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지면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새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직장에서 처음 팀장으로 발령받아 일할 때, 당시 팀원들의 부모님 혹은 배우자한테 손 편지를 쓰곤 했다. 한국에서 CSR이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무렵, 여러 사회공헌사업을 기획하고 각종 기금유치와 후원금 모집을 위해 맨땅에서 헤딩하듯 일을 벌일 때였다. 같이 일을 하던 팀원들은 외근과 야근이 기본이었다. 매일 퇴근이 늦어 귀가가 늦으니 부모님들한테 죄송스럽기도 하고 가족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NGO의 팀장이 따로 감사의 마음을 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직원 가족들한테 1년에 한 번씩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훌륭한 비영리마케터가 되어보자며 당시 처음 만난 사업관계자들한테는 미팅 후 일일이 손으로 짧은 글을 편지로 써서 보내드렸다. 새롭게 팀이 신설되다 보니 외부 네트워크가 많지 않았고 기금목표도 꽤 높게 책정되어있어 외부미팅을 늘릴 수밖에 없었는데, 타 경쟁단체들과의 차별점을 가지고자 생각해 낸 게 '손편지의 감동'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게 반응이 좋았는지 연말 팀의 성과는 좋았는데,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만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손편지를 계속 쓰기에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팔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었다. 결국 1년을 지속하지 못하고 외부 미팅한 기업고객들한테 감사편지를 쓰는 것은 중단했는데, 당시 직원이 내게 한마디 한 게 직원가족들한테 편지를 쓰게 된 계기다.
"팀장님, 제 부모님한테도 한통 써서 보내주세요. 그럼 더 열심히 할게요. "
그렇게 시작된 손편지 쓰기는 당시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조직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손편지를 받은 어느 어머님은 오랜만에 연애편지를 받은 기분이라며 직접 전화를 주시기도 하셨고 모 직원의 아버님은 너희 팀장한테 죽을때까지 충성을 다하라고 하셨다면서 직원이 씁쓸해(?) 하기도 하였다. 직원이 잦은 야근 탓인지 질병을 얻어 병원 입원을 했기에 부모님을 뵙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어머님이 그 편지 쓴 팀장이냐며 괜찮다고 오히려 팀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한 일도 있었다.
퇴사한 직원이 결혼 10주년을 맞아 배우자와 예전 추억을 얘기하다가 그 손편지 써준 팀장님 얘기를 했다며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적도 있었다. 순환보직을 거쳐 몇년만에 다시 같이 일하게된 직원이 예전 내가 자기 부모님께 써준 그 편지를 가져와 직원들 앞에서 읽어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나한테 잘보이려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가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훈련받은 직원들중 일부가 팀장으로 승진한 뒤, 자기도 직원 가족들한테 직접 손편지를 쓰고 있다는 얘길 들었을때는 무척 자랑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 직원도 오래 할 수는 없겠지만^^)
손편지가 주는 소소한 기쁨들이다.
다른 팀으로 옮겨 부서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직원 가족들한테 편지쓰기는 계속하였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서장이 되어선 그만두게 되었지만, 손편지와 손글씨의 감성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감동이 되는 모양이다.
최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칭찬 DAY'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무실내 매달 1명의 직원을 집중적으로 칭찬해 주기로 하였다. 칭찬의 방법을 손글씨로 편지 혹은 메모를 써서 전달해 주는 것으로 하였는데, 이 소소한 이벤트에 눈물까지 흘리는 직원들을 보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칭찬의 힘도 대단하지만, 손으로 써서 건네는 문구하나, 말귀하나가 정말 소중하구나라는 것을!
어떤 이들은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쓰기가 어려우면 그려도 된다. 말하기 어려우면 하트그림만 그려도 서로의 마음이 전달된다. 손글씨가 너무 어려우면 자기 손으로 직접 타이핑을 해서 인쇄본을 건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자의 칭찬을 손으로 써서, 누군가는 타이핑을 통해 혹은 메모장에 그림을 그려 전달한 후 칭찬을 받을 당사자가 직접 상대방들의 글을 읽어 주었다. 동시에 서로의 마음과 눈빛을 나누었다. 느낌을 공유하고 각자의 생각과 일상을 나누니 또 하루를 살아갈 활력소가 되었다. 일이 힘들었는지 프로그램이 감동이었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모두들 눈물과 웃음으로 서로를 위로한 시간이 되었다.
칭찬과 격려의 마음을 전달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매년 3월이면 희망편지쓰기대회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펼쳐진다. 학교 안의 학생들 중심으로, 해외의 어려운 아동친구를 대상으로 펼쳐지다 보니 일반인들이나 직장인들은 관심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지구촌의 어려운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참에 일반인들도 같이 참여해 보면 어떨까?
연령대가 높아서 주저된다면 꼭 기획된 행사대로만 진행할 필요는 없으니 직장과 일터에서 동료들과 서로를 칭찬하는 손글씨를 나눠보는 것도 방법이다. 칭찬메모를 건네면서 장점을 찾아보고 같이 대화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기분좋음을 나눴으니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일들도 함께 고민해보고 나눔활동에 같이 참여해보는 것은 더욱 좋겠다.
제일 잘 칭찬해 준 동료에게는 인근 굿네이버스의 좋은이웃가게에 가서 간식을 사준다거나 마음이 맞은 동료와 같이 후원활동에 참여해 보는 것도 의미 있고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가족 내 아이들과 함께, 직장 내 동료들과 함께 손편지의 감성과 나눔 활동에 흠뻑 빠져보는 봄이 되시길~
인천일보에 2019년 3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학창시절, 누구나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서 누군가에게 보내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줍음의 고백을 밤새 써놓고선 부치지 못한 첫사랑의 연애편지, 라디오 방송에 한 번이라도 소개될까 예쁘게 그림과 스티커 등으로 꾸며서 보냈던 애청자 사연편지 등 손편지에 대한 추억들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즈음은 이메일이나 온라인 메신저, 문자 등이 보편화되어서 손으로 직접 쓴 손편지를 보기 어렵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 내 손으로 직접 쓴 손편지야말로 최고의 의사소통 도구임이 틀림없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손편지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비즈니스 관계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반가운 마음을 작은 엽서에 글로 담아 전달하면 쉽게 관계 형성이 되고, 회사 상사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적어 전달하면 껄끄러움이 다소 줄어들기도 했다.
이렇듯 손편지는 사람 관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막상 직접 편지를 쓰려고 하면 잘 써지지 않는다. 편지를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대상과 상황에 맞는 단어와 문장을 구상하여 문맥을 이어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자꾸 손으로 편지를 써보면서 다양한 문장들을 만들어 보고, 논리적 흐름을 분석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일기를 쓰거나 손으로 편지를 써보는 습관을 들이면 그 효과를 나중에 크게 볼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편지를 쓰면서 나눔의 의미도 되새겨보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응원과 후원의 기회까지 얻는다면 '편지쓰기'의 긍정적 효과는 배가되지 않을까.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2009년부터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편지 쓰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전국의 4300여개의 학교에서 230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이다. 희망편지쓰기대회가 11회를 맞기까지 정부 부처와 교육기관의 지원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회의 일등공신은 바로 아이들이 진심을 담아 작성한 희망편지가 아닐까 싶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인구의 약 39%에 해당하는 2000만 명의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하여 지구촌 이웃들의 삶에 공감하며 희망편지를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특히 인천은 지난 2018년 243개교 146만여 명의 학생들이 지구촌 어려운 친구들에게 손편지로 희망을 전했다. 지난해 대회를 통해 인천 시민들의 나눔에 대한 참여 의식과 교육 현장에서의 나눔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희망편지쓰기대회와 함께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인 아동권리증진과 나눔인성 향상을 위한 인성스쿨에도 198개교, 5400명의 초등학생이 참여할 정도로 인천의 나눔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별한 기부가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손편지의 첫 경험과 편지쓰기에서 만난 지구촌 친구의 모습을 소중한 추억으로 가져갈 것이고, 이런 감성을 가진 아이들을 인천의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은 매우 가슴 설레는 일이다. 내 아이들이 지구촌 이웃들에 관심을 두고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인식하면서 그에 직면한 세계의 한 친구에게 손으로 직접 편지를 써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매년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과 지구촌의 여러 문제에 접근하는 인식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희망편지쓰기대회의 교육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으며 학생이나 가족, 교육 현장 및 지역사회에서의 관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천의 아이들이 꾹꾹 눌러쓴 희망편지에는 또 어떤 새로운 희망이 담기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이제 봄이 시작되면 인천에서 다양한 성격의 글짓기대회나 사생대회, 나눔과 환경 등 공익분야에 대한 참여적 활동이 필요한 각종 행사와 이벤트 등이 시작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여러 행사들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에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 한다. 추운 겨울 뒤 수줍은 분홍빛 미소를 띠면서 성큼 다가올 봄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손편지의 감성과 나눔의 정취를 흠뻑 누려보기를 권한다.
<칼럼 바로가기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35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