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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Nov 08. 2022

안전하게 놀다가 돌아 와라

구르는 소는 아름답다 - 보장받아야 할 놀 권리

지난 한 주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큰 참사로 하루살이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출근한 사무실에서는 각자의 안위를 묻기 바빴고 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황망한 죽음을 당해야 했나 눈시울을 붉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2년 11월의 첫날과 첫 주 월요일은 너무  화창한 아침이었는데, 이런 화창한 아침을 같이 맞지 못한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날이기도 했지요.

가슴 먹먹하게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면서, '아껴서 무엇하냐 매시간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게 장땡이다' 라며 다소 비싼 식당으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무언가에 심하게 두드려 맞은 듯 몸이 아프고 정신도 혼미했던 한 주를 보내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인격체로서 바라보며 권리를 존중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자 일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아이들의 놀 권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자면서 공부도 해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어렸을 때부터 주입식 공부만 해서 창의성이라곤 전혀 없는 고지식한 사람이 되었지만,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 해결중심의 학습과정과 놀이 과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배움의 기술을 습득한다면 미래 아이들은 좀 더 행복하겠지요.

일단 잘 노는 게 중요합니다.


놀 권리를 보장받아 잘 놀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우선, 놀 장소가 필요합니다.

온라인의 메타버스에서건, 오프라인의 놀이터에서건 무언가 놀이기구와 놀이 프로그램이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지요. 가상세계에서도 정신적으로 훼손되거나 훼방받지 않아야 하며 실제 오프라인 현실에서는 더더욱 다방면의 안전체크가 된 장소가 있어야 합니다.


다음엔 같이 놀 사람, 즉 친구들이 필요합니다.

혼자 놀 수도 있고, 혼자 노는 것이 편안한 사람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사람은 '어울려 같이' 놀아야 합니다. 적게 모이면 그에 맞게, 많이 모이면 또 그에 맞는 여러 놀이의 방식이 있고 모인 수만큼 재미가 있습니다. 친구들아 놀자~놀러 가자~ 가 우리 아이들의 활기찬 구호가 되어야 잘 놀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친구들이 모여도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한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놀이, 즉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고무줄 놀이던지, 오징어 게임이던지 혹은 카트라이더 라든지의 온라인/오프라인상의 게임이 있어야 합니다. 한복을 입고 친구들과 고궁을 다니며 재미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거나 빼빼로데이에 이성친구끼리 과자를 교환한다던지 등 다양한 방식의 게임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다소 기발한 것들과 청소년들의 트렌디한 행동들, 청년들의 사회성 있는 콘텐츠가 다 놀이 프로그램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잘 놀았으면, 마지막으로 집에 잘 돌아와야 우리 아이들의 놀 권리 향상에 최종 방점을 찍을 수 있습니다. 집에 돌아온다는 것은, 놀이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에 돌아와 쉼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쉬어야 다시 놀러 갈 수 있지요. 놀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집에 잘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놀 권리로 썰을 풀어봤습니다.

놀 수 있는 장소,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들. 이 것들이 잘 어울려서 하나가 되어야 놀 권리를 보장해 줄 것입니다. 놀이터는 안전해야 하고 친구들은 같이 모여야 하며 어떤 방식이던지간에 놀이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이 세가지 요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난하거나 없앤다거나 그래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놀 권리가 아이들한테만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권리이겠지요. 서양의 귀신놀이라던지, 불분명한 음란 축제라던지, 누가 놀러 나가라고 그랬냐, 사람많은 곳은 왜 갔냐 등의 말은 해서는 안됩니다.

놀 권리를 보장해줘야 할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청년 세대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제공한 것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미안함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부디 이번 참사를 계기로, 놀 권리를 잘 보장해주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잘 찾아서 어린이던지 청년 세대이던지간에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놀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잘 놀고 집으로 편하게 잘 돌아올 수 있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입니다.


이태원에서 갑작스러운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애도하며 그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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