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면서 꿈꿀 수 있는 미래

다시 쓰는 칼럼 11

by 구르는 소

* 예전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지면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새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놀권리에 대해 기고문을 쓴 지 4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을까? 마음껏 놀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을까?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며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의 시대를 수년간 살았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예전의 일상으로 어렵사리 돌아왔지만 전염병의 여진은 곳곳에 남아있다. 아이들에게도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을 안겨 주었다. 친구들과 함께 힘껏 뛰어놀아야 했을 우리 아이들은 가족이 있는 집으로 격리되어야 했고 마스크를 쓴 채 온라인에서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야 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이 2020년 코로나 전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꼭 그렇지 않은 듯하다. 게다가 놀지 못하고 학업스트레스가 강했던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더 많아졌다. 온라인과 마스크로 상징화된 코로나 시절의 교육/보육/훈육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하고 힘들게 사귄 친구들과 대화하기 곤란해하며 대부분 아이들이 기존 연령대별 학습능력과 비교해도 다소 떨어진다. 이런 마당에 아이들을 '놀게' 하라고 마냥 외칠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논다'라는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본다. 국어사전엔 놀다의 뜻이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로 나온다. 그럼 '놀이'는 무엇인가? 다시 찾아보니 놀이는 '유희 또는 인간이 재미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활동'을 말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교우관계와 학교생활, 학습활동 등에서 흥미를 갖고 더욱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놀이'에 기반한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어른들한테 떨어졌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놀이'에 기반한 제반 활동들은 지금 더욱 필요한 일인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들과 만나 느린 학습과 경계선지능선에 있는 아이들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학교현장에선 학습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익힘의 속도가 다소 느린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이들을 자주 만나는 유관기관들의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또래관계 형성에도 힘들어하니 단체활동의 참여기회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 대학교수님은 예전 경계선 기준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현재 아이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교육학 박사님은 아이들이 사고력을 키우고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칭찬하면서 기다려주면 알아서 잘 커나갈 것이란다.

어른들과 사회가 냉철하고 따뜻하게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촘촘한 대책과 활동거리들을 짜야할 판이다. '재미'있게 '놀이'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대책말이다.


다만, 내 아이 때문에 혹은 일부 속도가 늦은 아이들 때문에 부모님들과 사회가 성급하거나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러저러하게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코로나 전에 100명이었다면 코로나 이후엔 150명이 되었다. 문제가 다소 일반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랑 비교하며 극단적일 필요는 없다. 현재를 받아들이고 지금 기준에 맞추어 정책과 활동을 다시 짜면 된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러하다면 그게 일반적인 것이다. 천천히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해가다 보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활동 수준이 올라올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 시대에 맞춰 아이들은 코로나시기에 새롭게 적응하며 한층 더 디지털화하고 영상세대로서의 자존감을 형성해 왔다. 과거 기준으로만 보면 다소 느리고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미래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능력을 갖춰 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스크 속에 얼굴을 감추고 온라인이 훨씬 편한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또다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믿고 크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면 될 일이다.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재미있고 기쁜 일인지 직접 체험하게 하면서 온라인에서의 친구만남으로 연결하여 더욱 흥미 있게 확대해 나가기, 흠뻑 땀 흘리는 쾌감을 맛보기 위해 신체활동을 강화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체육놀이활동 접목하기, 랜선 세계여행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말하고 써보기, 영화 속 우주탐험을 관람하며 수학과 물리학 교재를 활용해 우주인 되어보기, 전 세계 민속음악을 들으며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을 온라인에서 검색하여 도화지에 그려보거나 직접 구매해 보기 등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아이들의 재미와 흥미를 이끌어낼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어른들이 생각하지 말고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다양한 놀거리들을 알려줄 것이리라. 놀면서 공부할 수 있는 놀거리들, 놀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활동거리들 말이다. 어른들은 옆에서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고 지원만 해주자. '놀이'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지 어른들이 아니니까.




인천일보에 2019년 4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의 놀이방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내가 어린 시절 놀던 모습과 달라 신기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놀이를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가 내 생각보다 훨씬 빨라 놀랍기 때문이다. 첫째인 아들은 얼마 전부터 매일 두세 시간씩 하던 축구를 뒤로하고 귀가 시간이 빨라졌다. 날씨도 좋은데 왜 일찍 들어오냐는 물음에 "뭐 하러 밖에 나가? 다 모여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데. 어차피 이따 밤에 친구들이랑 영상통화하면서 놀기로 했어"라고 디지털 네이티브다운 대답을 한다. 둘째인 딸은 집에서 유튜브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열심히 춤 연습을 하는데, 점심시간마다 열리는 '춤 배틀'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춤 짱'을 이기는 것이 목표란다. 이렇게 알게 된 최신 놀이문화를 자랑하고 싶어 막내에게 "너도 요즘 쉬는 시간에 춤 배틀을 하면서 노니?"라고 물어봤더니 막내는 언제 적 얘기를 하냐는 표정으로 "아빠, 누가 촌스럽게 그러고 놀아. 요즘 애들은 틱톡하고 놀지"라고 아리송한 대답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가수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보물'의 가사처럼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말타기 등을 하며 놀다 보면 정말 하루가 너무나 짧았다. 요즘 아이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겠지만, 공 하나만 있어도 여러 가지 새로운 놀이를 개발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은 내가 놀던 때와 매우 다르다. 놀 수 있는 환경도 다르고, 할 수 있는 것도 다르다. 아빠로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만 푹 빠져서 신체활동도 안 하고, 공부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공부도 하고 그것을 활용해서 신체활동도 한단다. 놀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만의 놀이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인류인 우리 아이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놀이를 통해 세상의 많은 지식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놀이 환경과 콘텐츠가 없다고 아쉬워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굿네이버스 인천본부는 SK인천석유화학과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과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분야 사회공헌사업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인천지역의 아동들이 과학을 놀이 활동으로 좀 더 쉽고 재밌게 접하게 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굿네이버스와 기업, 지역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협력하여 이 놀이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의 심리적인 상태도 점검하여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앞으로 더 전문가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멘토링과 직업 체험활동을 연계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여러 구성원들과 함께 그리고 있다. 인천지역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모여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과학의 즐거움을 알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이번 사업이 잘 진행되어 노하우가 쌓이고, 새로운 모델로서 발전하게 된다면 인천의 이 다이내믹한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하는 지역사회의 기업과 자치단체, 여러 구성원이 있어 인천의 미래가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놀이에 대한 문화는 계속 바뀌겠지만, 아이들에 대한 인천의 꾸준한 지원과 협력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놀면서' 즐겁게 미래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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