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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Nov 20. 2019

Maple Ridge에 오다

 환대를 통해 긴장을 풀며... Bruderhof 공동체생활 1

뉴욕 Grand Central 역에서 기차를 탔다. 허드슨 강변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예쁜 집들, 기찻길, 작은 상점들, 호화로운 요트, 키 큰 나무들이 보여 미국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두 아이는 옆 칸에 앉아 둘만의 세계를 펼치며 재미나게 놀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평화로운 분위기에 졸음이 몰려온다. 꾸벅꾸벅 졸다 보니 1시간이 지나 목적지인 Poughkeepsie역에 내렸다.


할아버지 한 분이 조심스레 말을 건네며 마중나오셨다고 한다. 우리가 함께 생활할 호스트 가정, 조할아버지이. 피부가 하얗고 수염을 길렀고 마른 체구의 편안함이 묻어나는 분이시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하니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주셨다. 엄청 큰 더블콘 2개, 싱글콘 1개를 주문했는데 7달러밖에 안 나온다.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아이들과 있으니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진다.


브루더호프에서는 개인이 재산을 소유할 수가 없다. 할아버지는 외출용 차, 전화기를 받아 나오셨다. 입구부터 자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공동체 입구 간판에 단풍잎 모양의 마크가 붙어 있다. 단풍나무가 많은 산 밑에 있는 곳이라 메이플릿지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마을 건너편에는 고등학교가 있다. 차에서 내려 방에 도착할 때까지 3~명 정도 사람을 만났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말하고 악수를 했다. 새로운 환경이 어색하고 영어로 인사를 하니 아이들은 낯설고 쑥스러워한다.


넓은 공간으로 이루어진 2층 아파트이다. 한 층에는 4가정이 살고 있으며, 2가구가 1개의 거실을 공유하고, 각각의 가정은 거실, 화장실, 침실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닥도 반짝반짝, 주방, 거실, 방의 살림살이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아이들 방과 내 방이 분리되어 있다. 방 문 옆쪽에는 환영한다는 인사말과 함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에 축하 카드와 간식, 과일들이 놓여 있다. 정말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환영이다. 아이들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제인 할머니가 인사를 하신다.

“반가워요~ 오늘은 공휴일이에요. 메모리얼 데이라고... 아까 점심때 케이크 3조각이 나왔길래 아이들을 위해 챙겨놨어요. 이거 먹고 구경시켜줄게요.”

통밀 빵에 레몬 크림, 박하잎, 레몬으로 장식된 케이크이다. 커피와 함께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민서가 옆구리를 찌른다.

“엄마, 언제 나가?”

한 공간에 오래 머물러있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민서의 행동을 눈치 채신 제인 할머니가 구경을 시켜주시겠다고 하신다. 옆집에 사는 할머니 한 분까지 6명이서 길을 나선다. 몇 발자국 가다가 공동체 식구들을 만나게 되고 악수와 통성명이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조셉이에요.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저는 Ray, 제 딸 민서, 지민이에요”

메이플 산 밑에 있는 오솔길을 걸으며 제인할머니가 강조하기 시작한다.
“Ray~ 이게 독초예요. 아이들 몸에 닿으면 큰 일 나요.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열이 날 수 있어요. 조심해야 해요”
몇 번이고 당부하신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새소리가 참 좋네요~!”하자, 조할아버지가 웃으신다.
“이건 진짜 새소리가 아니라, 스피커에서 나오는 가짜 소리예요. 새들이 오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어요.”
나무들과 꽃들, 풀들이 있는 예쁜 산책로를 지나 연못에 도착했다.
“얘들아. 여기 연못에 크레이피쉬가 살고 있단다.”
그 말 한마디에 신발을 벗고 막대기를 들고서 신이 난 두 아이들~ 두 아이 노는 모습에 모두 흐뭇하기만 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제인할머니께서 물으신다.
“Ray~ 언제 밥 먹을 거예요?”
내가 알기론 브루더호프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식사는 금식이라고 알고 있는데, 친절한 제인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계란후라이와 밥을 챙겨주셨다. 식사 후 제인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해 게임도구를 가져오신다. 삼각형 플라스틱 모서리에 3개의 숫자가 적혀 있고 이것을 7장씩 나누어 갖는다. 삼각형 합체를 위해서는 두 면이 똑같은 숫자를 만나야 한다. 다행히 지민이가 1등을 했다.

‘휴~ 다행이다. 지민이는 게임에서 지면 이길 때까지 하거나 떼를 쓰는데, 첫날부터 떼쓰는 거 들키면 큰 일이지~’

아이들이 배가 부르니 피곤함이 몰려오나 보다. 덕분에 아이들을 재우는데 시간이 얼마 안 걸렸다.  거실로 나오니 두 부부의 자녀, 제인 할머니 동생, 젊은 청년이 와 있다.

 “오늘은 우리 부부의 37주년 결혼기념일이에요. 그리고 오늘 우리도 이 집으로 이사를 왔어요.”
간단한 빵, 치즈, 초콜릿, 와인까지 준비되어 있다.
“공동체 안에서 정기적으로 집을 옮기고, 때로는 나라를 이동하기도 해요. 우리에게는 아들 두 명, 딸 두 명이 있어요.”
두 명의 아들이 이 공동체에생활하고 있었다. 조할아버지는 67살이고, 9살에 부모님이 공동체로 들어오시면서 55년을 이곳에서 생활했다. 두 분도 2년간 뉴욕 맨해튼에서 생활하신 적이 있다. 나에 대한 소개를 또 하게 된다. 남편을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만난 이야기, 다니고 있는 교회 이야기, 한국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등... 어설픈 내 영어에 온전히 귀 기울어주고, 천천히 대화를 해 주시는 분들... 고맙다.

“Ray~ 조할아버지는 보통 9시에 주무시고, 저는 10시에 자요. 우리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까 갔던 연못에 가서 수영을 해요. 여기 사람들은 보통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고, 6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해요. 괜찮겠어요?”
“그럼요. 괜찮아요!”

인사를 하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되돌아 본다. 이 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들이 있었는지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감사하게 새로운 곳에 와서 많은 사람들의 환대를 받았다.

'정말 다행이야!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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