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도쿄, 내 안의 나

네 번째 일본 여행 이야기

by 김희연

한 해가 지나고 2025년이 되었다. 2025년이란 시간에 걸맞게 나는 또 한 번 성장한 채 지냈다. 가장 잘한 일은 애니메이션 덕질을 줄였다는 것이다. 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적게 하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무려 세 번이나 일본 여행을 다녀왔으니, 그만큼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다. 물론 모으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나마 절제하며 지내려 애썼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균형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는 혼자 도쿄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던 중 전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계가 이어져 연인이 되었다. 혼자 가려던 여행에 연인이 함께 하기로 했고, 이번에는 기간을 늘려 6박 7일로 잡았다. 원래는 혼자 7일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일본어 실력을 키우고 일본 생활을 상상해 보고 싶었던 나의 계획에 연인이 곁을 더해주었다.


도쿄에 도착한 첫날, 나는 익숙한 거리를 다시 걸었다. 도쿄의 밤 풍경은 여전히 황홀했다. 빛나는 네온사인, 시끄러운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활기찬 발걸음이 나의 감각을 자극했다. 지난 여행 때 묵었던 숙소를 다시 잡았다. 익숙한 동네였고, 저렴하기도 했다. 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으며, 나만 아는 장소들을 찾는 기쁨을 느꼈다. 나만 아는 라멘집에서 라멘을 먹고 숙소에서 편히 잠들었다.


다음 날에는 마에노초에 있는 프라이빗 온천탕에 갔다. 부끄러움도 많고 혼자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돈을 조금 더 들여 전용 공간을 빌렸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순간, 묵은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 후에는 에도 시대 장식물이 가득한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마셨다. 진한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잠시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 후 연인이 도쿄에 도착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무사히 만났다. 함께 거리를 산책하며 꼬치 가게에 들렀는데, 사장님이 한국어를 할 줄 아셨다. ‘부타(돼지)’라는 단어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일본과 한국은 가깝지만 동시에 다른 점도 많다. 그 차이는 또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


우리는 시내에서 사진을 찍고, 쿠지(뽑기)를 했다. 놀랍게도 연인이 1등에 당첨되어 큰 피규어를 선물해 주었다. 갖고 싶던 피규어였기에 더욱 기뻤다. 또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시부야 스카이에서 도쿄 전경을 바라보았다. 탁 트인 풍경을 내려다보며 언젠가 높은 뷰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우리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인은 “본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라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나는 “내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타인에게 약간의 피해를 줘도 괜찮다”라는 쪽에 가까웠다. 긴 여행 속에서 우리는 이 차이를 깊이 느끼게 되었다. 말다툼은 없었지만 서로의 거리감은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 나는 급성 장염에 걸려 2일을 앓아누웠다. 원래는 후지산에 가려 했지만, 결국 숙소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연인에게는 혼자서라도 다녀오라고 했고, 나로 인해 피해를 주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픈 시간을 보내고 귀국한 우리는 결국 결별했다.


가치관 차이는 맞춰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 먼저였다. 연인과 함께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런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나의 관점을 굽히지 않았고, 오히려 더 확장시켰다. 사랑한다고 해서 나 자신을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

남들이 보기엔 불행한 여행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의 배움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는 건 아쉽지만, 나는 또 다른 나를 찾았다. 네 번째 일본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랑을 마주한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본인을 숨기는 삶이 아니라 드러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기로 결심했다. 때로는 사회적 역할 속에서 나를 감추어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뿌리를 잃지 않고 나를 지킬 것이다. 모두가 자신을 드러내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이전 04화함께 떠난 여행, 나를 비춘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