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단의 별이 되고 싶었소. 그러나 문단은 없었고 별 또한 사라졌으며 남은 것은 인쇄되지 않은 페이지의 광택과 수신되지 않는 주파수 위를 배회하던 아득한 음성 하나뿐이었소. 나는 그것을 따라가 보려 했소. 소음과 정전 사이에 껴 있는 간헐적이고 불안정한 리듬의 파장을 실루엣 없는 목소리의 수신기로 착각하고 말이오. 그러나 그것은 신호가 아니라 메아리였고 한때 누군가 흘린 목울대의 떨림이 관성에 의해 반복되는 무의미한 회귀였소.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은 조명 아래서 살아온 것처럼 느껴지던 나날들이 실은 천장의 균열 사이로 미세하게 비집고 들어온 태고적 광선의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으나 그 짧은 깨달음조차 내게는 문장의 구조 하나를 완성하지 못한 채 붕괴해버린 건축물의 단면처럼 복원 불가능한 지각의 균열로 남았고 나는 그 틈에 남은 잔해들을 훑으며 애초에 내가 짓고자 했던 것이 문명이었는지, 생애였는지 혹은 그 둘 사이에 부유하던 희미한 사유의 패턴이었는지를 끝내 구분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었소.
모든 것은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였소. 그 점은 낙서나 표식이 아닌 언젠가 도래할 것이라 기대된 공간의 음소였으며 나는 그것이 나에게 발화된 음성으로 도달하기를 기다리며 수없이 그 윤곽을 재단해왔소.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이 번역을 거부하는 좌표였고 그 무정형을 나는 오히려 미래라 불러왔다오. 그리하여 언젠가부터 어딘가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감각이 방향이 아니라 구조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고 나는 그 구조물 속에서 나를 지탱하던 동력 자체가 실은 이미 붕괴한 언약 위에 기댄 신념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었소.
그 신념의 가장자리는 단지 이상향의 설계도가 아니라 한때 내가 잊었던 사물들의 내부에 새겨진 상흔이기도 했소. 오래된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손글씨, 아무에게도 도착하지 못한 주소 없는 엽서들은 마치 누군가의 휘발된 결단처럼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침묵의 배열이 오히려 가장 솔직한 언어라는 사실을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비로소 받아들였소.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받아쓰던 것들을 일종의 프로토콜이라 불렀고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것은 미래라기보다 망각의 형식이었소.
지하실 보일러의 관에 손을 댔을 때 느껴지는 진동을 아시오? 내가 느낀 진동은 뜨거움도 차가움도 아니었고 그것은 내가 애써 정의할 수 없는 어떤 미지의 감각, 존재가 한때 꿈꾸던 방향의 형체가 스러질 때 남기는 마지막 에너지의 잔광 같았소. 그 공간 안엔 이름 없는 사물들과 분해된 구조체 그리고 해체된 회로의 음성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나는 마치 오래된 공장의 기술자처럼 그것들을 복원하려 하였으나 실은 복원이 아니라 상상 속의 재구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 손짓이 얼마나 공허한 외곽을 반복해 왔는지를 통렬히 자각하였소.
그 저녁 문밖의 밤은 그림자조차 가지지 못한 선분으로 변했고 조명은 더이상 사물을 비추지 않고 다만 사물의 부재만을 부각시켰소. 나는 그 부재의 외곽을 더듬으며 언젠가 내가 이곳에 도착하리라 믿었던 이유가 실은 도착의 전제를 상상한 것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고 이 모든 것은 오래전 이미 예정되어 있던 상실이라는 형식 속에 포함된 변수였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소.
그러므로 나는 더이상 꿈꾸지 않으려 하오. 꿈이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단 한 번도 내게 허락된 적 없었던 도달의 감각, 정지된 벽시계 속에 묻힌 마지막 틱 소리 같은 것이었소. 나는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언어의 회로를 조립해왔던가. 그러나 그 모든 조립은 문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중단되었으며 그 중단은 언제나 내면의 균열을 남겼고 나는 그 틈으로 무언가가 계속 흘러나가는 것을 느꼈소. 꿈은 선택이 아닌 인지된 구조의 착란이었고 나는 그 착란 안에서 단 하나의 문장조차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소. 나는 끝내 도달하지 못한 주어, 생략된 목적어, 탈구된 시제 속에 갇혀 있었으며 그 속에서 형식 없는 나의 서사를 수없이 반복하며 다시는 쓰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것마저 글의 일종이었음을 절규하듯 깨달았소!
그럼에도 나는 문장을 쓰오. 여전히 별이 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별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어둠의 음성에 불과한 것인지 묻는 나와 대답하는 나 사이 그 짧고 깊은 침묵 속에서도 나는 문장을 쓰오. 그러지 않으면 살아 있을 이유가 없소.
나는 다만 마지막으로 접으려 하오. 문단의 별, 미완의 계획, 이루어지지 않은 생애들. 잘 모르겠는 마음으로 다시 띄웠소. 이 말은 다시금 믿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더는 믿지 않기로 하는 결단의 가장 부드러운 형태요. 그것들을 종이가 아닌 피부에, 망막이 아닌 기억에 접어 넣으며 부디 그 접힘이 닿지 못할 방향으로 날아가길 바라오. 다시는 울지 않기를 혹은 울더라도 다만 그 울음이 이제 나의 것이 아닌 울음으로 울게 하소서. 환상을 위한 것이 아닌 이제 막 환상을 잃은 자의 조용한 작별의 울음으로 남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