 잡내가 나고 다소 투박한 인상이 있는데, 그 편견을 단숨에 날려 보내는 듯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의 옷차림, 말투, 표정, 사용하는 단어, 행동, 심지어는 걸음걸이까지 모두 다 깔끔하고 정갈했다. 그렇게 하나의 예술 행위를 보고 난 뒤 음식을 맛보자 투박한 요리인 곱창이 우아하게 느껴지고, 그 뒤 주인 내외의 고된 연구와 실험들이 느껴졌다.
접객은 단연코 브랜드를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