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지면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새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조직경영의 지속성을 감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역량 있는 직원과 성과 높은 고유목적사업, 영향력 있는 이사회, 우수한 경영진 등 여러 요소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기부금'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민주주의에서 자라나고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만나 안정성을 갖추었다. 이는 시민사회 조직도 '돈'이 생명줄과 같다는 얘기이다.
어느 조직이건, 어떤 분야건 '생존'을 위한 자금 확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비영리기관들에겐 후원자들이 내는 이 '기부금'이 조직생존과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예전 2019년 칼럼에서 다룬 구독 경제의 개념이 당시 벤처업계와 렌털 기업 등에서 새롭게 적용되는 마케팅 기법이었다면 지금은 산업 전반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로 확장되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를 단순 구독해서 타는 줄 알았더니 회사는 운전자들의 주행정보를 수집하여 자율주행의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적은 구독료를 내고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는 개인 건강정보를 기업에 보낸다. 그러면 이를 활용한 기업이 의학 업체와 협업하여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다.
필자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여 구독 멤버십에 가입했는데, 빌리는 차량 유형과 시기들을 AI가 분석해서 필자한테 맞춤 차량 렌털상품을 추천해 주고 적합한 쿠폰을 알맞은 시기에 보내주기도 한다. 3년 전보다 구독 서비스의 질과 꼼꼼함이 매우 정교해졌다.
차량 공유 서비스 개인 멤버십 화면, 1년 6개월간 적립크레딧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 여러 NGO들도 정기후원자들의 각종 기부정보를 쌓아놓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우선 자기들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일 큰 후원자 그룹이 경기도 신도시에 사는 30대 후반의 자녀 1명을 둔 어머니인지, 서울 강남의 20대 중반 여성 직장인인지, 종로의 직원 10명 이상 근무하는 기업의 60대 자영업자들인지 등을 구체화하고 이들에게 맞는 회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만약, 우리 기관에 주로 후원하는 사람들이 30대 남성인데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아진 데이터를 목적에 맞게 분석하여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양질의 데이터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해서 분석한 후, 목적한 바대로 20대 초반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조직문화, 사업구조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후 각종 캠페인과 마케팅 등을 진행할 때 그 연령대에 맞춰서 해나가면 새로운 그룹의 데이터 정보를 다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후원자 그룹이 다소 나이가 있을 것 같은데, 각종 모금 캠페인이나 후원광고에 고양이 등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거나 다소 혁신적인 문구 등이 등장한다면, 저 NGO가 후원자 그룹의 재편성을 진행하고 있구나라고 추측해 볼 수도 있다.
후원자를 분석하면서 NGO는 자기들 고유목적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 분석할 수도 있다. 노인/아동/청소년 등 전통적 구분으로 기관 분류 시, 각 기관의 사업은 동일한 대상에게 다양한 사업을 제공하게 된다. 사업대상이 아동이라고 하면, 아동권리를 증진하는 옹호사업을 할 수도 있고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할 수도 있으며 부모교육사업을 할 수도 있다.
특정 기관이 아동권리옹호사업에 강점을 갖고 이를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정작 후원자 그룹은 그 기관의 부모교육사업에 가장 많은 후원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기관이 지향하는 바와 후원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살짝 다를 수 있다는 얘기이다. 끊임없이 후원자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보통 기부하려고 하면 어디가 믿을 수 있는 기관인지, 내 후원금이 잘 쓰일 곳인지 등에 대해 집중하곤 한다. 내가 쓸 돈을 아껴서 기부하는데, 기부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번 기부처를 정해서 매월 정기기부를 하다 보면 많은 관심을 쏟지는 못하고 타성적으로 기부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그 후원기관들은 이 기부자님이 내어주는 각종 정보들을 분석/가공해서 다양한 기부정보와 후원상품을 만들어 낸다. 기본적인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후원자가 가끔 열어본 기부금 증빙내역 확인, 클릭했던 특정 이슈의 뉴스레터, 후원자의 인터넷 유입경로 등 까지 여러 기부정보들을 분석하는 것이 기부 관련 구독 경제의 현재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의 민감한 이슈가 있어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정보는 반드시 보호해야 하고 소중히 다루어져야 한다. 다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개인정보를 분석/활용하는 것까지 거부할 필요는 없다. NGO도 규제의 틀 안에서 효율적으로 후원자 정보를 고급화하고 이 데이터들을 전문석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후원자와 후원기관들의 상호 신뢰하에 각자 양질의 데이터를 교환한다면 후원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하게 기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부 퀄리티를 높이고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22년이 저물어간다. 연말이면 항상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전통을 우리는 갖고 있다. 거리에 나가 구세군의 자선냄비나 모금단체의 여러 모금행사에 소액이라도 기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아가 온라인으로 소액 현금이나 신용카드 포인트 등을 기부하면 더 많은 기부상품을 온라인 포털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이 여러분에게 기부상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기부 만족도가 높아지면 정기기부에 참여해 보면 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의 구성원이 될 수 있고, 기부 관련 구독 경제의 참여자가 될 것이다.
브런치 독자 여러분 모두 행복한 연말 되시길 소망합니다.
인천일보에 2019년 12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정수기 렌탈이나 신문 정기구독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의 정기구독 서비스와 차이점은 전문 중개자가 개입되어 소비자의 요구에 초점을 맞춘, 원래 상품 이상의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와이셔츠나 양말같은 의류, 면도날과 화장품과 같은 생활용품, 와인과 비타민 등의 식품, 나아가 넷플릭스같은 미디어콘텐츠 구독까지 사업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하니 세상의 빠른 변화가 느껴진다.
NGO에서 구독경제는 어떤가. 일반적으로 기부라고 하면 모금함에 돈을 넣거나 온라인사이트에서 기부금을 보내는 일회성의 기부행위를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시민사회단체, NGO 등에서는 정기적인 회비를 기부금으로 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기회원들의 기부금이 각 단체들의 안정적인 사업을 이끌어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정기회원들이 내는 기부금의 중요성을 알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1991년 창립 당시 128명의 회원이 2019년에는 50만명으로 성장했다.
회비 1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116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니 한국사회에서 기부분야의 구독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중개자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구독경제와 구분되는데, 이는 기부금이 최대한 수혜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NGO의 특성에 있다.
굿네이버스는 저개발국가의 해외아동들과 직접 연결되고픈 2030세대의 욕구를 반영하여 1대 1 해외아동결연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국내외 나눔문화를 선도해 왔다. 국내 대기업들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확산시키면서 다양한 임직원 기부와 봉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재 뉴미디어시대 동종 NGO 중 최고로 많은 유튜브 정기구독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기부 구독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 3년전 정수기 등을 렌탈하는 현대렌탈서비스와 굿바이(GOOD-BUY)프로그램 협약을 맺어 빨간색의 굿바이 로고가 붙은 정수기 렌탈시 기부가 되게 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SK인천석유화학과 교육분야 사회공헌협약을 맺어 봄에는 초등생 대상 과학놀이교실, 여름방학 때는 중등생 대상 놀이과학캠프, 학기 중에 지역기관들과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송도의 한 식당 사장님은 월 3만원씩 해외아동을 후원하는 좋은이웃가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별도로 매월 소외가정 아동과 가족을 초청해 외식 지원을 하는 등 기부자의 욕구에 맞춘 사업들이 활발하다.
해마다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사가 많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걸리고 사랑의 온도탑도 기부로 데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굿네이버스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며 나눔프로그램에 활발히 참여하는 인천시민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일회성의 기부에 그치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을 정기적으로 도와주는 굿네이버스 등의 NGO 정기구독서비스에도 가입해보면 좋겠다. 연말정산 혜택도 받을 수 있고, 나눔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으로 1년 내내 제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