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난 여행, 나를 비춘 거울

세 번째 일본 여행 이야기

by 김희연

나는 오래전부터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도쿄에 가는 것.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로망이 있듯, 나에게는 도쿄가 그랬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첫 도쿄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가 아닌, 아르바이트하며 친해진 동생과 함께였다. 나는 일본어에 푹 빠져 있었고, 동생은 일본 여행에 큰 관심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만의 일정과 속도 속에서 자유롭게 행복을 채우는 게 내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라는 큰 도시라면, 동행과 함께하는 여행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도쿄’라는 로망은 잠시 미뤄둔 채 현실의 여행을 떠났다.


세 번째 일본 여행이라 모든 과정이 익숙했다. 비행기를 타고, 여권을 보여주고, 일본어로 길을 묻는 일까지 자연스러웠다. 일본어로 직원과 대화하며 길을 찾을 때마다 뿌듯했다. 아마도 일본어에 대한 자존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라멘 가게로 향했다. 메뉴판은 읽기 어려웠지만 번역 어플이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라멘을 먹고 야끼니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첫날부터 과식이었지만 여행의 설렘 앞에서는 사소한 일이었다. 늦은 밤 편의점에서 군것질을 하며 11월의 도쿄 밤공기를 만끽했다.

둘째 날은 쇼핑으로 시작했다. 아키하바라에서 굿즈를 사고, 메이드 카페에도 들렀다. 취향은 맞지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가부키초에선 트와이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일본 최고의 유흥타워에서 케이팝이 흘러나오고, 일본 사람들이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놀라웠다. 흔히 말하는 ‘국뽕’이 차오르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행의 균열은 그다음 날부터 드러났다. 3박 4일이라는 일정은 짧지 않았고, 서로의 속도와 취향은 조금씩 달랐다. 말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행동 속에서 불일치가 나타났다. 나는 원래 직설적인 성격이지만, 여행을 망치지 않으려 참았다. 그러나 참음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국 작은 갈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깨달았다. 혼자 여행은 자유를 주지만, 함께하는 여행은 관계의 균형을 요구한다는 것을.​


시부야의 풍경은 내게 충격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과 활기찬 사람들, 압도적인 규모. 어릴 적부터 역사 문제 때문에 일본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내 시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일본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 일본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그때 알았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장점을 가려버린다. 일본에 대한 내 감정도 그랬고, 함께한 동생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단점만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부정은 순간의 통쾌함을 줄 수 있지만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는 독이 된다.


귀국길은 더욱 드라마 같았다. 쇼핑으로 불어난 짐은 캐리어의 세 배가 되었고, 결국 위탁 수하물까지 추가해야 했다. 시간은 촉박했고, 나는 긴장한 나머지 에스컬레이터에서 짐을 놓쳐 쓰러지기도 했다. 보안 검색대에서 여유로운 일본 직원에게 급한 마음에 외쳤다. “하야쿠 쿠다사이! (빨리 주세요!)” 다행히 직원이 급히 가방을 돌려주었고, 우리는 간신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여행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장점을 가린다는 것, 함께하는 여행은 관계의 균형을 요구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해야만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조금 더 진중해졌고, 감정을 소화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 여행은 더 나은 내가 되어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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