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물은 모두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

다시 쓰는 칼럼 10

by 구르는 소

* 예전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지면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새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마케팅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이슈캘린더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그 해의 주요 마케팅 이슈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보기 좋게 정리해 놓은 달력을 이슈캘린더라고 한다. 주요 정책, 그 달의 이슈, 공휴일, 기념일/행사, 스포츠, 박람회/시상식, 교육, 취업, 유통 등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이슈 사항을 월별로 정리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슈캘린더 (노각의 블로그에서 발췌)


시민사회와 ngo에서도 이 이슈캘린더를 적극 활용하는데 특정이슈와 관련한 기념일에 관련 이벤트와 캠페인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로 이날을 전후로 하여 물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물절약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2019년 4월 초 기고문을 쓰면서 물 관련 주제를 다뤘던 것은 이런 이슈캘린더에 따른 것이었다.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라고 하여 지구환경오염문제를 시민들에게 환기시키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저녁 8시에 10분간 전 세계적으로 소등행사를 갖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슈파이팅이라고 칭하는데, ngo에선 이런 이슈파이팅을 통해 기관의 미션을 홍보하기도 하고 인식개선을 하면서 모금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그때그때 이슈파이팅을 힘차고 지속적으로 펼치는 ngo가 시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활동해 나가는 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4월의 마지막날을 맞고 보니 4월의 이슈파이팅을 제대로 못했다. 물의 날은 지난 달이었고 지구의 날도 이미 지났다. 2주일 정도 지난 이슈파이팅은 진행하지 않는 게 상식적이다. 5월의 어린이날과 관련된 이슈파이팅을 해야 하나? 내일이 근로자의 날이니 ngo활동가들의 처우와 근로조건에 대해서 이슈파이팅을 해야 할까? 지금은 마케팅부서에서 일하지 않는데 개인적인 브런치 글에서 이슈파이팅을 할 이유가 있을까?


꼭 이슈파이팅이 이슈캘린더에 얽매이거나 일하는 기관의 모습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상식적인 일과 인간다운 삶, 인권과 환경에 관련된 것이라면 시기와 장소를 구분할 이유가 없다. 이슈캘린더는 주요 이슈를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하는 것일 뿐,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삶의 모습들은 1년 내내 필요하다. 내가 활동가이기 때문에 이슈파이팅을 하는 게 아니라 상식을 가진 사람이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 초나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 19일)이 있는 11월이 되면 미디어에 아동학대 관련 사건사고들이 많이 나온다. 맞거나 방임된 아동들이 이때만 많을까? 평소 맞지 않는 아이들이 이때만 집중해서 맞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아동학대신고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아동학대 관련 신고는 매일 접수되고 있다. 특정일이나 해당 주간에 사회적 관심과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를 비롯한 민관, 언론이 힘을 모은 결과로 그때, 집중적으로 보도되는 것이다.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고 아이들의 권리증진을 위해 언제나 노력해야 한다. 지구환경을 위해 4월에만 잠깐 소등하면서 행사에 참여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평소 환경위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활동가들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부지방의 가뭄이 심하다는 뉴스는 이제 비가 오면서 들려오지 않는다. 해갈에 도움이 될 정도로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을 터인데, 올여름 마른장마가 다시 진행되면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될 것이다. 예년보다 2주 정도 빨리 피고 져버린 벚꽃 덕에 지자체 벚꽃축제는 특정주간을 정하지 않고 유동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하루의 일교차가 20도가량 넘나드는 날씨 속에서 시민들은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지구의 바다온도가 역대급으로 높아져 과학자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라는 뉴스를 보며 사람들은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두려움을 느낀다. 과거 엘리뇨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더 큰 엘리뇨 피해를 마주할까 봐 걱정이 된다. 이슈캘린더에 따른 이슈파이팅이 아니라 현 상황, 현재의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플라스틱 빨대는 종이빨대로 교체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불편하지만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음식을 다회용기에 배달하는 식당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새것의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서 절약과 재활용이 필수인 사회로 시대정신이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선 매연을 내뿜는 노후차량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탄소절감을 위한 국가적 협력과 법적 규제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와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슈마케팅을 시민사회와 기업, 정부가 잘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결국 시민들의 의식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3월 물의 날과 4월 지구의 날은 지났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쾌적한 지구에 살면서 아름다운 녹색환경을 바라보고 깨끗한 물을 언제 어디서든지 마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이슈파이팅에 참여하자.




인천일보에 2019년 4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물의 날을 지내다 보면, 이따금 생각나는 물과 관련된 몇 가지 기억이 있다.


군 복무 시절, 약 400㎞를 걷는 천리행군 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다. 2~3개의 산을 넘어갔다가 적군시설을 타격하고 돌아오는 길에 중대원 모두 목이 무척 말랐다. 개인수통의 물은 이미 다 마셔버린 터였다. 그러던 중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갑자기 축산농가 하나가 눈에 띄자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축사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마셨다. 참 시원했다. 하지만, 그 물은 축사 청소용으로 쓰는 물이었다.

썩은 해골 물을 아주 시원하게 들이켠 원효대사의 마음이 이랬을 거라며 당시 부대원들과 허탈하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또 다른 기억은 업무차 대학생 봉사단원들을 이끌고 캄보디아 출장을 갔었던 일이다. 캄보디아는 물의 나라라고 할 만큼 곳곳에 호수가 있고 물웅덩이가 있었다. 그런데 캄보디아 시골지역의 아이들은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 헤엄치고 목욕하며, 주부들은 더러운 물로 빨래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물속에 오리, 개와 같은 가축들의 배설물과 가정의 오·폐수도 섞여 있는 것이었다. 그 장면을 보게 된 이후, "어떻게 저런 물에서 사람이 살 수 있지? 아이들의 건강이 괜찮을까?"라는 생각과 "과연 사람에게 좋은 물은 어떤 것일까"하는 고민이 함께 들었다.


세계 물의 날은 날로 심각해지는 수질오염과 물 부족 문제를 널리 알리고 물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기 위해 1992년 UN이 제정한 날이다. 전 세계 인구의 1/10인 6억 6300백만 명은 깨끗한 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깨끗한 물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이 순간에도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식수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두 사람이나 일부 지역,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수자원 보호나 오염 방지 등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식수공급과 관련된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사회 각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며 협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굿네이버스는 전 세계 각지에서 식수 위생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물 부족과 심각한 수질오염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식수시설을 설치하고, 위생교육을 실시하는 등 아동과 지역주민들의 식수 접근성 향상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이 직접 식수시설을 관리하는 '식수위생위원회'를 조직해 지역사회 자립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수인성 질병으로 인해 연간 52만 5000명의 아이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물 부족 지역의 여성과 아이들은 매일 6㎞, 즉 4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물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업과 취미에 쓸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굿네이버스는 2011년부터 식수와 위생시설 지원을 목적으로 굿워터 프로젝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전국에서 'STEP FOR WATER 희망걷기대회' 행사를 개최해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아프리카 아이들이 물을 길어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스텝포워터 앱을 통해 걸음 수만큼 기부할 수 있게 하는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인천본부에서도 굿워터 프로젝트 캠페인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어려운 식수 환경을 알리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인천일보가 주최하는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오프라인 캠페인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자원봉사자가 마라톤에 함께 참여하고, 참가자 대상으로 반환점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대회 참가자들과 물의 소중함을 공유했다.


사람에게 좋은 물은 곧 사람이 마실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이다. 신나게 달리면서 땀을 흘린 뒤 마시는 물은 꿀맛이다. 그 꿀맛을 맛본 뒤엔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깨끗한 물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구촌 이웃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인천시민들의 성숙함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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