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제공해 주세요.
"이 무더운 날씨에 부모가 에어컨을 안 켜주는 것도 아동학대인가요?"
2024년 여름의 무더위를 나면서 몇몇 지인이 내게 물어본 말이다. 작년 여름의 더위도 올해 못지않게 심했었는데 주위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는 가정을 발견했었던 것 같다. 폭우와 폭염이 극한을 오가는 올여름, 이 질문이 다시 들려온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아이들이 더위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가정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일시적이라면야 이해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것이라면 아이들의 건강에 위험한 상황일 수도 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한 청취자가 사연을 보내왔는데, 엄마가 출근하면서 꺼둔 에어컨을 중학생 자녀들이 몰래 켰다는 사연이었다. 너무 더워서 참을 수 없었다면서 엄마한테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엄마는 전기료 폭탄이 걱정되어서 그랬던 것인데 아이들한테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다행히 사연을 소개하는 DJ가 이 더위에 에어컨 없이 집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며 "어머니~ 에어컨 켜주세요!"라고 외쳐주었다. 전기료의 두려움으로 집에 있는 아이들이 폭염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가정 내 경제상황과 주거상황이 다 다르니 에어컨이나 냉방기구들이 집에 충분히 없을 수도 있다. 아직 에어컨 없이 이 폭염의 여름을 나는 가구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후위기와 지구환경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그 교육도 모두에게 필요하다. 개인의 신념이나 전기료에 대한 부담감 등 현실적인 고민들도 갖고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선풍기 대신 부채질로, 에어컨대신 선풍기로 한낮의 더위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이성적인 판단과 개인의 자유의지로 자신에게만 적용될 행위이거나 일시적이어야지 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강요되거나 지속되어선 안된다. 아동의 권리 중에 보호권이 있는데 이는 극한의 더위 속 아동이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할 사항도 포함된다.
폭염이 올 때마다 정부나 지자체에선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대응대책을 내놓는다. 여기에서 제외되는 일반가정의 아동들은 폭염대처에 있어 오로지 가정 내 보호자의 권한아래 놓인다. 1차적으로 아동의 양육과 보호과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폭염과 한파 등의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걸 가정한테만 모든 것을 맡길 순 없다.
여름철 가정 내 적절한 온도설정과 유지방법을 방송, SNS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아동이 있는 가정 중에 에너지 취약가구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현재 만 18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 인 다자녀가구에는 전기요금을 30% 감면해주고 있는데 1만 6천 원 한도 내에서만이다. 감면구간을 좀 더 세분화하고 시기별 감면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학교 등 아이들이 상주하거나 이용하는 시설은 여름철 에어컨 설치와 고장수리에 우선권을 줘서 더위예방과 폭염극복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어야 한다. 공간과 목적에 맞는 적정한 용량의 냉방기 설치도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장마철 홍수나 무더위로 피해를 입은 가정 내 아이들이 피부병이나 각종 전염병,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극한 상황 노출 시 아동 성장기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관해 연구,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갖추면 좋겠다.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을 갖고 있으면서 가정 내 육아와 아이들의 성장 등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예산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출산율 제고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아이들의 건강한 삶도 100% 보장할 수 없음을 잘 알아야 한다. 아동보호와 권리옹호에 꼼꼼한 관리체계를 사회 전방위적으로 세세히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는 26도 내외라고 한다. 에너지를 분출하는 아이들한테는 26도도 솔직히 높을 수 있다. 아침부터 30도를 넘나드는 이 여름,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한번 더 돌아보자. 우리 집 가정 내 온도는 적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보호자들이 잘 살펴봐야 한다.
<폭염의 날씨에, 집에 있는 에어컨을 안 틀어 주는 것은 아동학대 행위입니다.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거.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