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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Nov 25. 2019

아름다운 세례식을 경험하다

연못, 닭볶음, 촛불, 아기  - Bruderhof 공동체생활3

잠에서 깨어 침대에 누워 있으니 오늘도 방문이 빼꼼히 열린다. '이번에는 지민이 강아지네~' 잠을 자라고 안아주고 토닥토닥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일어난다. 언니를 깨우러 가더니만... 결국 싸움을 하고, 울면서 엄마 품에 안긴다. 다시 한번 토닥토닥~


일요일 아침식사는 8시 30분이다. 계란후라이, 구운 빵, 부드러운 빵과 커피를 함께 한다. 익지 않은 노른자를 좋아하는 지민이는 접시가 하얗게 될 때까지 숟가락으로 긁어먹는다. 연못에서 세례식이 열린다고 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집을 나섰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목사님의 설교, 찬송이 이어진다. 한 10분 지났을까? 아이들이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바닥에 있는 모래로 장난을 하고 난리다.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불해진다. 내 시선이 자꾸 주위로 향한다. 이 곳 아이들은 어찌나 얌전히 집중하는지... ‘비교하면 안 되는데...’


파아란 하늘, 따뜻한 햇볕이 너무 아름다운 날이다. 나무를 잘라서 연못 양쪽에 꽂아서 장식을 하고, 유리꽃병에 예쁜 꽃들을 넣어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었다. 연못 건너편에는 색소폰 연주를 하는 남성의 무리가 대기하고 있다.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 경건함이 감돈다. 18살이 된 두 명의 여학생과 한 명의 남학생이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남학생이 먼저 자신의 세례식에 대해 간증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얼굴을 두 번 물에 담근다. 양 옆에 서 있던 목사님 두 분이 세례를 주려고 동작을 취한다. 한 분이 얼굴 위에 손을 얹고, 한 분이 그 위에 물을 붓는다. 이어서 두 명의 여학생도 똑같은 방식으로 세례를 받는다. 모두들 자신이 왜 세례를 받는지 아주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친다.

“제 삶을 하나님께 바칩니다!”

저 나이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니...

이어서 흑인 여성의 가스펠,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의 축하 인사가 이어진다.


세례식이 끝나고 풀밭 테이블에 앉아 점심 겸 파이를 간단히 먹었다. 일요일은 이른 저녁을 먹기 때문에 점심이 없다.

“엄마... 왜?” 

자꾸 내 옆구리를 찌르는 민서... 점심밥을 못 먹는 것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브루더호프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점심을 못 먹은 대신에 오후에는 연못으로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첫날 다녀와서 좋았는지 두 아이도연못에 가자고 계속 얘기하던 터였다.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이 아주 뜨겁다. 물 온도는 따뜻하지 않은데 꽤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민서가 “저도 저 깊은 곳에 가서 수영을 하고 싶어요.”

조할어버지가 깜짝 놀라며 “안돼~ 테스트를 통과해야 해요~”

“어떻게요? 지금 받으면 안 돼요?”

“학교에서 수업 중에 받아야 한단다. 너는 이 얕은 곳에서 해야 해!”

민서의 말에 당황하셨는지 웃으시면서 고개를 계속 젓는 조할아버지~


연못에서 물장난을 치며 즐겁게 노는 두 아이를 지켜본다. 민서는 최대한 깊은 곳에서 놀고 싶고, 지민이는 조금만 물이 깊어져도 무섭단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계속 물놀이에 합류하고 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이 들린다. 고개를 들어 인사를 하니 한 여자 청년이 곁에 앉는다.

“저는 영국 다벨에서 2년간 있었는데 제 호스트가 한국인 부부였어요. 만두도 먹고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이곳 브루더호프에는 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찾아와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한국의 학생들은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이것저것 질문이 많기도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열심히 영어로 표현해 보았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제인할머니는 첫날부터 나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보라고 하신다.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로 닭볶음탕을 하기로 했다. 어제부터 두 부부는 공동체 창고를 열심히 드나들며 재료를 공수해 오셨다. 연못에서 돌아와서 고춧가루, 카레가루 2가지를 사용해서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매운 음식을 못 드시는 제인할머니를 위한 배려이다. 제인할머니는 한국인 청년 희수씨를 식사에 초대하셨다.

“Ray~ 맛있어요~~” 모두들 칭찬해주니 기분이 좋다.

집 떠나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한국음식이 그리운지 지민이는 눈을 감어가면서 먹는다(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표정이다). 한국에서는 잘 안 먹더니 미국에 오니 대식가가 되었다. 음식 욕심이 많아졌다.


식사가 끝나고 체리파이 디저트를 먹는데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한다.

“지민, May I be excused? 하고 가야 해요~”

예절을 중시 여기는 제인할머니가 한 마디 하신다.

“네. 제인. May I be excused?”

영어 발음이 어렵지만 빨리 자유가 되고 싶은 지민이가 겨우 할머니 말을 따라 한다. 아이들은 촛불을 끌 때 손가락으로 가리면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을 본 다음부터 촛불 끄기에 관심이 많아졌다. 식사가 끝나면 촛불이 끄고 싶어서 자리를 못 뜬다. 그걸 눈치 채신 조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부르신다. “얘들아. 촛불 꺼라~” "네~~ 내가 먼저요."


설거지를 하면서 한국인 청년 희수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본다.

“저희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셨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교회 안에서 평등하지 않고 하나 되지 않음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제가 중 3 때 공동체에 들어오셨어요. 지금은 다른 공동체에 살고 계세요. 여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순종, 순결, 겸손이에요. 저도 교회에서 하라는 대로 삶을 살고 있어요.”


“한국에 가고 싶지 않으세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이곳에서 얼마나 함께 해주나요?”

“가고 싶죠. 거기에 할머니가 계세요. 신앙인들이 성경에 맞지 않게 군대 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한국에서 그 운동을 하고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교회에서는 제가 여기 남아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주셨어요. 저는 전통 가옥에 관심이 많아요. 책을 사서 공부도 하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 침대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7학년들과 만들기 수업을 해요.”


이 곳 청년들은 졸업을 하면 부모를 떠난다. 어떤 친구는 고등학생인데도 부모를 떠나 이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독립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젊은 청년을 통해 부르더호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스물 두 살은 어땠었지?’ 불현듯 질문이 떠오른다.


저녁식사 후 중앙 잔디밭에서 전체 모임이 있다고 한다. 태어난 지 2주 된 아기를 위해 공동체 식구 모두가 둘러앉아 그 탄생을 축하한다.

“이 아이를 하나님 앞에 바칩니다.”

두 부모가 목사님께 아이를 바치고, 목사님이 아이를 안고 축복기도를 하고 난 후 부모에게 안겨준다. 아빠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겠다고 이야기하며, 감사 인사를 한다. 어린아이들조차 움직이지 않는 삼십여 분의 경건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공동체의 모든 식구들이 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마음이 울컥해져 눈시울이 적셔진다. 나도 민서를 낳고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 아기 민서를 안으며 울컥하던 그 때가 있었지~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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