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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Oct 22. 2023

긴장, 승모근의 무게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일이 더 어렵다

인생을 살면서 노력과 애씀이 없이는 쉽게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많이 애썼지만 그 애씀만큼 상응하는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40살이 넘어 불혹인데, 아직도 따라오지 않는 결과에 실망하는 나를 보며 언제쯤이면 애씀의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를 탑재할 수 있을까?

70살 우리 엄마도, 40살도 이런데, 10살인 내 딸은 애씀과 긴장의 무게를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사춘기 때, 20살 때, 30살 때 저 의미를 곱씹어 봤다면 삶에 태도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부정의 숲에서 조금 빨리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에 딸에게 열심히 설명해 본다.


보통 딸들이 "잠이 안 와. 엄마" 이때 긴장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곤 한다. 

영국 해군운동심리학자이자 전설의 대학 육상코치인 버드 윈터(Lloyd Bud Winter)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2분 내에 잠들 수 있는 해파리 수면 방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몸부터 얼굴 혀까지 하나하나 긴장을 내려놓고 힘을 빼는 방법인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삼천포로 빠져 무슨 일이든 힘을 잔뜩 주고 욕심을 가지고 덤비면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그러면 "아~ 엄마 잔소리"라며 잠이 들기도 한다. 

내가 '힘 빼기'를 딸에게 알려주고 싶은 이유는, 선천적인 기질이 깊은 생각 없이 자극에 빨리 반응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딸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생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너무 빼닮은 큰 딸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생각하고, 우리 엄마에게도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큰 딸의 그런 성향은 내가 보는 측면이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만큼이라도 이루고 있는 것은 정말 애씀의 결과라 생각한다. 

많이 뛰어나진 못했어도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음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 그리고 아마 우리 엄마도 나의 부족한 면을 키우면서 잘 아셨을 테고, 많이 애썼음을 칭찬해 주셨다. 

기상 후 회사, 퇴근 후 집. 루틴 한 생활이 몇십 년 이상 지속되면서 사실 나를 편안히, 오랜 시간을 생각의 생각을 하며 정리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나를 깨닮음이 반드시 시간에 비례하진 않지만, 일상에서 생각해야 하는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일상에서 나를 좀 더 돌아보게 되는 건 확실하다. 싱가포르로 이주하여 휴직을 하는 동안 나는 내가 걷는 것조차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회사에서 다른 사람 말을 많이 한 것이 후회가 됐는데, 그 바탕에는 내 나름대로 회사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잘해보기 위해 애씀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몸 쓰는 것부터, 마음 쓰는 것까지 돌아보게 되면서 꽤 오랜 시간의 긴장을 알아챘다. 높아진 승모근의 무게는 한 번에 가벼워 지진 못했다. 내 생각에는 3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3년 동안은 전업주부였기에 특별한 자극이 없었고 편안한 상태였음에도 긴장을 내려놓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그만큼 삶이란 긴장의 연속이고, 긴장을 빨리 푸는 연습은 아마도 몸과 마음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본인이 체득해야 하는 것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반복해서 시키고 싶다. 


나를 닮아 미련도 많은 것이고 불안도 많을 우리 딸. 

엄마도 아직 부족하지만 같이 연습하면서 어제의 나보다 조금씩 나아져 보자. 그러면 우리 딸이 성인이 되면 아주 멋진 여성이 되어 있을 것이야. 마음이 튼튼한 딸로 자라 가주길 진심으로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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