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큰 발걸음

다섯 번째 일본 여행 이야기

by 김희연

후쿠오카는 나에게 특별한 도시다. 가장 처음 일본 여행을 떠났던 곳이자, 이번 다섯 번째 방문지이기도 하다.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나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도쿄나 오사카처럼 화려한 대도시의 여행보다는, 소박하지만 나의 도전을 펼치기에 적합한 소도시가 필요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단 두 가지였다. 자전거 타기와 일본 영화 관람.

두발자전거를 타는 것은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 나를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고, 나는 활동적인 편이 아니었다. 자전거는 언제나 나와 거리가 먼 존재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일본에서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공용 자전거와 잘 정비된 도로가 있는 후쿠오카는 이러한 도전을 위한 완벽한 무대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공용 자전거를 등록한 순간,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인적 없는 공간에서 페달을 밟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몸의 균형을 잡기도 어려웠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네 발 자전거처럼 생각하라”라고 다짐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조금씩 속도를 내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스스로 달리고 있는 나 자신과 마주했다. 가르쳐 준 사람도, 안내해 준 사람도 없이, 나는 나 자신에게 배웠다. 그 순간 느낀 자유와 성취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자전거를 타고 후쿠오카를 누비며 현지 슈퍼마켓에 들르고, 길가의 작은 가게들을 구경했다.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나는 나 자신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경험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다음 날, 하카타역 플라자 영화관에서 일본어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도전을 했다. 선택한 작품은 ‘소년과 개’였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영화 속 감정을 일본어로 이해하며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의 일본어 실력과 집중력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작은 성취였지만, 내 안에서 확신과 자신감이 자라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할 때,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덕질과 외부 관심에 치중하며 나 자신을 소홀히 했다. 하지만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 마음을 살피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를 깊이 이해하고 존중할 때, 타인에게도 진정성을 갖고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여행과 닮아 있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에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모른 채 타인을 관리하거나 이해하려 한다면, 그 관계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이해하는 작은 경험(자전거 한 바퀴, 영화 한 편, 혼자 보내는 시간)이 모여서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확장할 힘이 된다.


후쿠오카에서의 자전거와 영화라는 도전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나 자신을 알고, 존중하며, 타인과 진정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다. 작은 한 걸음이 모여 삶의 방향을 바꾸고, 인간관계를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경험. 이번 여행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루 종일 누워만 있던 사람이 오늘은 앉아서 하루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대로 자신을 단련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소소한 한 걸음이라도 내디뎌 자신을 조금씩 발전시킬 기회를 얻길 바란다. 이렇게 나의 다섯 번째 여행, 후쿠오카에서의 에세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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