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과 NGO의 대응

다시 쓰는 칼럼 2

by 구르는 소

* 예전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지면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새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필자가 직장에서 VR 콘텐츠를 만난 건 2016년 경이다. 지난 칼럼에서 보듯, 아프리카 현지 아이들의 영상화면을 직접 촬영한 후 국내 캠페인 장소에서 실제 움직이는 자전거에 앉아 VR 기기로 그 영상을 보는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그때 화면의 해상도가 높지 않아 다소 멀미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의 현지 마을에 와있는 듯한 생경함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오큘러스 퀘스트 2 VR 헤드셋을 갖고 있어 가끔 VR 게임이랑 여행 콘텐츠를 이용한다. VR로 복싱 게임을 하면 실제 주먹이 눈앞에서 오가는 통에, 10분만 해도 흠뻑 땀에 젖을 정도이다. 헤드셋을 착용 후 30분 정도 프랑스 에펠탑 아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실제로 파리 한가운데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4K 영상이라고는 하지만 렌즈 사양이 못 따라오고 광각의 몰입도도 좋지 않다. 조만간 세 번째 헤드셋이 나온다니 기대해 볼 만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시력과 시각만큼 가상의 화면을 보여준다면, 헤드셋을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본인이 그것을 하고 있거나 그 현장에 있다고 인지할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6년 전에 만난 VR기기로 당시 예상했던 미래 사회복지현장의 예측은 현재 약간 달라져 있다.


스마트폰이 10년여 만에 인터넷 환경과 삶의 방식을 바꾼 것처럼, 고해상도의 VR기기 혹은 연동된 스마트기기는 NGO의 사업방식과 직원들의 업무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저렴해지고 보급화된 고해상도의 VR기계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직접 도움의 영상화면을 송출할 수 있지 않을까? 지구 위를 뒤덮고 있는 스타링크의 인터넷 시스템에 접속해 지구 반대편에 도움을 직접 요청할 수도 있겠다. 혹은 P2E(play to earn) 게임을 해서 얻은 코인으로 생필품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상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로 자기의 어려움을 극복할지도 모를 일이다.


칼럼을 썼던 6년 전에는 실시간 전송되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재난지역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요런 예상도 좀 달라졌다. 고화질의 화면으로 후원자나 치료자를 만나는 단계를 지나면, 앞으로 자기의 곤란한 모습이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싫어하게 될 것이다. 가상세계의 화면이 충분히 현실적으로 구현이 된다면, 메타버스 상에서 초거대 AI가 만들어 놓은 치료프로그램에 접속해 불필요한 접촉 없이 다양한 지원을 받으려 할 것이다. 재난구호활동에서 로봇팔의 활동 정도만 예상했는데, 인간의 간섭 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휴머노이드가 조만간 선보인다니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사회복지기관들이 지금 심각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은 최신 기술들이 몰고 올 사회변화 속의 인간성 침해와 실직으로 인한 가정해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다시 만들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 가상사회로의 변화를 넋 놓고 맞이해선 곤란하다는 얘기이다.

기성세대들의 직업전환을 도우면서 실직으로 인한 가정해체를 예방하고 복지지원 프로그램의 방향이나 모금방식의 전환이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이 최우선인 시대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고 인간성과 권리 존중이 최우선임을 인식하면서 사회의 크나큰 변혁기를 맞이해야 하는 지점에 서 있다. 필자 또한 어떤 모습으로 지금 서있고 미래를 맞이하려 하는가 반성해 본다.


오큘러스 세 번째 헤드셋이 나오면 구해봐야 하나. 너무 비싸지 않아야 할 텐데. 기술이 얼마나 좋아졌으려나 궁금해 진다.




인천일보에 2019년 8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경을 쓰니 내 눈앞에는 아프리카 어느 시골 마을의 한적한 풍경이 좌우로 펼쳐진다. 나는 한 아프리카 아동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생경한 아프리카의 모습이 신기했지만 이내 삭막한 주변 환경 모습도 지루해지고 덜컹거리는 시야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아이는 이렇게 매일 자전거를 타고 30분 동안 물을 길어 간다. 자전거가 없으면 1시간 넘게 이 뙤약볕을 걷는단다. 가는 길이 멀고 힘들어 안경을 벗었더니 '어라?' 인천의 사무실이다. 우리 단체의 아프리카 현지 사업장 모습을 그대로 담아 온 VR(가상현실) 영상을 체험했을 때 느꼈던 생각들이다.



여러 NGO들은 보다 투명하고 전문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배워 조직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블록체인' 기술은 후원자들이 낸 소중한 기부금이 어떻게 분배되고 사용되는지 꼬리표를 달 수 있어 내가 낸 기부금의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후원금을 집행하는 NGO들도 정산, 기록, 영수증 처리 등의 행정절차가 더 편리해질 것이니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면 빠르게 적용될 기술 중 하나이다.



'빅데이터'는 또 어떠한가, 후원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관심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천 거주, 30대, 여성, 직장인 대상층이 아동분야에 자주 반응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왜 반응하는지를 분석해 대상층에 맞는 후원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제안할 수 있어 보다 전문성 있게 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 복지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분야도 접근성이 높아져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이 적절한 복지 혜택과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단체는 최근 한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후원에 참여하는 '좋은이웃가게'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비자들에게 맞춤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복지 현장의 모습도 바꿀 것이다. 5G 기술과 증강현실 기술 등을 활용한 심리치료, 기부 프로그램 등이 점차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6년 겨울에 우리 단체는 증강현실을 활용한 기부게임인 '미션희망트리'라는 앱을 한시적으로 선보인 바 있어 기술발전에 따라 다양한 도구들이 나올 것이다. 다양한 하드웨어들의 발전도 빼놓고 논의하기 어렵다.



자율주행차나 각종 센서가 장착된 로봇팔들은 신체적 활동이 제약된 사람들에게 활동력을 부여할 것이고 위치기반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번역되는 음성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현지 사회에 쉽게 적응하면서 정체성을 빠르게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드론을 통한 재난지역으로의 접근이나 구호물품 배송은 이미 현장에서 적용돼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드론의 영상 전송이나 각종 센서들을 통한 이재민들의 건강상태 점검 및 심리적 안정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단체도 항상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 예로 1년 중 8개월이 영하 20~40도를 웃도는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석탄 난로로 겨울을 버티는데 생활 가능한 최소한의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 소득의 40% 이상을 난방비로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현장에서는 축열기술을 활용한 현지 난방개선사업인 'G-SAVER(지세이버)'를 개발하고 보급했다. 이로 인해 연료비의 44.5%가 절감되는 효과를 보여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큰 보탬이 됐고 지금은 연소효율을 높인 연료 보급에 힘쓰고 있다.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신기술을 따라잡고 후원자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최근 우리 단체 팀장들은 함께 모여 블록체인에 대해 공부했고, 후원금을 모금하는 팀의 직원들은 매일 선보이는 신기술들을 섭렵하느라 바쁘다.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는 팀에서는 4차 산업 시대에 우리 아이들의 인성과 나눔 교육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단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NGO들이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기술 발전의 흐름 안에서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었을 때 어떤 새로운 결과물이 나오게 될지 기대된다.


칼럼 바로가기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69955


이전 01화좋은 이웃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