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막내들은 생존능력이 뛰어나다. 눈치도 빠르다. 위에 형제들이 더 많으면 그만큼 능력치도 배가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가정에서부터 살아남아야 하니 생존력과 전투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세계사에 굵직굵직한 일들을 이뤄낸 이들 중 막내들이 많다고 하는 걸 보면, 성공한 이들 중에 막내들이 꽤 많다는 것을 보면 막내들의 적응력 부분에서 세상사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세상의 막내들이여! 파이팅!
모든 가정의 막내들이 그렇듯, 우리 집 막내딸아이도 애굣덩어리다.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중2병에 걸려 사춘기를 지내는 터이지만, 애교력은 죽지 않았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공고한 애교를 바탕으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해외여행에서도 언제나 밝은 웃음과 활동력을 잃지 않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양한 포즈와 구도를 제공해 주었다.
일본 오사카의 한적한 골목에서 한 컷. 힘들고 지친 도보여행에서도 막내는 오빠와 언니를 커버하며 흥을 잃지 않았다.
막내들이 잘 먹듯, 우리 집 막내딸아이도 잘 먹는다. 나 어렸을 적, 간식을 먹을 때면 일단 배 속에 집어넣기 바빴다. 앞이빨이 없으니, 나이가 적으니 나보다 성장한 형제들에 비해 먹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일단 내 배속에 많이 집어넣어야 조금이라도 더 먹을 수 있다. 사람수대로 똑같이 배분해 주는 간식도 있었지만, 천천히 먹고 있는 간식은 금방 손위 형제들에게 빼앗긴다. 어느새 자기들 몫을 다 먹은 형제들이 내 간식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내 몸속에 들어가야 안 뺏긴다. 그래선지 막내딸아이도 한 먹성 한다. 음식가림이 아직 있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고기류 등의 음식은 세계국적불문 다 좋아한다. 여행 다니며 막내아이가 먹지 않아서 곤란해한 기억이 별로 없다.
형제들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듯, 우리 집 막내딸아이도 커버능력이 뛰어나다. 오빠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 모방과 창조의 감각이 뛰어나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오빠 덕인지 옷에 호불호가 명확하다. 어쩔 땐 무관심한 척 아무거나 잘 입는 듯한데 특정 색상, 특수 재질의 의류는 걸치지 않는다. 패션센스도 오빠한테 배워나가고 있다. 노래와 춤에 관심이 많은 언니 덕에 또래보다 빠르게 연예계(?)에 입문했다. 딱히 재능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아이돌 춤을 커버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으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장시간의 비행기 안에서 음악 듣는 오빠언니의 모습을 보며 손에 쥐어진 색연필을 집어던지고 자기도 이어폰 달라고 한 막내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쿠킹클래스에서 어릴 적 자기의 모습이 아쉬웠던지 지금은 쿠키 등을 만드는데 취미를 갖고 이것저것 열심히 만들어 내는 중이다.
세상걱정 없는 막내들처럼, 우리 집 막내딸아이도 마음 편히 잘 논다. 힘든 여행길에서 무거운 짐은 형제들이 짊어지고 숙박지 짐정리는 부모와 형제의 몫이다. 막내는 먼저 씻고 빨리 잠들면 되는 처지이니 여행길이 그리 고단하지 않다. 오빠와 언니는 두세 번 경험해 보는 것들이 막내에겐 처음이니 흥분의 감동이 더욱 남다르다. 여행지에서 막내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환하게 웃으며 잘 놀았다. 볼 것 없는 산속길에서도 오빠언니와 함께이니 재미있고 그 산속길도 처음이었다. 오빠에겐 가슴팍 깊이의 수영장이었지만 막내한테는 키를 넘는 수영장이니 무서움을 극복하면서 잠수하는 법을 배웠다. 다음 여행지에선 더욱 재미나게 놀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막내딸은 매번 가족해외여행에서 즐거움의 깊이 강도가 세어져 나갔다.
해외여행을 통해 이렇게 막내는 형제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자신의 즐거움과 웃음이 가족들의 피로를 풀어 준다고 느꼈을 때 더욱 환하게 웃고자 노력했다. 맛있는 음식을 열심히 먹어야 자기 몫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먹성 좋은 아이가 되었다. 오빠와 언니랑 같이 놀려면 어떤 장소에서든지 신나게 놀아야 같이 데리고 놀아준 다는 것을 알고선 흥이 넘치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학원에 가지 않아도 가족들과의 여행을 통해 하나씩 체득해 나간 것이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언니와 함께하는 물놀이는 막내의 최애 여행활동이다. 오빠와 언니는 몇 년 안 되는 막내 인생의 선배이자 친구이고 선생님이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사회를 배운다.
언제 어디서나 잘 웃고 잘 먹으며 잘 놀아준 막내 딸아이는 여행경험을 하기보다는 삶의 생존능력을 키워온 것은 아닐까? 여행기억이라는 것이 가족들을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보고 만지면서 먹었던 단순 기억들이 전부겠지만 나중에 그런 것들이 그녀의 사회성과 생활 전투력을 높여줄 것이다. 어려서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몸의 DNA세포에 작은 신호체계를 만들어 숨겨 두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들과의 즐거웠던 여행기억이 막내딸아이의 삶의 지표로 형성되어 나중에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면 좋겠다. 여행지에서 잘 웃고 잘 먹으며 잘 놀았던 막내가 자기 삶에서도 잘 웃고 잘 먹으며 잘 놀면서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며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여행지에서 3남매 중 누구보다 빨리 수영을 배우고 현지음식을 먹었던 막내아이의 학습능력이 자기 인생의 강한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 이게 가족해외여행의 묘미다.
6명의 대가족이 해외여행을 나서며, 아빠는 아들을, 엄마는 둘째를, 할머니는 셋째인 막내를 맡았다. 처음엔 두렵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비행기에 올라 여행이 시작되면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여행이 수년간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자라나자 아빠는 둘째를, 엄마는 막내를 챙기며 첫째인 아들이 할머니를 챙기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나 6명의 가족이 다시 해외여행을 나선다면, 성인이 된 막내가 할머니를 챙기게 될까? 잘 웃고 잘 먹으며 잘 노는 막내 딸아이의 여행일정은 어떻게 짜일까 궁금하다. 그때 가서는 예전 막내의 모습을 기억하며 나이 든 부모와 할머니가 더 잘 웃고 더 잘 먹고 더 잘 걸어 다녀야 할 것이다. 지나간 10년간의 여행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다시 10년도 금방 지나가겠지. 몸 건강하게 잘 살아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