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몸속 살충제 주입을 '주사'라 부르는 엽기

[②소나무를 사랑한다면서] 미안하다, 소나무야, 하늘소야

by 김트리

또 나무주사라는 것이다. 길을 가다, 혹은 숲 속에서 소나무 밑동 부근 플라스틱 통이 꽂혀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나무주사'다. '나무주사'라는 이름은 뭔가 나무를 낫게 하는 '약'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하지만 실제로는 세계보건기구가 '고독성'이라고 분류하는 살충제인 '아바멕틴' 같은 농약을 주입하는 것이 그 실체다. 당연히 나무주사를 주입한 소나무, 잣나무 등의 소나무류는 큰 타격을 입는다. '나무주사'를 맞았는데, 소나무는 활력을 잃거나 죽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매년 살충제를 나무의 물관 조직에 직접 주입한다.'나무주사'를 맞은 소나무의 단면을 잘라보면 살충제 주입된 부분을 격리시키기 위해 조직 까맣게 죽어서 돌처럼 변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무주사? 출처 : 제주의 소리

대체 왜 이런 일을, 정부(산림청)가 한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벌이고 있는 걸까. '나무주사' 매커니즘을 알면 이 이름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 수 있다. 산림청이 '나무주사'를 주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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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나무주사(고독성 살충제)를 투입한다.

② 살충제가 나무의 물관을 타고 가지 끝으로 이동한다.

③ 겨울잠에서 깬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가 가지 끝을 갉아먹는다.

*이 부분이 아바멕틴 살충제를 소나무 옆구리에 찔러 넣는 핵심 이유다.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재선충(선형동물류, 1mm 내외)의 매개충이다.

하늘소의 기문(공기구멍) 속에

소나무재선충 약 1만 마리 존재

하늘소가 가지를 갉아먹을 때

재선충이 그 통로를 통해 소나무 내부로 이동

소나무재선충이 물관과 체관을 막아 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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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논리의 단절]

‘재선충 전파’는 이미 이 단계에서 발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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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비약)

이때 하늘소가 살충제를 먹어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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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전제]

- 하늘소가 실제로 치사량을 섭취하는가

- 섭취 시점이 전파 이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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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비약)

그래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방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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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점프]

‘일부 하늘소의 죽음’ → ‘전파 차단’ → ‘병 방제’

이 연결고리가 입증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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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수염하늘소(왼쪽), 솔수염하늘소.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의 사촌 쯤 된다.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

소나무재선충병을 낫게 하겠다면서 소나무 몸에 살충제를 넣는 것도 모순이고 부조리이지만, 살충제를 넣는다고 해서 방제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④, ⑤ 단계는 지나친 비약이다. 하늘소들도 죽이고 소나무도 죽이는, 엽기다.


매년 나랏돈으로 수십억 원어치씩 주입되는 고독성 살충제


숲 속의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를 모두 없앨 수 있다면 모를까(물론 하늘소류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연구된 바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인위적으로 통제돼 있는 도시에서도 모기와 파리를 모두 없앨 수 없다. 더더욱 인간의 통제 밖에 있는 숲에서 하나의 종을 없앤다는 건 불가능하다. 또 크기가 3cm 정도 되는 큰 곤충을 없애려고 무차별적으로 살충제를 뿌린다는 건, 그보다 작은 곤충, 미생물에게, 또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를 먹이로 삼는 새들이나 숲 속 동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바멕틴을 비롯한 살충제 중에 특정 종만 죽게 하는 살충제는 개발된 적도 없고, 개발될 수도 없다. 이 살충제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산림청은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 바 없다.

그 명확한 증거가 십수 년간 '나무주사'를 쏘아댔지만 여전히 소나무재선충병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소나무재선충을 방제한다는 명목으로 숲을 해 집고 다니고, 살충제를 놓고다님으로 인해, 숲은 메마른 공간으로 변했다. 생태적 건강성이 낮아졌다. '방제'라는 명목의 '인위적 개입' 내지 '숲 파괴'가 소나무재선충병을 더욱 확산시켰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추정이다.

소나무 남성 꽃에서 꽃가루(송홧가루)가 피어나고 있다. 출처 : 국립수목원

살충제 범벅 송홧가루와 잣, 애초 안전은 고려사항도 아니었다


살충제가 가지 끝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다. 소나무류의 물관이 연결돼 있는 꽃가루(송홧가루)로도, 송진으로도, 솔방울과 잣으로도 간다. 특히 송홧가루는 봄철 광범위하게 날아다니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봄철 비염·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알려진 송홧가루가 최근엔 ‘농약 가루’로 불린다. 송홧가루는 매년 4~6월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수도권 기준 5월 초·중순이 절정이다. 소나무가 모여 사는 큰 숲에선 마치 노란 구름이 일렁이는 듯 장관이 연출된다. 이 시기 아파트촌에선 한낮에 창문을 열어둔 뒤 방바닥을 훔치면 걸레가 노랗게 물든다. 송홧가루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낸 연구보고서(‘소나무재선충병 선제적 맞춤형 방제전략 및 기술연구’, 2020년)를 보면 '나무주사'를 주입한 뒤 1∼2년 차 송홧가루의 나무주사 농약 성분 잔류량이 식약청 허용 기준보다 9∼160배 높다. ‘아바멕틴·설폭사플로르’ 성분 농약의 경우 1년 차에 1609 ppb(10억 분의 1), 2년 차에 444 ppb가 검출됐다. 식약청이 농약 인체 허용기준 농도인 10 ppb의 각각 160배, 44배 높은 수치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농도에 맞춰 처리한 물에 송사리 10마리를 넣어 48시간 이내에 모두 죽는 실험결과를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2024년 4월 23) 산림청과 산림과학원이 이런 연구보고서를 낸 이유는 농약 방제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이뤄졌다. 애초에 살충제 살포의 안전은 고려사항도 아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림청이 그럴 거 같다며 추정하는 메커니즘을 그 결론부터 역으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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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에서 출발]

① (가정)

산림청의 ‘나무주사’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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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

방제 효과가 있으려면

‘전파가 충분히 차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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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가정)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가

나무주사 처리된 소나무 가지를 갉아먹고

많이 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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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연결]

‘섭식’ → ‘치사’로 이어지는가

(섭취량·치사농도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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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조건)

그러려면

소나무 가지 끝에 살충제 성분이

충분한 농도로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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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제약]

물관 이동 과정에서

농도가 유지되는가

(희석·분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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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조건)

그러려면

소나무 옆구리에 구멍을 많이 뚫고

살충제를 많이 주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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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선택]

투입량 증가 → 수목 손상·환경 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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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전할까?’ 나무주사(농약)가 주입된 소나무 숲에 ‘잣 채취 및 식용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출처 대구안실련

거짓말을 덮으려는 또 다른 거짓말


산림청은 시민사회의 지적을 검증하거나 불식시키 전까지 현행 '방제' 방식을 잠시 멈추려 하기보다, 우기기로 버티고 대응한다. 2024년 4월 25일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소나무 살리는 재선충병 나무주사 안심하셔도 됩니다!’이다. 여기서 산림청은 "'나무주사' 약제는 채소·과일에도 사용된다. 송홧가루는 크기가 40㎛ 수준으로 미세먼지(10㎛)보다 커 인체에 흡수되기 어렵다. 흡수된다고 해도 양이 적어 해롭지 않다."라고 주장하고, "'나무주사'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유일한 예방 방법이다."라고 설명한다. 거짓말이고 동문서답이다.

송홧가루가 천식·폐 기능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등 미세먼지보다 커도 흡입된다는 연구결과도 많지만 무시한다. 산림청은 '나무주사'를 놓은 숲에 대해 솔잎과 잣을 채취하지 말라고 출입을 제한한다. 잔류 농약이 위험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아바멕틴은 채소·과일류에 사용할 땐 수천 배 이상 물에 희석하도록 하지만, 나무주사로 사용할 땐 원제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은 외면한다. 적극적인 거짓말인 셈이다.

송홧가루 꽃가루에는 공기주머니가 달려 바람을 타고 최대 64㎞까지 이동한다. 이걸 들이마실 때 농약이 인체에 들어오는 건 아닌지, 정말 안전한지 검증해보진 않고 뇌피셜만으로 안전하다고, 안전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무주사'가 소나무재선충병의 유일한 예방방법이라는 것(이 역시 사실이 아니지만)은 안전하다는 근거가 아니다. 살충제에 의존한 산림청 방제가 실패한 정책이라는 근거는 그 결과를 보면 명확하다. 2015년 산림청은 ‘2017년 완전방제’를 목적으로 총력 방제에 나섰지만 재선충 발생 지역은 2015년 169만㏊에서 2022년 368만 3천㏊로 2배 이상 급증했고, 발생한 시·군·구도 이 기간 104곳에서 137곳으로 늘었다.


하다 하다 안 되니까, 기후변화 탓?


산림청은 ‘기후변화’ 탓만 한다. 전가의 보도다. ‘농약 의존 방제의 한계다’ ‘자연적인 천이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지만 꿈쩍도 않는다. 2023년 전국 산림시공 분야 종사자의 86.4%가 ‘현행 방식의 방제로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500명 대상, 당시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걸 시행자들조차 인정한다.

소나무를 살린다는 목적으로 농약업자만 배불리고, 벌목업자만 돈 벌고, 정작 소나무는 죽어나간다. 국회나 감사원 등 감시의무가 있는 기관들은 '전문가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하며 '나무주사'의 기본 매커니즘조차 검증하려 들지 않는다.

소나무를 사랑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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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사랑한다면서>

제1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라고요?

제2부 미안하다, 소나무야, 하늘소야

제3부 개입의 생태계

제4부 소나무는 설명되기보다 불려왔다

제5부 소나무는 숲을 독점하지 않았다

제6부 손을 떼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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