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 여행기 ending

여행기 19 - 6명의 3대 가족이 함께한 식스센스 여행기 연재를 마치며

by 구르는 소

인근 구청에서 운영하는 주민카페에 들렀을 때, 한편에 마련된 책장에서 여행 에세이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여행기라고 하면 여행지에서의 일정과 그에 따른 감흥, 혹은 여행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해 쓴 책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달랐다. 딱히 작가가 지금 여행 중인지 여행을 끝냈는지조차 알 수도 없고 그냥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혹은 앞으로 만날 이들과 음식 이야기, 풍경과 그에 관한 역사, 여행을 바라보는 철학적 감성 등을 기록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라며 커피가 식기 전에 휘리릭 읽어 내려간 기억이 있다.


10살 전후의 아이들 3명과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코로나 이전까지 우리 부부가 여행 다닌 기록들을 정리해 보고자 했다. 둘째가 태어난 2007년, 5명의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셋째가 5살이 되던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6명의 3대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없는 살림에 비용을 아끼고자 1년 전 항공권을 발권하고 바쁜 일정 속에 심야에 인터넷을 뒤지며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현지 숙소들을 골랐다. 휴일엔 서점에 가서 관광 지도를 눈에 집어넣으면서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여행책자를 빌려 가볼 만한 곳들 정보와 가족여행 시 주의할 점, 여행지역의 역사 등을 학습하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매년 이렇게 가족 여행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일이 유일한 취미이자 생활의 활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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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출판한 4명 가족, 한 달간 아이와 함께 배낭여행을 하고 돌아온 뒤 책을 출판한 모녀, 40여 일간 스페인 전역을 자동차로 여행한 3명의 가족 등 길지 않은 여행 일정의 기억을 공식기록으로 남긴 가족들이 꽤 많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알았다. 여행에 도전한 것보다 이런 시답잖은(?) 여행 일정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도서출판을 직접 해 낸 그 도전과 열의가 놀라웠다. 가족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여행을 한 것인지 책을 출판하고자 여행을 한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내가 보기에 매우 단순한 여행 일정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가족들에게는 매 순간이 어렵고 벅찬 도전이자 감격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 가족들이 여행도 하고 책도 출판했다는 것이다.

깊이와 의미를 떠나 일단, 아름답고 멋지다! 존경스럽다!

역시 세상엔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써보았다. 특별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본 아시아권의 주요 관광지들을 여행 다녀본 기억들 뿐이지만 나와 우리 가족에게만큼은 특별할 기억이었다. 여행이라기 보다 둘러보면서 지나가는 방문일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도 읽어주지 않더라도 여행 기획자로서 내 기억과 느낌을 정리해 볼 만했다. 10년간의 여행들을 곱씹어 보면서 참여한 6명 가족들의 시각으로 이 여행을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매년 가족들과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지만, 해외여행만큼은 중요한 사진들만 모아서 여행지별로 앨범 책자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 아무리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다고 한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 우리 가족이 해냈다는 보상심리와 해외에 나가 봤다는 특별함에, 이것만큼은 여행 앨범으로 만들어서 가족끼리 기억을 보존하자라는 생각이었다. 그 가족 해외여행 앨범들 옆에 이 여행기가 한 권의 책자로 만들어져 꽂혀 있으면 좋겠다. 앨범과 책, 사진과 글, 현상과 느낌이 공존하는 모습이 얼마나 멋지겠는가! 그런 거실 책장의 모습이 보고 싶다. 그때, 이 식스센스 여행기가 온전히 끝날 것이리라.




자. 이제 코로나의 심각성도 완화되었고 다시들 해외로 여행을 가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커서 성인이 되었고 중고등학생이 되었다. 어머니는 80세가 넘어 잘 걷지도 못하신다. 우리 부부도 예전처럼 팔팔하지 않다. 경제적 여건도 더욱 힘들어졌다. 가족들 여권은 만기 되어 다시 만들어야 할 판이다. 많은 부분 힘들겠지만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여행기도 다시 쓸 것이다. 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여행기 1권을 마감하고 다시 새로운 여행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6명의 가족이 함께 다니면서 공감했던 기억들은 아련한 유산이 될 터이지만 이제 새로운 형태로 진행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조금 더 멀리 날아가 볼 수도 있고 다른 도전과 경험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가족에 집중된 의미를 버리고, 과거 여행지에서 보았던 풍경들, 들었던 이야기들, 먹었던 음식들, 느꼈던 기분들 등을 들춰보고 그 위에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을 얹어 여행기 2권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과거의 이야기도 좋고 현재의 사실도 좋으며 미래의 예측도 좋겠다. 여행기는 계속될 것이다!


여행을 망설이는 젊은 가족들, 손주들과 여행을 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르신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주저하는 가족들에게 적게나마 힘과 도움이 되는 여행기가 되길 바라며, 6명의 3대 가족이 참여한 해외 가족여행의 에세이 '식스센스 여행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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