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 권리는 없다

다시 쓰는 칼럼 4

by 구르는 소

* 예전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지면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새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아직 아이들의 양육이 끝나지 않았지만, 세명의 자녀들 모두 청소년기에 접어드니 영아기 때 육아 경험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때는 얘가 이랬지... 하는 추억놀이를 주말 사진첩 속에서 종종 하곤 한다. 아이들은 정말 금방 커버려서 3~4년 전의 사진들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잘 성장해 준 아이들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필자는 아이가 셋인데, 만약 네 번째 아이를 낳는다면 우리 부부가 육아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체력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경험적인 부분만을 고려하더라도 완벽한 '육아 자신감'은 들지 않는다. 아이 한 명 한 명 성격이 다 다르고 특성이 있기에 똑같은 양육이란 없는 것 같다. 1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도 힘든 일이며 2명, 3명을 키워내는 것도 고되고 힘든 일이다. 육아와 양육이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2019년 칼럼 이후로, 시민사회의 많은 노력으로 민법 제915조의 징계권은 2021년에 삭제되었다. 그러나 법 개정은 아동학대 예방업무의 작은 단계일 뿐, 이것이 현실에서 아이들을 학대로부터 100% 보호해주진 않는다.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아동체벌과 폭력, 방임 등의 학대행위가 진행되고 있으며 자녀들의 생명을 부모가 빼앗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들의 인식개선과 사회제도적인 뒷받침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일들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감시와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상담원 및 관련기관들은 업무량과 사례관리의 자기 점검에 들어갔다. 또한 유관기관들과의 협력과 더불어 상호 견제와 감시기능도 구축하기 시작했다. 지자체도 자체 조례 점검과 개정을 통해 아동보호전문기관들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동시에 상담원 및 유관기관들의 업무량 조절과 예산 증액 등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국가적, 제도적으로 여전히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민관의 변화 속도도 더 빨라져야 할 것이다.

제도권은 견제와 자기 점검과 혁신을 통해서 변화하고 있는데, 개인들은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하는 걸까?


첫 번째, 아이들은 'my precious!'가 아니다.

소중히 지켜주고 아껴야 할 존재이지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존엄한 인격체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다치지 않게 보호해줘야 하는 인격체인 것이다.

부모의 부족했던 것을 아이들을 통해 구현하고자 해선 안되고 부모의 넘침을 아이들에게 강요해도 안된다.

예절과 상식을 가진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어른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아이들은 '내 감정 받이'가 아니다.

부모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내 아이들까지 고통을 분담하자고 해선 안된다.

물론 가족끼리 고통을 분담하거나 기쁨을 나누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가족의 기능이기도 하다.

다만, 기쁨은 쉽게 전이되고 나눌 수 있지만 고통이나 어려움은 그리하면 안된다. 강요해선 안된다.

특히나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가정 내에서 나 혹은 가족의 어려움을 아이들과 나눠보고 공유하려는 소통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되 아이들이 부모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런 자세를 꾸준히 가져준다면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셋째, 아이들한테 '강요'하지 말고 '물어' 보라.

핸드폰 그만해! 공부 좀 해! 방청소는 왜 안 했니?라고 보통 우리 부모님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필자도 아이들한테 곧잘 직설적인 명령조로 이렇게 얘기하고 지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듣고 자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위 두 단계를 생각하고 나면, 아이들한테 명령조의 지시를 내릴 때 한번 더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을 잠깐 놔두고 눈을 20분간만 쉬게 해 주면 어떨까?'

'지난번 중간고사 때 영어과목에서 2개 틀렸는데, 이번엔 1개만 틀릴 수 있게 노력해보지 않을래?'

'아빠가 보기에 방이 좀 더러워. 아들이 직접 방청소를 하면 좋겠는데... 아들은 방청소를 언제 할 계획이니?'


이렇게 얘기하면...

아이들은... 그냥 웃을 것이다.^^ 바로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 줌이 필요하다.

답답하고 화가 나더라도, 5분~10분 정도 기다리면 아이들이 움직여줄 것이다.


예전 칼럼에서 보듯, 필자의 앙칼졌던 막내는 안아주면서 기다렸더니 그 심했던 앙칼짐이 점차 사그라들고 시간도 줄어갔다. 아이들의 시간은... 부모의 시간과 다르게 간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좀 기다려주세요~~"




인천일보에 2019년 11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인천에서 또다시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사건이 지난달 발생했다. 이제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남아가 의붓아버지의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정말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다. 방임과 폭행으로 죽음에 몰리는 아이들의 소식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때다. 예방기회가 다섯 번이나 있었다고 하는데 좀 더 예민한 관리와 대처가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장들을 불러 사태의 결과에 대해 호통을 쳤다는데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오히려 누가 누굴 나무라고 있는지 당황스럽다. 아동학대의 심각성과 제도적 허점, 현장 상담원들의 고충과 증원 문제, 사례관리체계 구축에 대해서 정부와 자치단체에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음에도 신속한 제도 개선이나 예산 증액은 뒷전인 상황에서 현장의 활동가와 아동보호상담원들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아동학대·폭력은 범죄행위로 폭력행위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사법부는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강화해야 한다. 피해아동보호명령을 통해 실제로 아동이 보호되도록 판결해야 하며, 판결이 이행되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아이들이 보호받고 권리를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여러 양육 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양육상담, 교육 등으로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면서 격려하고 관찰해야 한다. 아이 양육을 한 가정에 맡기지 말고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첫째와 둘째는 별 탈 없이 유아기를 보냈는데, 셋째는 고집이 너무 세서 4살 정도 되었을 때 가정 내 힘든 시기가 있었다. 간혹 뭔가 마음에 안들 때면 비명이 섞인 고함을 지르며 울어대는데, 형제들의 여러 손주들을 다 돌봐주신 어머니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느 날 아이의 울음에 폭발 직전까지 간 아내와 나는 셋째의 엉덩이를 몇 차례 때리고 나서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를 둘이나 키웠어도 여전히 양육은 힘든 일이다. 다시는 아이몸에 작은 생채기라도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후, 아이가 울 때면 "왜 울어~"라고 묻지 않고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 후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처음엔 우는 셋째 아이한테 주먹으로 맞고 이로 물리기도 했지만 아이의 저항은 점차 30분에서 20분으로, 10분으로 줄더니 안아주면 바로 울음을 그치고 비명 섞인 울음은 6살 되던 즈음 사라졌다.


육아를 직접 경험하고 책으로 배우거나 경험담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 매번 양육 방법과 사랑의 표현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새롭게 느꼈다. 1~2명의 아이들을 키우기도 힘든 지금, 선배 부모들의 양육 경험과 노하우가 더욱더 활발하게 제공되고 공유되는 사회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민법 제915조(징계권)에서는 친권자가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체벌로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데 법에서조차 아동학대를 용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는 보호가 필요한 온전한 인격체로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내 아이를 때릴 권리가 부모에게 있지 않다. 체벌에 허용적인 사회는 결코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체벌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불안감, 우울감,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강도가 각각 18.3%, 52.4%, 12.0% 높았다는 굿네이버스의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전 세계 56개국이 아동체벌을 금지했고 이제 57번째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징계권 조항 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여러 아동 관련 단체들이 민법 제915조(징계권)의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시민들의 지지서명을 모으는 'Change 915 :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change915.org)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빠가 일하는 동네에서 아이가 죽었더라구. 아빠가 좀 살려주지 그랬어 …" 셋째가 뉴스를 보던 아빠를 보면서 한 말이다. 사망한 아이와 내 자녀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 정부와 사회구성원 모두 나서서 법적, 제도적 허점들을 보완하고 사회안전망을 꼼꼼하게 마련해 나가는 동시에 아동권리 증진과 아동학대예방에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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