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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Nov 22. 2019

니가 상상한 곳이니?

나의 일상과는 너무 다른 - Bruderhof 공동체생활 2

아침 5시 30분쯤 민서가 살문을 열고 들어온다. 3시 50분부터 눈이 떠져서 혼자 노래를 부르며 침대에 누워 있었단다. 공기가 꽤차가워 자연스레 우리 둘이는 이불 속에서 꼭 껴앉고 누워있다. 옆 방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침 수영을 가려고 채비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민서야. 여기 어떤 것 같니? 네가 상상했던 곳이라고 느끼니?”

“응. 엄마. 여기 너무 좋아. 집도, 잔디도, 나무도, 연못도~”

“피곤할 텐데 잠 좀 더 자지 그래~ 정 잠이 안 오면 엄마한테도 노래 불러 줄 수 있어?”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

1인용 침대에 둘이 누워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민서의 노래를 들으니 내 마음이 밝아진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6시 30분 거실에 모였다. 제인할머니는 어제 반죽해 놓은 팬케이크를 굽고 있다. 조할아버지가 묻는다.

“메이플 시럽에 먹을래요? 잼에 먹을래요?”

"자연에서 얻은 메이플 시럽이 좋겠어요~~”

할아버지는 메이플시럽을 솥에 담아 끓이신다.

이 곳에서는 식사 전에는 항상 노래기도를 한다.

“밤은 지나갔다. 태양이 찾아왔다. 오늘도 행복하게~”

아주 단순한 가사이다.

“Ray~ 아침에 아주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리던데요?” 제인 할머니가 묻는다.

“네~ 민서가 잠에서 깨어나서 노래를 불렀어요~”

할머니의 따뜻한 눈빛이 민서의 미소와 만나 달콤한 향기진다.


조할아버지는 공동체에서 500마리나 되는 닭을 돌보는 역할을 하신단다. 아이들에게 닭 구경을 시켜주신다고 해서 설거지를 서둘러 끝내고 집을 나섰다. 가는 도중에 야채밭에 물을 주는 사람, 농장의 말을 돌보는 사람들을 만나 아침 인사를 했다. 간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이곳에 한국 사람들이 꽤 많이 다녀가서 인사 정도는 안다고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다.


“꼬꼬 꼬꼬~~~” 닭들이 인사한다.

“이번 주 화요일에 온 닭이에요. 아직 알을 낳지 못해요. 여기가 산란장이고요.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와서 닭 모이를 챙겨주고 있어요.”

닭장 옆에는 공작새, 말, 당나귀, 소가 있는 목장이다. 말 2마리와 당나귀가 가출했다고 몇몇이 당황해하고 있다. 난생처음 있는 일이란다.  


집에 돌아와 청소를 하는데 제인할머니손녀 샐리가 찾아왔다. 학교 가기 전에 지민이와 놀고 싶단다.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시려고 할머니가 게임도구를 가져오셨다. 간단히 놀고 다시 샐리가 책가방을 메고 나간다. 친구가 있다는 말에 호기심이 컸나 보다.  

“얘들아. 너희들도 오늘 학교에 가야지?”

“지민이는 엄마 옆에 있을 거예요!!”

“오늘 9시 30분에 강당에서 어른들 모임이 있대. 엄마 따라가면 아주 심심할 텐데?”

“지민이는 엄마랑 있을 거야!!”

“그래~ 알았어........


두 아이 손을 잡고 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선생님과 친구들이 몰려온다. 또래 아이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

선생님이 민서 친구의 또래를 소개해주시면서

"같이 수업에 참여할래?”하시니

민서가 “네~~”하고

지민이가 바로 “언니 따라갈 거야~~“한다.

두 아이와 순식간에 헤어졌다. 역시 아이들이란...!!


강당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도착해서 조용히 앉아있다. 전화를 연결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공동체간 안부를 묻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찬송도 부르고 함께 기도를 한다. 30여분만에 끝이 나서 제인할머니와 다시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왔다. 지민이가 친구랑 그네를 타고 있다.

“엄마, 나 봐요. 혼자서도 이렇게 잘 타죠?”

“엄마, 농장에 가서 동물들을 구경하고 왔어요. 거기 공작새가...” 신이 났는지 재잘재잘 댄다.

“엄마. 이 기니피그는 원래 교실이 집인데, 지금 밖으로 소풍 나온 거예요. 봐요. 이렇게 풀을 먹잖아~.”

아이들이 기니피그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모래놀이터에 몰려들었다가, 다시 목재 놀이터로 떠나간다.

"아이들은 이미 친해졌네요. 정말 대단해요. 언어가 따로 필요 없어요.”

제인할머니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다.


오후 시간 거실에 앉아 있는데 지민이가 공작새가 보고 싶단다. 이번에는 할머니까지 함께 농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들을 많이 만났다. 역시 아이들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을 새 느끼게 된다. 두 아이는 수업시간에 농장 구경을 다녀와서 아는 것이 많아졌다. 지민이가 닭이 낳은 알을 보여준다. 어디서 인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두 아이들이 쓰다듬어 주기 시작한다. 다음 장소로 이동해서 말과 당나귀에게 풀을 뜯어 먹이고, 돼지우리로 이동해서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는다.   

“돼지들도 나름대로 똥 싸는 곳과 오줌 싸는 곳을 따로 구분해요”

농장, 동물들, 울타리, 하늘 색깔~ 

모든 것이 너무 아름답다. 야호~!!


토요일 오후라 모두들 한가롭다.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 만찬에 참여할 준비를 했다. 우리는 부부의 큰 아들 집에 먼저 들렀다. 함께 찬송을 하고, 간단하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집이다. 2살짜리 꼬맹이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침대로 가고, 5살 꼬맹이는 할아버지랑 책을 읽고, 9살 샐리는 할머니와 우리 집 두 딸과 게임을 한다. 나의 일상과 얼마나 대조적인 모습인가? 이 또한 아름답게 느껴지고, 잠시 부러운 마음이 왔다갔다. 


저녁 만찬은 8살 이상부터 참여할 수 있단다. 평소 꼬맹이들은 오후 6시면 모두 잠을 자러 들어가니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행사가 있을 때는 몇 개의 집들을 묶어 꼬맹이들을 봐주는 당번제를 운영한다. 당번은 엄마나 젊은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봉사한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6시 20분경에야 강당으로 향했다. 토요일 저녁 만찬 시간만큼은 외부 친구를 초청할 수 있다. 간간이 외부인이 보이는데 그중에 한국인도 있다. 바이올린 연주, 사회자의 기도, 찬송까지 이어지는 시간~ 모든 시간이 짧다. 그래서 감사하다. 사회자가 한국에서 온 우리 가족과 외부 방문객의 안부를 함께 전한다. 샐러드와 감자, 오리구이가 나왔다. 남자 청년들이 서빙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가족에게 “웰컴”이라는 말을 해 주고 악수, 이름을 물어봐준다.


부르더호프 공동체에서 보내는 온전한 첫 하루를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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