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지 않는 진득한 신념과 꿋꿋한 지구력
6년간 도쿄에 거주하면서 도쿄를 움직이는 공간과 브랜드,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도쿄 큐레이션]의 저자 이민경님.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일본인은 물체와 현상을 최대한 미세하고 정밀하게 관찰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고 표현했다. 기계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알고, 인내를 통해 창조된 것들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이어진 신념이 바로 '코다와리 こだわり', 즉 포기할 수 없는 신념에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정신이라고 말한다.
몇 해 전 나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작은 덴푸라(튀김) 식당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백발의 요리사와 그 아내 분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의 점심 메뉴는 단 2가지. 따끈한 쌀밥 위에 튀김이 올려진 '텐동'과 모든 튀김을 오마카세처럼 하나씩 맛볼 수 있는 '덴푸라 정식'이었다.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위해 텐동을 주문했다.
문제는, 바로 직전에 입장한 8명의 단체 손님의 덴푸라 정식 식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었던 것. 우리의 상식선에서는 조리하는데 단 5분도 소요되지 않는 텐동을 중간에 빠르게 만들어서 내보내야, 운영면에서 더 효율적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방장님은 그러지 않았다. 그에게는 최상의 감도를 이어갈 수 있는 흐름이 더 중요한 듯했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와 맛 위해 천천히 하나씩 재료를 튀기며 덴푸라 정식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셨다. 외부 요인에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의 눈앞에 놓인 일에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몰두하는 그의 모습에서 코다와리(こだわり)가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거의 45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텐동을 맛볼 수 있었다. 튀김옷의 바삭함과 재료의 신선함을 넘어서, 오랜 시간 지키며 키워 온 그의 신념이 진득하게 녹여져 있는, 그 꿋꿋한 지구력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설 때까지 연신 '미안합니다'라고 말씀하시던 주방장님을 보며, 우리는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서 전달했다.
"どうも ごちそうさまでした!"
"도모 고치소사마데시타! (정말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