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현금 카드보다 더 귀한 말씀 카드를 받았다.
새해 들어 새로운 임지로 발령받았다. 딱히 근무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령받은 지 2년 만에 다시 옮기는 것이라 빠른 감이 없지 않다. 일을 잘못해서가 아니고 너무 잘해서 좀 더 큰 사업장으로 가라는 것이라니 다행이긴 하지만 정들었던 지역과 사람들, 직원들과 헤어지는 것은 서운한 일이다. 그래도 어쩌랴. 직장인이 회사에서 가라면 가야지.
마지막 근무날, 한참 짐정리와 업무정리로 빠쁜데 직원 한 명이 들어왔다. 시간대를 보니 벌써 퇴근시간이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나 보다 해서 잠시 손놀림을 멈추고 직원과 눈을 맞췄다.
"제 마음의 선물이에요. 안녕히 가세요."
책상 위에 무얼 던지듯이 올려놓더니 후딱 인사하고 나가 버렸다. 자기는 아직 헤어질 준비가 안 됐다며 새로운 발령지로 못 보내드린다고 아쉬움을 표하던 직원이었다. 좀 얘기라도 하고 나가지... 원래 말이 많지는 않고 낯을 좀 가리는 직원이라서 뒷모습을 보며 살짝 웃어주었다.
퇴근하면서 책상 위 올려져 있던 그 직원이 올려놓은 마음의 선물을 들고 나왔다. 일단 집어 들어 보니 스타벅스 상품권 같은 현금카드 느낌이 들었다. 뭐 이런 걸 다 주나 싶어 집에 가면 카드 내 금액만큼 다시 되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사한테야 뭐든 받으면 좋은데, 부하직원들한테 뭘 받으면 부담스럽다. 평소 직원들한테 현금성의 선물 같은 거 하지 말라고 했던 터라 주머니에 그 선물을 집어넣으면서도 다시 되돌려줄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뭐라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커피 상품권이라도 건네준 그 직원이 기특해 보였다. 직장 생활 할 줄 아는 친구네....
퇴근길 차량에 올라 그 마음의 선물을 열어 보았다. 기대했던 스타벅스 현금카드 상품권은 아니었다. 법인의 전국 직원 연수 때 우연찮게 함께 찍었던 사진과 성경말씀 카드 2장이 함께 묶여 있었다. 다소 두꺼운 종이카드 2장이라서 현금카드같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커피 상품권을 기대했는데 말씀카드라니... 당황스러웠다. 기대했던 나 자신이 좀 우스워졌다. 이런 한심한 작자 같으니라고. 차 시동을 걸면서 허탈한 마음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운전을 한 지 20분쯤 되었나. 갑자기 성경 속 베다니 지역의 마르다와 마리아 이야기가 생각났다. 예수님이 나사로 집에 방문했을 때, 예수님 이야기를 듣던 마르다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뿌리고 머리칼로 닦아준 마리아의 이야기말이다. 생각이 난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왜 이 말씀카드를 주었을까,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운전을 했었던 것 같다. 자기가 갖고 있던 가장 비싼 향유 옥합을 깨쳐서 귀한 손님한테 자기 마음을 보여준 그 마리아가 생각났다. 그 생각과 함께 마음의 선물로 성경 카드를 건네준 그 직원이 떠올라 한참을 울었다. 차를 잠시 멈추고 말씀 카드를 울면서 읽으며 잠시 묵상을 했다.
그 직원은 작년 한 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며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경제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어 풍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를 냄이 없이 항상 밝은 웃음과 열심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신앙심이 깊은 이 직원이 내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성경말씀 카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갖고 있을 제일 소중한 향유옥합을 깨뜨렸던 마리아와 같이 자기의 제일 소중한 말씀카드를 내게 주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동이었다. 힘들었던 시기를 극복하면서 붙잡고 있었을 성경말씀카드를 내게 주었다고 생각하니 그 갸륵함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애타게 올라왔다. 스타벅스 커피야 내 돈 내고 남의 돈으로 계속 먹을 터이지만, 이런 말씀 카드는 두 번 다시 못 받아 볼 것 아니던가. 감사하고 소중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