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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Oct 22. 2023

끈기, 노력의 무게

끈기, 지구력으로 포장되었지만 다 같지 않음을 알았챘다

굉장히 감정적이고 즉흥성이 높은 사람이고, 이미지에 약한 성향인데도 불구하고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의 마지막장까지 봐야만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루틴은 힘들어하는데도 불구하고 전체가 파악이 되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나의 이런 성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일지도 모르겠다. 

국내 S 모바일사업부에서 UI디자이너로 화면설계를 하다 보면 밑단에서 어떻게 데이터가 움직여 화면까지 도달해 뿌려주는지, 언제 데이터를 호출해서 다음 화면으로 이어질지를 디자인하기 때문에 파고들어야 화면을 설계할 수 있다. 

타고난 기질이 이미지네이션에 강했기 때문에 글을 읽던, 이야기를 듣던 공상가답게 바로 이미지화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뛰어났다. 반면 첫째 딸은 그림 그리기를 주저한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림부터 그리는 엄마를 똑 닮은 딸이라 나는 첫째 딸도 당연히 그림은 잘 소화해 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숙제를 엄마가 많이 도와주어서 엄마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에 주눅이 든 것일까. 반대로 둘째 딸은 A4 종이에 선이며 도형이며 그리는데 거침이 없다. 

어느 날은 A4종이를 테이프로 붙여 5장의 긴 스토리북을 만들어와서 조잘조잘 설명을 한다. 

뭐 유전자야 한쪽 몰빵이 아닐 수 있으니, 나의 장점 중 그 부분은 둘째 쪽으로 갔나 보다. 

하지만 아픈 손가락이 첫째 딸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쉽게 그림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후천적으로라도 배워갔으면 좋겠다. 

40살을 훌쩍 넘기고 나니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안하며 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단점으로 인해 부끄러운 순간, 후회스러운 순간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훈련을 해본들 잘 되지 않고 후회를 반복할 수도 있다. 매일매일이 작심삼일일 것이고, 잠시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단점을 알아차렸고, 고쳐지나 안 고쳐지나 가끔 드려다 보고 있으니 그것이면 되었다.

단점 투성이인 나도, 나를 똑 닮은 첫째 딸도 못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기를. 담담히 받아 드리고 나를 너무 채찍질하지 않도록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변화를 이뤄내는 친구들이 사실 부럽다. 

끝까지 살펴보고 시뮬레이션하는 끈기는 운동에는 또 적용이 안 되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다. 

내 주변에 운동에 진심인 여자 트레이너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를 보고 근육이 살을 뚫고 내비쳐질 수 있구나를 실제로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같이 10년을 산 남편 또한 운동에 진심이고 꾸준함과 10kg 감량은 수시로 하는 사람인데, 살을 뚫고 근육이 나오진 않아 몰랐었다. 사실 나는 내가 운동을 잘하고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우리 엄마 덕분이다. 늘 내가 제일 잘하는 것처럼 반응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건 착각이었다. 

운동을 한다는 정도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강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사실 나는 키도 크고 등빨도 좋은 편이라 학교체력장에서 늘 1,2등이었다. 등산, 달리기, 테니스, 탁구 등 운동 신경이 있는 편이라 착각할만했다. 엄마와 아빠도 배드민턴 동호회를 장기간 함께 다니시며 운동에는 중간쯤은 간다 생각했는데 두 딸도 싱가포르에 와서 수영 레슨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중간쯤은 되는 운동신경을 가진 것 같다. 

감사할 일이다. 

싱가포르는 레슨비도 엄청 비싸다. 한 회당 6만 원~9만 원 훌쩍 넘기는 수영레슨은 자녀 2명을 시키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쯤 살게 되니 물가에 슬 적응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체조를 보내고 있다. 

2명의 3달치 학원비를 일시불 결제하면 허리가 휘청한다. (싱가포르는 Term으로 학원비를 납부한다) 불합리하는 것투성이다. 중간에 그만두면 돌려받지도 못하고, 시간을 옮겨 보충 수업이 필요한 날에는 3만 원을 받고 변경해 준다. 우리 애를 위해 새로 개설해 주는 것도 아니고, 이미 개설되어 있는 시간대에 하루 참석하는 것인데도 3만 원이나 돈을 받다니, 아직도 이해가지 않지만 이용하는 입장에선 따를 수밖에. 

방학 때 2~3주 한국에 들어가는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추가 보충수업 스케줄 조정을 위해 돈이 든다.


하지만, 어렸을 때 몸 쓰는 운동을 배우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애를 써본다.

너희가 좋아하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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