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칼럼 8
과거 언론사에 칼럼을 썼던 2018년, 지구촌에 발생한 재난재해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지난 칼럼을 읽어보니 과테말라 화산폭발, 라오스 홍수사태, 인도네시아 강진 등을 언급한 게 눈에 띈다. 자연의 변화무쌍함에 인간은 너무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달으며 과거와 지금, 미래에도 지구 곳곳에서 재난재해는 끊이지 않을 것임을 예상해 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수많은 아픔을 목도했던 2022년을 보내고 2023년 연초에 다시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긴급 구조활동에 나서고 지구촌 곳곳에서 기부와 지원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지진 발생 엿새째인 2월 12일 현재 사망자가 2만 8천 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전 세계의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류애적 삶의 방식일 것이다.
재난발생 후 생명구조활동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면 본격적인 일상지원활동이 시작된다. 참사현장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긴급구호활동을 아무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저 슬플 것만 같던 재난현장과 그 주변은 치안과 방범의 무법지대가 되기 일쑤고 생활물가는 치솟는다. 파손된 사회기반시설들은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구조인력들의 안전도 담보해 줄 수가 없기에 오히려 구조대가 고립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민간단체들이 섣불리 재난현장에 뛰어들았다가 제대로 된 구호/지원활동도 펼치지 못하고 고가의 장비나 지원물품을 훼손당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구호인력의 안전도 중요하며 기부를 할 때에도 전문적인 구호경험과 지원체계를 갖고 있는 단체들을 찾아 지원을 하는 것이 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보통 국내 민간 구호단체의 긴급구호활동은 재난 현지에서 2~3개월 정도 진행되다가 분기점을 맞는다.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도 줄어들고 현지의 일상도 점차 안정화되면서 긴급구호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재난현장에 파견 나갔던 사람들도 귀국을 해야 하니 담당인력이 여러 번 바뀌면서 사업의 지속성을 갖기도 쉽지 않다. 재난초 늘어났던 기부금의 규모가 갑자기 축소되는 시기이기도 하니 자체예산을 확보하지 않고선 수개월 버티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재난재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활동은 바로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하는데, 이때부터 살아남은 사람들 일상의 어려움이 수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었고 어른들은 직장을 잃었다. 아이들은 학교가 없어졌고 놀이터가 사라졌다. 주변엔 처리해야 할 생활/산업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생필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생활물가는 올라있고 삶의 터전이 무너졌으니 예전처럼 생활하기가 불가능하다. 육체적 부상과 마음의 상처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제대로 치료받기가 어렵다. 개인위생과 주변 생활위생환경도 좋지 않아 전염병의 우려로 사람들과의 교류도 편하지만은 않다. 자 이럴 때 사람의 마음상태는 어떨까? 재난재해에서 난 살아났으니 마냥 행복해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은 순간이고 힘든 일상은 계속이다. 우울증이 심할 수 있고 극단적인 선택이 쉬운 해결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의 내적상처는 수년이 지나 성인이 되어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구호지원활동의 빛나는 순간이 이때부터 현지에서 발휘되어야 하는 이유다.
돈을 많이 버는 부자들과 연예인들은 재난재해 때 큰 금액을 기부한다. 일반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기부행렬에 동참한다.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이런 기부금을 잘 관리해서 한 번에 재난현장에서 소비되지 않도록 지원프로그램을 장기간 운영하는 지혜를 민간 구호단체들은 가져야 한다. 또한 일반인들은 일회성 기부 말고도 꾸준히 재난현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후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부한 단체가 계속 재난현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장기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 단체의 인력과 사업을 위해 정기기부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재난재해지역에서 오랜 기간 구호지원활동을 펼치는 민간 구호단체들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정기기부를 하는 것이 지금 지진으로 아픔을 당한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더 효과적으로 돕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같은 이유로 현장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수행할 단체들을 선택해 장기간 기부하는 길이 내 후원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길이라 하겠다.
좋은 일은 쉽게 잊혀지고 아픈 일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지구촌의 아픈 이웃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도와주자.
인천일보에 2018년 12월 기고한 칼럼입니다.
출근을 하려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다 길 위에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출근이 바쁘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아이 상태를 점검한 후 바로 일으켜 세워줄 것이다. 조금 더 친절함을 지닌 사람이라면 왜 넘어졌는지, 아이의 보호자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물어본다. 이런 도움을 받고 자라난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해 길가에서 우는 아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지구촌 곳곳에선 지금도 많은 재난과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폭우와 폭염 등으로 홍수·한파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강력한 지진으로 최첨단 도시가 쑥대밭이 되기도 하고,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기도 한다.
최근 들어 분쟁과 테러, 자연재해가 한층 많아진 국제사회는 예전보다 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가 생기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역시 많아진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지만 전염병 등 위생 문제, 정신적 트라우마, 나아가 성착취·성폭력 등이 일어나거나 아동 노동과 조혼 등 아동학대 위험 상황도 줄곧 발생한다. 지역이나 국가 스스로 이런 위기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경제·정치·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전 세계적 도움이 필요하다. 여러 국가와 민간 차원의 구호 활동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국제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주어야 한다.
올해 들어 '과테말라 화산 폭발', '라오스 홍수 사태', '인도네시아 강진과 쓰나미' 등 재난재해로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에서 인도적 지원을 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굿네이버스도 다양한 재난·재해 지역에서 분야별 접근에 기반을 두고 인도적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전문적 수행 절차에 따라 현지 지역사회 필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고 재난 피해지역의 완전한 회복과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년간 사업 실행과 효과성 분석 등을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UN, 정부, 자치단체, 지역주민 등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재난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1조 4000억 달러이며, 피해자는 무려 17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재난 상황에 닥치면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물적·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고 개인과 공동체의 정신적 부분도 심각하게 훼손된다.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지고 국제 위기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우리나라 국제비정부기구도 전문화한다. 앞으로 정부와 민간, 기업, 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높아져 세계인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격이 세워지길 기대해 본다.
<칼럼 바로가기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16651>