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de Monde 2025

1년의 시작과 끝은 여행이다.

by 구르는 소

2025년을 돌아보니 여행을 많이 다녔다. 새해 첫날 0시 1분 시작이 4남매 부부들 항공권 발권을 위한 비용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왜 올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어머니 생전엔 6명의 가족들이 다 같이 여행을 다녔다. 어린아이들 3명을 어머니와 나, 아내가 한 명씩 둘러업고 국내외 곳곳을 방문했는데 큰 사고 없이 10여 년을 보냈다. 어머니가 2024년 돌아가시고 첫째도 군대에 입대하면서 가족 여행 멤버의 구성이나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6명의 '식스센스 여행기'가 이제는 5명의 '오감여행'으로 바뀌어 감을 느낀다.

[브런치북] SIX SENSE 여행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동안 함께 여행 한번 하지 않았던 4남매가 해외여행 한 번 하자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형과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큰누나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라서 긴장도 많이 했다. 막내이기도 하면서 해외 출장과 여행 경험이 많은 내가 여행준비를 연초부터 시작했다. 가족 여행지는 베트남 하노이-하롱베이로 정했다. 적게는 50 평생에서 많게는 60 평생에 처음으로 맞은 부부동반 4남매의 첫 해외여행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부모님이 살아 계셔서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해 보며 4남매 부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2025년 올해 주요 여행 일정들을 정리해 보았다.


1월 / 베트남 나트랑 여행 : 아내와 둘이 간 첫 해외여행

-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25여 년간 같이 살면서 그동안 수고한 아내와 나를 격려하는 힐링여행

- 25년 차 부부가 단 둘이 여행 가면 무슨 재미가 있냐고 주변에서 얘기들 했는데 나름 재밌었다.

- 한적하게 아침 해변가도 걷고 리조트에서 둘이 테니스도 쳐봤다. 방에 틀어박혀서 둘이 오징어게임 시즌 2와 뮤지컬스타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정주행 하기도 했다.

1월~2월 / 일본 도쿄여행 : 2명 딸아이들과 함께한 도쿄여행

- 이제 고3이 된 딸아이가 꼭 가보고 싶다 하여 추진한 설날 연휴 가족여행

-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한다는 두 딸이 자기들끼리만 돌아다니고 싶다 하여 도쿄시내에서 자유시간을 주었다. 아내와 난 밀레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갔다. 이제 아이들 신경 안 쓰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갈 수 있게 되었다.

- 마을 뒷산 같았던 후지산과 그 전망을 보며 진행한 온천욕이 너무 좋았다.

3월 / 제주도 여행 : 회사 창립기념일 연휴에 맞춰 혼자 여행한 제주도

- 무료 숙박권이 생겨서 핑계김에 혼자 갔다. 평일의 제주시 구도심 지역은 을씨년스럽다. 그래서 좋다.

- 그동안 밀렸던 브런치 글쓰기, 블로그 정리하면서 혼자 기력보충하기에 제주도만 한 곳이 없다.

6월 / 베트남 하노이, 하롱베이 여행 : 4남매 부부의 첫 해외여행

- 20여 년 간 익혀온 여행준비 지식과 기술을 총동원했다. 너무 초저가답지 않으면서 연령대에 맞는 퀄리티가 보장되게 하기, 취향에 맞는 볼거리와 먹거리, 여행 후 마무리 사진첩까지... 모두들 만족스러워했다.

- 여행은 언제나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몸과 마음, 돈)으로 진행된다.

9월 / 중국 시안 여행 : 아내가 친구들과 떠난 곗돈여행

- 아내는 친구, 후배와 여행계를 들어 종종 해외여행을 가곤 했다. 이번엔 중국 시안을 다녀왔다.

- 병마총은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아내가 혼자 가버렸다. 아내가 여행 간 사이, 나도 친구들과 강원도에 가서 맛있는 물회와 곰치국을 먹고 왔다.

- 중국 무비자일 때 많이 다니면 좋을 텐데. 한중 관계가 계속 우호적이면 좋겠다.

9월 / 이집트 여행 : 아내의 안식월, 내 근속휴가에 맞춘 여행

- 유럽행 항공사 마일리지로 차감 없이 아프리카에 있는 이집트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튀르키예 in-이집트 out 일정으로 계획했는데, 업무 일정이 변경되어 부득이하게 이집트만 보고 귀국했다. 여건이 된다면 인생에 한 번쯤은 피라미드를 봐도 좋겠다.

- 50대 부부의 이집트 자유여행도 도전해 볼 만하다. 나일크루즈에 한국인이 우리 부부만 있었다. 다만, 외국인들과 삼시 세끼를 먹는 것은 다소 힘이 들었다. 리스닝은 되는데 스피킹이 수다 떨 정도는 안된다.

9월~10월 / 요르단, 튀르키예 여행 : 이왕 잡아놓은 일정, 요르단까지 넣어 밀어붙인 여행

- 이집트로 충분했지만, 연초에 잡아놓은 10월 중순의 귀국 항공권을 취소하지 않았던 터였다. 가족들은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가겠냐며 오히려 우리 부부를 응원해 주었다. 이미 9월 초 오래 업무 자리를 비운 터라 이래저래 힘들었지만 다시 여행짐을 꾸렸다. 급하게 요르단을 일정에 추가해 버렸다.

- 요르단의 페트라, 와디럼 사막, 사해 여행은 후회하지 않을 여정이었다. 튀르키예의 괴레메 지역과 이스탄불의 볼거리들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동시 경유지 대기와 시차적응이 힘들어서 나이 듦을 실감하였다.


나쨩과 나트랑이 다른 곳인 줄 알았다. 처음엔 예약을 잘 못한 줄 알았다. 드넓은 리조트의 넓은 수영장에 아무도 없으니 너무 좋았다. 일본 후지산은 마을 뒷산 같아서 그 높이가 체감이 잘 안 됐다. 한라산보다 조금 더 높은 줄 알았더니 후지산은 3,776m, 한라산은 1,947m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4남매 부부들은 하노이 길거리에서 먹은 2천 원짜리 백반을 매우 만족해했다. 카드신공으로 5성급 하롱베이 크루즈를 저렴하게 예약한 크루즈에서 큰누나 생일파티도 열어줘서 행복한 추억도 만들어 주었다. 추석연휴가 길어 경유 편 항공기를 이용하다 보니 한 번도 가기 어려운 이집트를 2주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경험을 했다. 엉겁결에 기독교 성지순례 코스도 다녀왔다. 같은 마일리지로 좀 더 멀리 가보자 해서 이집트를 간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에 작성한 나의 버킷리스트 여행지에 이집트가 있었다. 내 무의식이 이집트로 우리 부부를 이끌었나 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3편인 '최후의 성전'에 나오는 페트라가 영화제목의 그 성전인 줄 알았다. 가서 보니 페트라는 지명이고 영화 속 건축물은 알카즈네 신전이었다. 그리고 영화제목 '최후의 성전' 한자가 '聖殿' 아니라 '聖戰'(성스러운 전쟁)'이라는 것도 귀국 후 영화를 재관람하면서 처음 알았다!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다웠다. 아시아와 유럽의 사이에서, 이슬람과 기독교의 사이에서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 놀라웠고 재미있었다. 드넓은 국토에 기이한 자연환경까지, 축복받은 땅으로 보였다.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되어 한국과 더욱 많이 교류하면 좋겠다.


매달 카드 결제대금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힘들만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경제적으로도 버텨내기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다. 별다른 취미활동이 없어서 다행이지 잘못하면 가세가 기울 판이다. 좀 더 검소하게 아끼며 살고 재테크에 열심히 매진해야겠다. 물론 주어진 일도 열심히 하고.


아내는 여행의 후유증인지, 갱년기의 시작인지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후 기력이 많이 떨어져 건강검진 이후 최근까지 약을 먹고 있다. 둘은 피라미드의 저주가 아니냐며 웃어넘기고 있는데 우리 부부의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여행을 통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건강관리 잘하면서 새로운 여행지로의 도전이 가능하도록 몸과 마음의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 겠다. 몸도 힘들고 말도 안 되고 돈도 없지만, 도전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면 어떻게든 진행이 되더라. 2026년에도 여건이 되는 대로 나의 경지를 넓히며 세상 속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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